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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Nov 23. 2023

한쪽소설-빈 자리가 큰 사람

조금 유치합니다;

청소아줌마가 비운 자리는 너무 컸다.

사무실에 있는 25여명의 직원 중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넘쳐흐르다 못해 쓰레기무더기를 만들었고, 선반 위에 먼지들은 뭉쳐져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바닥 곳곳엔 얼룩덜룩한 자국들이 계속해서 늘어났고 천정 벽엔 거미줄까지 등장했다.

가장 가관인 건 화장실이었다.

악취가 진동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용변 자국들이 눌러 붙고 더러운 화장지들이 제멋대로 널부러져 있었다.


겨우 일주일이었다.

이전 아줌마가 갑작스레 그만두고 새로운 아줌마를 고용하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절차상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본부에서는 대수롭다는 듯 말했다.

우리도 일주일 쯤이야 금방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2~3일은 아무 일 없는 듯 했다.

4~5일차가 되자 조금 지저분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더럽다고 생각해서 사람들이 막 사용한건지 일주일이 지나자 어느샌가 손 쓸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청소아줌마 언제 오냐고 볼멘 소리들이 나왔다.

내일은 확실히 오는거냐며 따져댔다.

이곳 상황이 어떤지 상상도 못하는 본부에서는 안그래도 급하게 사람을 뽑았으니 내일은 출근할 거라고 짜증스럽게 말했다.

사람들은 그 소식에 안도를 하며 내일이면 다시 이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거라 기대했다.


다음날 새 청소아줌마가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이야~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지냈어요! 안 힘들었어요? 아이구야... 일이 엄청 많겠네! 일하려면 주변이 깨끗한 게 우선인데 고생했겠네! 이제 나한테 맡기고 걱정말아요!"


사람들은 청소아줌마의 손길이 닿는 곳 마다 순식간에 깨끗해지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쓰레기통이 모조리  비워졌다.

화장실에 때와 곰팡이를 제거하기 위해 왁스와 물을 뿌려두니 악취가 줄어들었다.

천장에 거미줄이 사라지고 바닥이 깨끗해졌다.

제멋대로 방치해둔 물건들도 제자리를 찾아갔다.

책상 위에 먼지 뭉치들도 없어졌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우리 사무실이 이렇게 좋은 곳이었나?

청소아줌마가 꼭 마법사 같았다.

어느새 사무실 곳곳에서 향기가 느껴졌다.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생기가 돌았다.


청소아줌마는 처음 왔을 때 잔뜩 짜증난 표정으로 쳐다보던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지는 것을 보고 뿌듯했다.

'그래! 뭐든 청소가 기본이지! 매일 신경쓰지 않으면 더러워지는 건 금방이야! 앞으로 여기는 내가 잘 관리해야지!'


사람들은 청소아줌마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모두가 청소아줌마를 우러러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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