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첫 발령지 여수광양항 해상교통관제센터는 어려워~
여자 항해사부터 선박교통관제사까지
처음 발령받아 근무하게 된 여수해상교통센터는 자산공원 내에 위치한 거북선 모양의 건물이었다.
첫 출근 전 아들을 데리고 미리 둘러보는데 가슴이 뛰었다.
내가 다행히 직장을 잡았다는 안도감과 애 엄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뿌듯함이 섞였다.
기가 막힌 뷰를 자랑하는 위치였다.
거기서 보는 일출도 유명해 매년 새해맞이 떡국행사도 했다.
지금은 여수 케이블카로 더 유명해졌다.
그거 공사할 때 저게 돈이 되려나 했는데 교통의 발달과 관광의 힘이란 게 참 신기하다.
여수 관제사님들의 배려 속에 입사하고 한달만에 출산휴가를 갔다.
출산휴가 3개월이 끝날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3개월을 더 육아휴직으로 쉬고 복직을 했다.
입사하자마자 개인 사정으로 일을 제대로 못했음에도 잘리지 않는 직장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위로가 되었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차별 같은 것도 없었다.
정말 많이 배려해 주셨고 내가 시댁에 살며 고생한다고 오히려 더 챙겨주시려 했다.
그런 따뜻함과 다정함 속에서 관제를 배워나갔다.
여수는 전국 항만 중에서 3번째로 큰 항만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걸 기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상선 사관 출신으로써 당연히 수출입 화물 물동량 기준이다. (해경 기준에서는 다르다...)
부산항이 당연히 제일 컸고, 그다음이 인천항, 그다음이 여수광양항이다.
여수광양항은 한마디로 말하면 모든 종류의 상선이 입출항할 수 있는 항만이다.
화학산업단지가 있어 케미컬 운반선도 많지만, 석유비축기지도 있어 원유 운반선, 석유제품운반선도 있고, LNG기지도 있다.
당연히 컨테이너선, 자동차운반선, 석탄운반선, 벌크선 등도 있다.
이렇게 모든 종류의 상선이 다 입항하는 항구가 드물다.
항만 자체의 규모가 크기도 하지만 지형 특성상 개발하기 좋았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옛말에 목포에서 주먹자랑하지 말고, 순천에서 인물자랑하지 말고, 여수에서 돈자랑하지 말랬다고...
여수가 산업단지 발달 때문이 아니라도 이전부터 어업 발달로 부자들이 많긴 했던 거 같다.
아무튼 모든 선종이 입항하다 보면 선종별로 조종 성능이 다르다는 걸 항상 염두하고 있어야 관제를 잘할 수 있다.
변침이 자유로운 정도와 속력 조종이 가능한 정도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어야 선박들의 순서를 조종하고 추월관계를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종별로 요구하는 관제 관심도가 다르다.
위험화물 운반선 일 수록 특별 정밀 관제를 요구한다.
해경함정의 호송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도선사 추가 승선 및 터그보트 추가 요청도 있다.
이런 경우 다른 선박들에게 속력을 줄여달라는 등의 양보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불평불만을 우리가 받아내야 한다.
그래서 여수광양항이 다른 항만보다 관제가 조금 더 어려운 항만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상선 쪽 진로와 어선 조업구역이 분리가 잘 되는 편이었다는 것이다.
실습 항해사 시절에 여수를 정말 뻔질나게 드나들었고, 2,3항사 때에도 벌크선과 컨테이너를 타고 입항해 본 경험이 있기에 항만 상세를 익히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실전에서도 솔직히 어렵지 않았다.
첫 충돌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관제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현직에 있다 보니 말을 가려해야 한다는 생각에 쓰기가 어렵네요. ㅜㅜ
자꾸 불평불만만 쓰고 싶어 져서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