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만 많아지는 상황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재혼해 살고 있습니다.
이제 진짜 결혼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남편의 부모님은 어서 결혼하길 바라셨다.
그런데 우리 엄마나 딸은 결혼까지는 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귀는 거 좋고 그 남자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겠는데 그래도 결혼은 좀 그렇지 않냐는 입장.
그냥 연애만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태도였다.
당연히 나를 위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친정엄마나 딸에게 생길 변화도 싫었던 게 아닐까?
이미 오랫동안 세 여자끼리 살아온 집이었는데 낯선 남자가 들어온다는 건 생각만 해도 불편하다.
그래도 나는 결혼이 하고 싶었고 그러면 어떤 형태로 살지가 무척 고민이었는데 현실적으로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문제는 내가 교대근무를 하느라 밤에 집에 없는 날이 많다는 것이었다.
딸이 나이만 초등학교 5학년이지 여러모로 어렸기도 하고 할머니와 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보니 둘은 꼭 같이 살아야만 했다.
또한 엄마도 마찬가지로 태어났을 때부터 손녀를 키우면서 애틋하기도 했다.
나는 이제 겨우 60인 엄마가 자식들한테 얽매이지 말고 훌훌 자유롭게 살았으면 했지만, 엄마는 스스로를 제한했다.
이제 와서 자기가 무슨 일을 하겠냐는 거다.
용돈은 자식 셋이 십시일반 모아서 주고 있고 국민연금도 조금이지만 나오니 생계유지가 아닌 취미생활만 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가 사회에 나가는 걸 두려워하는 느낌이었다.
안타깝긴 했지만 강요할 순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남편은 나의 그런 고민을 덜어주었다.
어떤 형태로 살든 자기는 좋다고 내가 편한 대로 하라고 했다.
자신은 장모님이나 내 딸과 같이 살아도 편히 잘 살 수 있다고 했다.
정말 고마웠다.
남편이 나는 좋아하지만 내 가족들을 불편해한다면 그것만큼 힘들 일이 어딨 을까.
그래서 내 친구들은 남편이 대단하다고 어떻게 장모님이랑 같이 산다고 하냐고 놀라워했다.
물론 남편은 그게 뭐가 어려운 거냐며 내 친구들의 반응에 더 놀라워했다.
시댁에서는 아무래도 우리가 분가해서 살길 원했다.
의외로 딸도 그랬다.
엄마가 결혼하는 게 싫긴 하지만 자기가 반대한다고 들을 것도 아니지 않냐면서, 그냥 엄마랑 아저씨 따로 살고 자기는 할머니랑 살겠다는 것이었다.
자기네 집에서 저녁 먹고 놀다가 잠은 분가한 집에서 자라는 얘기였다.
사실 나는 분가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친정엄마랑 사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살아본 사람만 알 거다.
물론 집안 살림 다 해주고 딸을 잘 보살펴주는 건 너무 고맙지만, 그건 그거고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다.
다 큰 성인이 통금 시간이 있고 어디 나가는 것도 눈치 봐야 하는 등 자식 걱정이 태산인 부모님의 휘하 아래에 사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내심 분가를 할까 싶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엄마가 강력하게 반대를 했다.
돈이 이중으로 든다는 것이었다.
또 그렇게 되면 내가 일하랴 살림하랴 힘들게 뻔하다는 것이었다.
속으로 살림은 남편이 다 할 것 같았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엄마는 남자는 결혼하면 변한다고 기대하지 말라고 할 게 뻔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골치가 아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