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냉장고 정리를 하자.
내 삶의 흔적들을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하여 말끔하게 정돈해두자.
서랍과 옷장, 창고 정리를 하고, 낡은 옷 안 입는 옷도 갖다 버리자.
추억이 될만한 소중한 물건들은 수납함에 잘 넣어 이름표와 날짜 붙여 소중히 간직해보자.
웹사이트의 비밀번호들과 보험 서류 통신사와 카드사 관련 내용도 한 번쯤 중간 정리를 해보자.
나의 귀여운 아이들에게 할 말도 남겨보자.
만약 어느 날 내가 갑자기 불의의 사고로 사라지게 된다면
그렇게 남겨질 내 아이에게 당부의 말이라도 남겨두자.
아이가 열 살, 열네 살, 열일곱 살, 스물다섯이 될 어여쁜 그날들을 떠올리며 서너 줄씩이라도 남겨보자.
정리를 하고 말끔하게 정돈하는 것이 목표일 뿐
유서랍시고 너무 깊이 감정 이입하여 눈물범벅이나 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연을 이어나가고픈 소중한 이들에겐 종종 안부를 남기자.
사십오십육십을 바라보며 걷는 길에 부담스러운 자 불편한 자와 굳이 굳이 엮일 일 뭬있으랴
사람도 주변도 맘먹고 단장해보자.
이미 거리가 생긴 시절 인연에게 어설프게 단교 절교를 날리는 모자란 짓은 부디 하지 않길
거리는 신경 쓰임을 초래하고 곧 불편해지지만 이내 잊힌다.
연락하지 않고 살아도 살아지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잊히는 게 맞는 것 같다.
내가 이 세상에 무사히 머물다 갔음을 나 스스로 확인 도장 찍는 기분으로 나만의 작은 매듭을 지어보자.
욕심내거나 서두르지 말고
남들이 어찌 사나 너무 많이 의식하지도 말고
조용하게 차분하게 그렇게 정리정돈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