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 타파스 가게에서 만난 부부

Part 1. Seville

by 윤래블

타파스는 스페인의 전통 음식 중 하나로 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는 소량의 음식이다. 이 타파스는 가격도 저렴한데 음주를 사랑하는 나에게 술과 함께 곁들여 먹기 정말 좋은 음식이다.

Espacio Eslava

세비야에 타파스 경연대회1등 한 식당이 있다 해서 숙소에서 20분을 걸어갔다. 1등 맛집이라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다. 도착했을 때는 자리가 없었고 어플로 웨이팅을 걸어놔야 했다. 사실 1명이라 바로 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웨이팅을 해야 한다고 하니 망설여졌다. 일단 웨이팅을 걸어놨고, 잠시 고민하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그냥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5분 정도를 이동했을 때 자리가 생겼다고 문자가 왔다. 그 문자를 받고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또 고민했다. 자주 올 수 없는 세비야이기에 언제 또 먹어보겠냐!는 생각으로 돌아온 길을 급하게 걸어갔다.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끌라라 한잔과 맛조개 타파스를 주문했다. 그런데 맛조개를 주문하니까 웨이터가 너무 단호하게 설명도 없이"Nope!"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맛조개가 안된다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친절하다고 소문난 식당에서 단호한 NOPE! 에 두 번 당황했다. 그래도 침착하게 다시 주문하게 위해 메뉴판을 확인하는데 메뉴판은 전부 앓다 죽을 스페인어로, 무엇을 시켜야 할지 몰라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그때 내 오른편에 여러 타파스를 먹고 있는 스페인 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어렵게 얻은 자리고 배고프니 꼭 여기서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옆에 앉은 부부에게 영어로 내가 여기가 처음인데 음식 추천 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묻기 전에 호의 적이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했으나 부부는 너무 친절하게 메뉴랑 이 타파스 식당에 대해 설명해 줬다.


눈물의 빵 위에 노른자 타파스

추천해 준 메뉴는 2개인데, 첫 번째 타파스는 바지락 술찜 같은 음식이었고, 두 번째 타파스는 빵 위에 계란 노른자가 올라간 타파스가 있다고 추천해 줬다. 처음에 설명을 해줬을 때 '빵 위에 노른자라..? 그걸 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추천을 해주니 먹어보았다. 두 번째 타파스가 나오고 의심 반/호기심 반으로 한입을 넣은 순간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동그란 눈으로 고개를 계속 끄덕이며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부부는 웃으며 행복해서 눈물이 날 것 같지 않냐고 말했다. 정말 행복의 눈물을 흘릴 뻔했지만 왜 저들은 이 타파스를 그렇게 밖에 설명을 못했는지 화가 났다..!




2개의 타파스와 디저트까지 먹으며 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부부는 카디스에 살고 딸이 세비야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서 선물도 살 겸 세비야로 잠시 휴가를 왔다고 한다. 남자분은 건축가이고 여자분은 약사였다. 그들에게는 2명의 딸과 1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혹시 지금 삶이 행복하냐고 물으니 3명을 낳은 거는 미쳤다고 하지만 사진을 보니 행복해 보였다. 나는 요즘 한국 젊은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다고, 나 또한 그러고 싶다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나에게 ‘Three Magic Kings’에 대해도 이야기해 줬다. 스페인 사람들은 산타대신 ‘Three Magic Kings’을 믿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아닌 ‘Three Magic Kings’에게 편지를 쓴다고 한다. 알고 보니 ‘Three Magic Kings’는 동방박사였다.


그들은 나에게 말미잘 튀김까지 맛 보여주고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리고 나는 홀로 남아 오렌지 초콜릿 무스를 다 먹고 나서 그 자리를 떠났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고,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아 20분 동안 비를 홀딱 맞고 숙소까지 걸어갔다. 하지만 비를 맞아도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기대했던 맛조개를 먹지 못했지만 그 이상의 것을 얻은 기분이었다. 이름도 모르고 또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부부였지만 이번 세비야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다. 항상 이런 예상치 못한 일들 덕분에 여행의 의미를 더 크게 해주는 것 같다.


이름도 모르지만 이방인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멀리서 당신들의 행복을 빌게요. 그리고 한국 가면 스페인어를 배우고 이번 12월에 또 갈게요, 세비야.

Muchas Gracias, Adió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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