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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건쌤 김엄마 Nov 27. 2021

생리대는 보건실에

교내 생리대 무료자판기 설치가 늘어나고 있어요.

보건실에는 각자 여러 가지 이유들로 방문한다.

대부분은 어디가 아파서 다쳐서 오고, 그냥 오거나 심심해서 들리기도 한다.

친구가 많은 아이들은 친구들을 더 데리고 오기도 하는데, 여유가 있을 때 잠시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탈히 나누다 보면 그 후에 너무 자주들 몰려와서 곤혹을 치를 때도 있다. 짧게는 2~3분 길게는 1시간씩 머무는 아이들과 그때그때 맞닥뜨린 이야기를 주제로 하여 대화를 나누고 나면 기억에 남는 학생도 있고, 금세 잊히는 학생들도 있다. 반면 학생들에게 자신과 대화를 나누었던 보건 선생은 학교에서의 한 이벤트 조각이 되어 나름대로는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운 상황은 바로, 학생은 나를 기억하지만 나는 그 학생이 가물가물할 때! now&here를 인지하며 그 학생을 진심으로 바라보고 들어주고 지지해주었으나, 1대 수백이다 보니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스르륵 잊히는 일이 다반사이다.


2년 전 어느 초등학교 보건실. 5학년인 은서는 또래보다 키는 작지만 통통한 편이다. 그 학교는 한 학년에 세 학급뿐인 작은 학교여서 웬만한 학생들은 거의 이름을 알고 있다. 서울시내 초등학교에서도 제법 아니 상당히 작은 학교이다. 은서는 조용한 편이고 보건실에 온 적이 없어 처음 보는 학생이었다. 얌전하고 그냥 통통한 5학년 여학생이었다.


초등학교에는 초등교육용 보건 수업이 진행된다. 규모가 큰 학교에서는 두 학급씩 모아 남녀 구분하여 성교육을 실시하거나, 영상 수업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은 학교에서는 훨씬 질적인 수업이 가능했다. 예산도 넉넉하여 보건수업 기자재가 풍부했고, 학생수가 적다 보니 수업이 효율적이었다.


학생들은 남녀 신체의 다른 점, 신체의 성장과 2차 성징, 남녀의 성, 임신과 출산 등을 교육할 때 가장 관심을 가진다. 진부한 주제이면서 신선한 주제이다. 눈이 반짝반짝하고 입꼬리가 오르락내리락하며 한 마디씩 하고 싶어 하지만, 쑥스러운 듯 무관심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학생들도 많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보건교육에서의 성과 건강 파트는 교과서 중심으로 영상매체와 실습도구들을 총동원하여 쉽게 접근한다. 와이 책을 통해 이미 지식이 충만한 초등 5, 6학년 학생도 있고, 아주 기본적인 내용도 잘 모르고 있는 학생들도 있어서 적당한 기준점을 파악하여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사실 보건교사의 역량도 중요한데, 요즘 젊은 선생님들은 정말 열정적이고 다재다능하여 수준 높고 알찬 교육을 많이 시행하시는 것 같았다. 보건교사 사이트를 통해 정보도 교류하고 학회나 연수를 통해 꾸준히 보완 해나가지만 말이다.


각설하고,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또 더 현명하셔서 초등 고학년 여학생에게 생리와 신체변화에 관해 많이 알려주신 듯하다. 이미 생리를 시작하여 목걸이를 선물 받았다는 아이, 꽃과 케이크를 받았다는 아이도 제법 있고 어설프지만 생리대 사용법과 대처방안도 나름대로 배워본 적이 있는 아이들이 제법 있었다.


학교에서 보건실의 역할은 참 다양하다. 교실에서 쓰러지면 0순위 출동, 교직원이 찾아와도 뭐든 해결, 운동장에서 넘어지면 물품 챙겨 초고속 출동, 시험감독도 하고, 수업도 하고, 회의도 하고, 보건실에 오는 아픈 아이들 살펴주기 그리고 코로나 관련 방역의 모든 논의점의 한가운데에 함께 서있다.


그래도 가장 기본은 아픈 아이들 잘 보살펴주기! 찾아오는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이다.


어색한 듯 당황한 눈빛으로 보건실을 찾아온 은서.

난데없이 첫 생리가 학교에서 시작되었다.

당황했지만, 다행히 어떤 상황인지 짐작하고 있던 그 차분한 아이는 보건실에 와서 도움을 요청했다.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고 무사히 지낼 수 있도록 조치해주고, 어머니께도 연락드려 통화를 했다.

간혹 일어나는 일이다.

혹시 그런 일이 생기면 보건실에 가도록 잘 알려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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