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하게 써 본 소설입니다ㅎ
끔찍히도 하기 싫은 발표수업을 하는 중이다.
전공 필수라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듣는데 조원 운도 최악이다.
다들 말만 미안하다고 하고 모두 나한테 떠넘겼다.
바보같은 나는 한마디도 제대로 따져보지 못하고 혼자 자료준비부터 발표까지 다 하고 있다.
앞조의 발표를 듣는데 너무 잘한다.
나는 그냥 대충 무난하게 "영화 아바타 성공 분석"에 대한 것인데, 저 조는 "디즈니 영화의 정치적 올바름 논쟁"이다.
저 어려운 주제를 어떻게 저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지?
정치적 올바름이 도대체 뭔가 했더니 저런 차별 편견을 깨자는 거 였구나.
인어공주 주인공이 흑인인 게 그런 이유였구나.
안 그래도 이상하다 싶었는데 나름 의미가 깊네 싶다.
학생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다.
유일하게 심각한 표정을 한 채 평가 중인 사람은 교수님 뿐이다.
근데 다음 차례가 나다.
어떡하지.
"안녕하십니까. 영화 아바타 성공 분석에 대해 발표하겠습니다."
티가 나게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교수님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어? 뭐지?
유독 짜증나는 표정으로 앉아계시더니, 내 발표가 그렇게 심각하게 별로였나?
내가 뭘 잘못했지?
왜 그러시지?
학생들도 웅성거린다.
발표를 계속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저들끼리 소곤거리며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눈빛들이 따갑다.
정말 끔찍하다.
이게 뭐야.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지?
도망가고 싶다.
나도 그냥 나가버릴까?
그 때 조교가 들어온다.
"교수님이 급한 일이 생기셔서 오늘 수업은 더이상 못하게 됐습니다. 차후 보강 일정은 따로 연락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뭐지?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진짜 너무해.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저... 조교님, 제 발표는 어떻게 되는거에요?"
"아! 맞다! 교수님이 너한테 미안하다고 다음 수업 때 다시 발표하자고 하시더라. 일이 그렇게 됐네. 이해해줘."
정말... 이게 뭐지?
개떡같은 인생.
교수님이 평소에 내가 쭈뼛거리고 목소리가 작아서 싫어하는 것 같긴 했는데 이렇게 차별하다니 너무하다.
다른 조들은 준비시간 길어졌다며 좋다고 끼리끼리 나가는데, 나만 혼자다.
눈물이 나오는 걸 겨우 참고 학관에서 제일 구석진 화장실로 간다.
혼자서 신세한탄을 하며 눈물, 콧물이 범벅된 얼굴을 세수하고 있는데,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이 있었어?
진짜 오늘 제대로 창피 당하는구나...
빨리 나가라... 나가라...
세면대에 얼굴을 쳐박고 나가길 기다린다.
누군지 흘낏 쳐다보니 교수님이다.
아주 시원한데 살짝 민망함이 섞인 표정이다.
"뭐야... 급똥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