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나 인터넷에 나오는 걸 다 믿으면 안 된다.
나는 결혼 신봉자다.
한 번 이혼을 했으면서도 그렇다.
그 이유는 나름 행복하게 사셨던 부모님 덕분이었던 것 같다.
기억이 미화되어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아빠가 엄마를 많이 사랑하셨다.
엄마도 아빠를 많이 사랑하셨고...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부모님 사는 모습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어쨌든 결혼이라는 제도는 인류가 만들어낸 훌륭한 제도라고 생각하며, 세상이 점점 발전하여 더 이상 공동체에 기대지 않고 개인으로 살 수 있게 되었음에도 결혼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인생 하방을 막고자 노력하는 성향이 있는 것도 같다.
아무튼 결혼은 좋은 것이라고 굳게 믿어서 그런지 주변에서도 그런 일들만 보인다.
지지고 볶으면서도 잘 사는 사람들이나 큰 문제없이 잘 사는 사람들 말이다.
TV프로그램 결혼지옥이나 이혼숙려캠프 같은 부부갈등 프로그램을 보면 어찌 그리 기상천외하게 불행하게 사는지 정말 학을 뗀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이 절로 떠오른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이를 논리학으로 설명하신 선생님이 계셨는데, 정말 놀라웠다.
가정이 행복하는데 필요한 조건들이 여러 개가 있다면, AND 조건으로 모든 것이 다 충족되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한다면 행복할 수 없어 불행해진다는 논리이다.
그래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거고, 불행한 가정은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부갈등 프로그램에 소재가 끊임없이 나올 수 있는 거고. 웃프다.
https://youtu.be/xEdd4DFVA_w?si=MOCREpt5v5rm8Ull
내가 참 행복하게 사는 부부들이 많구나를 체감한 것은 여러 수업이나 모임에서였다.
물론 잘 모르는 사람한테 굳이 치부를 드러내지는 않을 테니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놀랄 정도였다.
도서관에서 영어회화 수업을 무료로 들었었다.
10여 명 정도의 여성들이 참여를 했는데, 하루는 강사가 질문했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 남편과 결혼을 하실 건가요?"
의외로 8명이 "YES."라고 답했다.
흔쾌히 답한 사람, 떨떠름하게 답한 사람 등의 차이는 있지만 놀랍게도 10명 중 8명이나 다시 지금 남편과 결혼하겠다니 놀랍지 않은가?
"NO."라고 답한 1명은 60대로 결혼 자체를 안 할 거라고 결혼에 대한 부정성을 엄청나게 어필하셨고, 나머지 1명은 재혼하기 전의 나였다.
지금의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당연히 "Absolutely!"다.
40살 언저리가 아니라 더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
또 엊그제 독서모임을 갔는데, 역시나 남편이나 아내에 대해 100% 만족감을 드러내진 않지만 다들 그럭저럭 만족하면서 산다는 게 느껴졌다.
의견 차가 있어서 자기 아내는 이런 얘기 싫어해서 자기 남편은 이런 데 관심이 1도 없어서 불만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자기 가정으로 얼른 돌아가려 애썼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내 느낌들이 착각이 아니었다.
이미 명확한 지표로 나와있더라.
2년마다 통계청에서 사회조사를 하는데 2년 전과 비교해서 배우자와의 관계 만족도가 높아졌다.
더 시차를 길게 해 보아도 그렇다.
2008년부터 해도 엄청 올라왔다.
1998년부터 자료가 있는데, IMF직후에 특히 낮았다고 하더라도 결혼만족도나 가족관계만족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쩌면 사회가 더 개인주의로 갈수록 가족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기혼자 100명 중에서 60~70명 이상이 결혼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높은 수치다.
잘 사는 부부들은 굳이 말을 안 할 뿐인 거다.
그러니 결혼 시장도 여전히 큰 거고.
2024년 통계청 사회조사 수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봐도 평균이상이다.
그런데 기사는 보면 항상 여성이 남성보다 만족도가 낮다는 둥 혼인기간이 길어지면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둥, 가구소득이 높아야 만족도가 높다는 둥 부정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설명한다.
그래야 기사가 잘 팔리니 그런가 보다.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은 부정적 기사를 좋아하니까.
어쨌든 기사들은 10명 중에 6~7명이 만족하고 있다는 절대적인 사실을 써놓았으면서도 무시해 버린다.
만약 여기에 중간점인 5점을 선택한 사람들까지 만족하는 사람으로 넣어버린다면? 그 만족도 수치는 훨씬 올라갈 것이다.
그냥 요즘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