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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Nov 27. 2023

정신건강의학과 뇌파 검사로 우울증 확인-인지능력 낮음

또다른 동반자-항우울제,신경안정제

문장 완성 검사(성인용)

태블릿으로 불안과 스트레스 등의 설문지 검사를 했다.

스스로 체크를 하면서도 불안이 조금 높게 느껴졌다.

그 이후에는 50개짜리 문장 완성 검사를 했다.

이전에 심리 상담을 받을 때도 했던 거라서 이걸 또 하네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똑같은 문장이 완성되지 않았다.

기억이 안 나서 그런 것도 있고 그때와 지금의 감정 상태가 달라서 그런 것도 같다.

물론 자주 해봤다고 내가 해석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가 이런 문장이 떠오른다는 게 웃기네 싶었다.


그러고는 이상한 뇌파 검사를 했다.

머리에 이상한 전극 같은 걸 잔뜩 붙이고는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했다.

움직이면 처음부터 다시 한다고 해서 엄청 긴장했는데, 나는 한 번에 2분 40초 정도인가 3분이 안돼서 끝이 났다.

이런 뇌파 검사로 뭘 알 수 있다는 거지?


그렇게 기다리다가 의사와 면담을 하러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뇌파 검사 결과가 가장 신기했다.

뇌가 정보 전달이나 정보 처리는 굉장히 활발하고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인지능력이 14%로 낮게 나왔다고 특이하다고 했다.


헐... 정확해서 너무 놀랐다.

충격을 먹었다.

요즘 공부를 하려고 해도 집중이 안되고 기억이 안나길래, 나는 그냥 나이를 먹어서 술을 먹어서 애를 낳아서 뇌가 멍청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인지능력이 그렇게 낮은데 뇌 회전은 엄청 열심히 하고 있다고, 아마도 하고자 하는 의욕이 많은데 잘 안되셨을 거라고.

자동차로 보면 공회전만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 효율이 굉장히 떨어졌을 거라고 했다.


기가 막히다.

이 얘기를 얼른 남편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내가 제대로 된 노력을 안 한다고 했던 남편에게 이거 보라고 내가 노력을 안 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내 상태가 이래서 그런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어서 사과하라고.


설문지 심리 테스트 결과로는 우울과 불안이 높긴 한데 뇌파 검사에서는 크게 안 나타난다고 했다.

그렇지만 인지능력이 이렇게 낮은 건 우울증의 한 증상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우울증이 발병하면 인지 왜곡 현상이 나타난다고.

주변 모든 상황들을 나쁘게 해석하고 안 좋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아... 내가 정말 우울증이었구나.

도대체 왜?

우울증 걸릴 일이 없는데?

진짜 어이없었다.

원하는 대로 재혼해서 정말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요즘 인생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우울증이라니?

여태까지 내가 우울증인 건데 괜히 회사 탓을 하고 있었던 건가?

그러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건가?

정말 웃기는 노릇이었다. 


의사는 자꾸만 나의 과거를 물었다.

그런데 나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혼에 분리양육에 재혼만으로도 편견이 가득할 텐데...

그냥 약이나 처방해 줄 것이지 왜 자꾸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단답형으로 묻는 질문에만 대답하다가 말했다.


"그런데 사람들 다 이렇게 살고 있지 않나요? 이 정도 문제는 다 있잖아요. 제가 그렇게 문제인가요?" 


그제야 의사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고 약을 처방해 주었다.

굉장히 소량으로.

아침에 항우울제인 뉴프람정 5mg 1알, 취침 전에 신경안정제인 환인클로나제팜정 0.5mg 반알을 먹으라고 했다.


진료를 끝내고 결제를 하는데 약을 같이 주었다.

아... 정신과는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 가는 게 아니구나. 그나마 다행이네.

일주일 후에 예약을 잡고 병원을 나왔다. 


뭐가 바뀔까?


그래도 내가 행동을 하였으니 뭔가가 바뀌길 기대하게 된다.

그동안 회사 문제로 괴롭고 힘들었던 건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다.

나는 병에 걸린 아픈 사람이었다.


대충 큰 문제들이 해결되고 이제서야 살만해져 한숨 돌리고 나를 돌아보니, 그동안 미뤄뒀던 아픔을 한꺼번에 앓고 있는가 보다. 

남편에게 이런 내가 민망하고 미안해서 되도 않는 으름장을 놓았다.

내가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건 연애 때부터 경고를 했기 때문에 사기 결혼 아니라고, 그러니 도망 못 간다고 엄포를 놓았다.

우울증은 이혼 유책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여보는 이제 어쩔 수 없이 나한테 코가 꿰였다며 혹시나 딴마음 품을 생각이랑 꿈에도 말라고.


남편은 그런 말을 하는 나를 보며 호탕하게 웃으며 따스하게 다독여줬다.

걱정 말라고 아무데도 안 간다고 너밖에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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