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항산은 어릴 적 자란 마을 동쪽 산이다.
마을 앞에는 용봉산이 솟아 있고
동쪽에는 가메재가 병풍처럼 둘러섰다.
질메재가 에우어 가지 않고
지름길로 넘는 재라면
가메재란 사람 머리에 가메처럼 뱅글뱅글 돌아 넘는 재이지 싶다.
그 너머 여항산 봉우리가 솟아 있었다.
자랄 때는 '각데미산'이라 했다.
육이오 때 미군들이 싸우다 가면서
갓뎀이라 하고 갔다고 해서.
어린 우리들은 그 여항산까지 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더러 어른들은 그 멀리까지 나무하러 갔다 오곤 했다.
아직도 포탄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고
우리 호기심을 찔러지만,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다.
그 여항산에 범이 산다고 했다.
가끔 한밤에 마을까지 왔다 간다는 말을 어른들끼리 수군거리는 걸 엿들었다.
눈으로 본 사람은 없지만 골짝 밭에 발자국이 찍혀 있더라고.
그랬는데 그 범을 부산 사는 포수가 와서 사냥총으로 쏴서 잡아갔다는 소문이 짜하게 퍼졌다.
초등학교 다닐 때 한동안 아이들 얘깃거리였다.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알 수는 없어도, 그 포수는 그 길로 몸이 아파 얼마 못 가서 죽었다고 했다.
여항산 둘레길을 따라
자전거로 높은 재를 넷이나 넘었다.
둘 넘고 진북면 장터국밥집에서
구수한 돼지국밥을 점심으로 먹었다.
다음에 또 오고 싶을 만치 맛이 좋았다.
점심 먹고서 재를 둘 더 넘었다.
오늘 달린 거리는 60키로이고,
올라간 높이는 1700미터이고,
달린 시간은 6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