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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건쌤 김엄마 Dec 20. 2021

"선물이에요. 그런데 한 마리는 죽었어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건넨 파란 봉투

덜 닫힌 문틈으로

한 아이가 빼꼼히

보건실 안을 쳐다보고 섰다.

오늘은 또 어떤 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려는 까?

학생들로 붐비는 걸 보더니 

이내 스윽 물러난다.

다음 쉬는 시간에

다시 오려나보다.




"박새는 참새목이에요. 참새목

찌르레기 흰 반점이 있어요. 반점

개똥지빠귀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에

겨울을 나는 그 그 겨울새예요.

까치는 둥지, 둥지를 만들어서

곳에서만 산대요. 거기서만요.

해충을 잡아먹는 익조라고 해요.

익조라고 아세요? 좋은거예요.

제비는 야생 새예요. 야생 새

귀엽지만 집 안에서 키울 수는 없어요."


"선생님도 새 좋아하세요?

새들은 참 예쁘고 새는 신기해요.

오늘도 새에 대해 연구해봤어요.

도서관에서 책도 찾아봤구요.

도서관 가보셨어요? 도서관이요.

수업 시간에는 그렸어요. 제가요.

새 그림을 그리고 색칠도 했어요.

저 갈게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네에"




맑고 순수한 저 아이가 하루를 밝혀준다.

주제는 '새' 이야기로 늘 한결같지만

땡그란 눈과 야무진 입술로

모노토너스하게  쏟아낸다.

자폐증이 있어 특수학급에서

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지내는 아이

하루 10분 이내의 시간이지만

매일 같은 시간 찾아오는 아이


가슴 아픔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봐하는데

자폐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저 착한 아이를 바라보며

기특했다가 안타까웠다가

반가웠다가 걱정한다.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한 세상

저 학생이 안녕하길 바라며




"선물이에요. 선물받을래요? 선물

선생님께 드리고 싶어서 제가

제가요 직접 만들었어요. 직접

새 가족 이야기예요. 새 새들이요.

알은 모두 네개예요. 보세요. 여기요.

암컷 세 마리와 수컷 한 마리가 태어났는데요,

막내 수컷 한 마리가 죽었어요.

엄마와 누나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다 같이 행복하게 잘 살면 좋을 텐데,

슬픈 일은 언제나 생기잖아요. 슬퍼요.

그래도 세 마리가 무사히 잘 자라서

어미새와 함께 하니 참 다행이에요."




카드를 만들고 전해주는

학생의 마음이 느껴져

쿵하고 감동을 받았다.

아이에게 감사를 전하고

살포시 안아주었다.

예쁜 손 살짝 잡고 흔들어

악수를 나누었고,

다시금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내가 평생 받아본 크리스마스 카드 중

단연코 가장 신선하고도 감동적이었던

새 가족사 크리스마스 카드를

브런치에 남겨본다.




Thank you &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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