아스클레피오스의 아이들
추석 연휴 건강하고 즐겁게 잘 보내셨는지요?
오늘은 히포크라테스 선서 시리즈 마지막 글을 올려봅니다.
https://brunch.co.kr/@ef4da8729340415/47
https://brunch.co.kr/@ef4da8729340415/49
앞의 두 글을 읽고나서 이어 보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는 의술의 신 아폴론(Apollon, Απόλλων)과 아스클레피오스(Asclepius, Ἀσκληπιός), 히게아(Hygeia, Ὑγιεία), 파나케아(Panacea, Πανάκεια), 그리고 모든 남신과 여신의 이름으로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이 선서와 계약을 이행할 것을 맹세합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세번째로 언급되는 이름인 히게아(Hygeia, Ὑγιεία)는 아스클레클레피오스의 딸로, 건강의 개념을 인격화한 존재이자, 위생과 청결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 영어에서 위생을 뜻하는 ‘Hygiene’의 어원이 바로 히게아입니다. 이는 고대 사람들도 환자의 위생 관리를 질병 치료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히게아의 상징은 뱀과 그릇인데, 여성 조각상의 팔에 뱀이 감겨 있고, 손에는 그릇이 들려 있다면 히게아 신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상징성에서 착안하여 뱀이 감고 있는 그릇을 ‘히게아의 그릇(Bowl of Hygeia)’라고 부르며, 현대에서는 약국 혹은 약학의 국제적 상징(The international symbol of pharmacy)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히게아 다음으로 언급되는 신인 파나케아(Panacea, Πανάκεια)는 ‘만병통치(萬病通治)’를 의인화한 존재입니다.
파나케아의 이름을 살펴보면 ‘모든’이라는 뜻이 담긴 ‘pan’과 치료를 의미하는 ‘acea’를 합친 단어로서, 모든 병을 치료하는 약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적으로 현대까지도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은 발견 혹은 발명되지 않았으니 일종의 환상의 개념을 신으로서 만들어내고 숭배한 것입니다.
아마도 고대 사람들 역시 치료의 과정의 끝에는 모든 병을 치료할 묘약이 나타나길 기대하는 마음에서 파나케아라는 존재를 만들어 숭배한 것 같으며,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도 마지막으로 언급된 신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모든 질병 치료에 임하는 의사와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소망하는 것을 선서에 넣은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위에 언급된 신들 외에도 아스클레피오스의 자식이라고 불리우는 하위 개념의 의술의 신들이 더 있었습니다. 히게아와 파나케아를 제외하고도 몇 명의 형제자매들이 있었으며, 그들의 이름과 신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아소(Iaso)라는 여신이 있는데 그녀는 의료 자체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질병으로부터의 회복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케소(Aceso)라는 여신은 ‘치유’라는 뜻이고, 아이글레(Aegle)라는 여신은 ‘광명’을 뜻하는데 아마도 질병에서 회복된 후에 가질 수 있는 혹은 아주 건강한 사람 특유의 ‘건강한 낯빛’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들은 모두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얻기를 기대하는, 좋은 결과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아들들로는 텔레스포루스(Telesphorus, Τελεσφόρος), 마카온(Machaon, Μαχάων), 그리고 포달레이오스(Podaleios, Ποδαλείριος) 등이 있으며, 의술과 관계된 개념이거나 전설 속의 의사들이 이에 속하게 됩니다.
텔레스포루스의 경우에는 소아시아 지방에서 숭배되던 의료의 신을 그리스 문화에 흡수하면서 아스클레피오스의 아들이라고 여기게 된 것 같으며, 여신 아케소의 남성형으로도 생각하였습니다.
보통은 작은 난쟁이나 소년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마카온과 포달레이오스는 일리아스 속에 나오는 의사들로, 전쟁 중에 군의관(軍醫官)으로 참여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은 뛰어난 의술로 많은 영웅과 군인들을 치료하다가 전쟁 중에 사망하여 스파르타 지방에 묻혔고, 이후 그 지역에서 의술의 신으로 모셔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아이들을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의료'에 필요하다고 생각한 조건들과 '의사'에게 기대하는 모습들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옛날에도 '의사와 의술'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은 비슷하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