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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리 Sep 23. 2024

인생 마스터플랜 점검하기

2012년, 2021년, 2024년 비교하기

2012년, 그러니까 둘째를 낳고 나서였다.

원래도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지만 내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아이도 둘이나 되었고, 아빠도 갑자기 돌아가셔서 엄마까지 책임지게 되었다.

남편은 이미 주식 빚을 잔뜩 만들어 놔서 도움이 안 되었고, 오빠도 우리 사주가 망하는 바람에 갚을 빚이 많았고 남동생은 7살 차이라 군대에 있었다.


어떻게 하면 빨리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열심히 재테크 공부를 하던 차에, 다음카페 [텐인텐] 주인장이 진행하던 "텐인텐아카데미"를 수강하게 됐다.

그때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보라고 해서 대충 끄적여본 게 바로 이거였다.

2012년_리메리_인생_마스터플랜

참 대충 적었다 싶다.

그래도 정말 적는 힘이라는 게 있는 건지.

인생은 생각대로 사는 게 맞는 건지.

잊고 살다가 코로나가 터진 2020년 어느 날 살펴보니 내가 어느 정도 저대로 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당시 대출을 잔뜩 낀 30평대 집을 한 채 장만한 상태였고, 대출원리금 상환으로 월 150만 원 정도하고 있었으니 저축도 하고 있는 셈이었다.

IRP로 은퇴자금 만들겠답시고 매달 30만 원 정도 ETF 투자도 하고 있었고, 마법공식은 아니지만 비슷한 퀀트투자도 하고 있었다.

가족관계는 뭐 일반적인 거고, 자아성취도 운동 빼고는 비슷했다.

사회활동도 외국 유학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니 못했지, 당연한 거 아닌가.


애초에 계획 자체가 별 거 없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그냥 좀 놀라웠다.

아무것도 해낸 게 없고 굴곡만 있는 인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달까?

조금 멀리서 바라보니 나름 잘 살고 있었는데 혼자서 아등바등 괴로워하고 있었구나 싶었달까?

물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혼도 하고 전세금도 날리고 여수에서 군산으로 부산으로 이사도 하고 난리였지만 말이다.

2021년_리메리_인생_마스터플랜

그렇게 되돌아보고 다시 마스터플랜을 적었다.

2021년 새해를 맞이하여 다시 적었다.

대운이 찾아오는 시기라 했던가.

정말 대운이 찾아왔다.

하지만 좋은 일만 오지는 않는 건지 방황도 같이 왔다.


2024년 지금 저 마스터플랜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온다.

겨우 3년 동안 도대체 뭘 했던 건지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

마스터플랜은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나 보다.

아니면 한 10년 후에 다시 꺼내봐야 하는 건가?


생각해 보면 2012년에 처음 작성했을 때도 3~5년 단기적으로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더 안 좋아져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도 좌절하지 말고 좀 더 지켜보자 싶다.

그래도 상황이 좀 달라졌으니 플랜을 좀 다듬어 봤다.

재혼해서 남편도 시댁도 생겼으니 말이다.

2024년_리메리_인생_마스터플랜

겨우 3년 방황하는 사이 방향성이 좀 생겼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달까?

나는 하면 뭐든 있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 알게 되었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도 한정된 인생을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나는 꼭 다 찔끔찔끔 시도해 보고 '앗! 뜨거워!' 하고 데어 보고 나서야 손을 딴 거긴 하지만 말이다.


마스터플랜을 기준 삼아서 이번엔 진짜로 잘 살아보자!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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