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들이랑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갔다.
교토에 있는 도지사대학
윤동주와 정지용 시인이 다녔던 학교다.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아이들과 캠퍼스를 걷는데 경민이가 불쑥 한마디 한다.
“선생님, 윤동주 시 한 편 외워주세요.”
“그래, 그 참 좋은 생각이다. 어째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무슨 시로 할까? 머리에 퍼뜩 떠오르는 시가 하나 있다.
십자가!
“얘들아, 십자가 어때?”
“예, 좋아요.”
<십자가>는 내가 줄줄 외울 수 있는 시다.
“우리 같이 하자. 내가 먼저 한 줄씩 읊을 테니까 따라 해요.”
“네에.”
“좇아오던 햇빛인데”
- 좇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ㅡ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데”
- 종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ㅡ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그리스도에게처럼”
- 행복한 예수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ㅡ 어두여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이렇게 내가 한 줄 읊으면 아이들이 따라 읊으면서
윤동주가 걸어 다녔을 그 길을 우리 아이들과 걸었다.
하늘을 올려보니
봄볕이 눈부시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윤동주 <서시>와 정지용 <압천>을 새겨놓은 시비 옆에는
수양버들처럼 늘어진 하늘하늘 늘어진 연분홍빛 벚꽃이
봄바람에 살랑살랑 가지를 흔들고 있고
아이들은 봄빛에 무더기무더기 재잘거리고 깔깔대고
아! 마음은 아직도 그해 따뜻한 봄날 그림 속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