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복단재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메리 Oct 10. 2023

18.재혼 전 남자 부모님께 먼저 인사를 가게 된 이유

재혼도 시댁이 제일 걱정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재혼해 살고 있습니다.

로맨스 스캠 주의!

우리가 연애를 시작하고 하도 줄기차게 만나다보니 양가 부모님들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머님이 어느 날 참다참다 물었다.

- 니 만나는 아 놈팽이가?

혹시나 순진한 아들이 또 어디 사기꾼 여자에게 걸렸을까 걱정되셨나보다.

아들이 허구헌 날 데이트하러 나가는 듯 하니 걱정되셨을 만도 하다.


그래서 남편이 공무원이라고 놈팽이 아니라고 해도 의심을 하며 절대 믿지 않으셨다.

- 회사는 가본거냐!

- 사기 아니냐!

- 그런 여자가 널 왜 만나냐!

등의 질문들이 쏟아졌고 귀찮은 남편은 대충 대답하고 무시해버렸다.

그래서인지 인사를 드리러 가는 날에도 의심을 거두지 않으셨다.

아니 결혼할 때까지도 의심하셨던 것 같다. ㅎ


그건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진짜 말수도 없고 참견도 잘 안하는 엄마가 물어봤다. 

- 그 남자는 일도 안하니? 혹시 백수니? 

내가 연애 초반에 엄마한테 이번 남자는 다~ 좋은데 외모가 고민이라고 어떻게 해야겠냐고 물어보니까

외모보다 사람이 중요하지 않겠냐고 알아서 하라고 하셨는데,

그런 딸이 맨날 나가니 도대체 어떤 남자기에 일도 안하고 데이트만 하나 걱정되었나 보다.

뭐 회사 이름을 말해도 외국계라 모를거라 엔지니어라고 설명해주었는데도,

엄마는 혼자 그런 회사가 어딨냐며 투덜투덜 중얼거리셨다.


그렇게 양가 부모님들이 한창 궁금해 할 무렵,

나는 남편이 내가 생각하는 결혼에 필요한 대부분을 만족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니까 내 아이들이 모두 남편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됐을 때,

남편 쪽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기로 했다.


남편은 이전 결혼생활에서 고부 갈등으로 힘들었기에 나에게 끊임없이 경고를 했다.

자기 엄마가 보통이 아니라고 계속해서 경고를 했다.

그런 경고를 받을 때마다 구체적으로 왜 그러는지 물어봤는데 내 입장에서는 그게 왜 문제될 일인지 이해가 안 됐다.

솔직히 이야기를 들을수록 시어머니 성격이 나랑 똑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서, 오히려 남편보고 나중에 내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그렇게 싫어할 거냐고 반문했다.

남편도 내 성격과 자기 엄마 성격이 비슷하다는데 동의하긴 하는지 어쨌든 걱정을 많이 했다.

뭐 어른들이 다 그렇지.

뭘 그렇게 오버하나 싶었다.

그러니 이젠 내가 내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볼 때가 되었다.

정말로 그렇게 별난 시어머니인지.

남편이 외동이라 엄청 애지중지 키운 건 맞는 것 같은데, 시부모님이 얼마나 자기 아들만 위할지는 부딪쳐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남편의 부모님은 재혼에 적극 찬성이셨다.

그래서 남편이 티가 나게 연애를 시작하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엄청 궁금해하시며 얼른 보고 싶어하셨다.

내가 마침내 인사를 드리러 가겠다고 하자 남편은 바로 만남을 주선했다.


우리 엄마는 여자 쪽 집인 우리 집에 인사하기도 전에

남자네 집에 먼저 인사 갔다고 계속 투덜거리셨지만
이건 순전히 내 판단이었다.

엄마는 애초에 그렇게 빨리 볼 생각도 없었기도 하고 내 재혼에 반대입장이었으니 마지막 관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시댁을 보고 감당할 만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진짜 결혼할 만한 남자라고 생각이 들면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 때까지도 남편이 하도 자기 엄마에 대해 경고를 해대니 나도 걱정은 됐었나보다.

시댁에 가보고 정말로 아니었으면 어찌됐을지 모르겠다.

다 자기 기준에서 보기 때문에 솔직히 나는 시부모님이 노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도대체 뭐가 문제랴.

오히려 만나면 밥을 사주시는데 ㄷㄷㄷ

평소 맏며느리감 같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하도 많이 들은터라 왠만한 어른들은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시댁에 드릴 선물과 꽃다발을 고르고 양 손에 들고 최대한 단정하게 차려입고 인사를 드리러 갔다.

과연 이번에는 고부갈등이 없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17.남자의 눈물에 사랑을 느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