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021년, 2024년 비교하기
2012년, 그러니까 둘째를 낳고 나서였다.
원래도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지만 내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아이도 둘이나 되었고, 아빠도 갑자기 돌아가셔서 엄마까지 책임지게 되었다.
남편은 이미 주식 빚을 잔뜩 만들어 놔서 도움이 안 되었고, 오빠도 우리 사주가 망하는 바람에 갚을 빚이 많았고 남동생은 7살 차이라 군대에 있었다.
어떻게 하면 빨리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열심히 재테크 공부를 하던 차에, 다음카페 [텐인텐] 주인장이 진행하던 "텐인텐아카데미"를 수강하게 됐다.
그때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보라고 해서 대충 끄적여본 게 바로 이거였다.
참 대충 적었다 싶다.
그래도 정말 적는 힘이라는 게 있는 건지.
인생은 생각대로 사는 게 맞는 건지.
잊고 살다가 코로나가 터진 2020년 어느 날 살펴보니 내가 어느 정도 저대로 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당시 대출을 잔뜩 낀 30평대 집을 한 채 장만한 상태였고, 대출원리금 상환으로 월 150만 원 정도하고 있었으니 저축도 하고 있는 셈이었다.
IRP로 은퇴자금 만들겠답시고 매달 30만 원 정도 ETF 투자도 하고 있었고, 마법공식은 아니지만 비슷한 퀀트투자도 하고 있었다.
가족관계는 뭐 일반적인 거고, 자아성취도 운동 빼고는 비슷했다.
사회활동도 외국 유학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니 못했지, 당연한 거 아닌가.
애초에 계획 자체가 별 거 없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그냥 좀 놀라웠다.
아무것도 해낸 게 없고 굴곡만 있는 인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달까?
조금 멀리서 바라보니 나름 잘 살고 있었는데 혼자서 아등바등 괴로워하고 있었구나 싶었달까?
물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혼도 하고 전세금도 날리고 여수에서 군산으로 부산으로 이사도 하고 난리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되돌아보고 다시 마스터플랜을 적었다.
2021년 새해를 맞이하여 다시 적었다.
대운이 찾아오는 시기라 했던가.
정말 대운이 찾아왔다.
하지만 좋은 일만 오지는 않는 건지 방황도 같이 왔다.
2024년 지금 저 마스터플랜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온다.
겨우 3년 동안 도대체 뭘 했던 건지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
마스터플랜은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나 보다.
아니면 한 10년 후에 다시 꺼내봐야 하는 건가?
생각해 보면 2012년에 처음 작성했을 때도 3~5년 단기적으로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더 안 좋아져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도 좌절하지 말고 좀 더 지켜보자 싶다.
그래도 상황이 좀 달라졌으니 플랜을 좀 다듬어 봤다.
재혼해서 남편도 시댁도 생겼으니 말이다.
겨우 3년 방황하는 사이 방향성이 좀 생겼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달까?
나는 하면 뭐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도 한정된 인생을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나는 꼭 다 찔끔찔끔 시도해 보고 '앗! 뜨거워!' 하고 데어 보고 나서야 손을 딴 거긴 하지만 말이다.
마스터플랜을 기준 삼아서 이번엔 진짜로 잘 살아보자!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