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Seville
해외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어학연수 생활동안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의 나이는 모두 다르다. 나보다 6살 어린 나의 소울메이트 라오라, 이미 40살을 훌쩍넘은 일본인 부부 노리&미카, 신기하게도 이들과 이야기할때는 이사람이 어려서, 이사람은 나이가 많아서 라는 편견없이 온전히 그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받아드릴 수 있다. 그래서 해외 여행을 가면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싶은 자신감이 생긴다.
세비야를 처음 여행 갔던 2018년 겨울, 또 다른 외국인 친구를 만났다.
스페인 광장에서 멍을 때리며 앉아 있는데 대학생 같은 2명의 스페인 남자들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아무 생각 없이 멍을 때리고 있던 나에게 다가온 2명의 남자들은 세비야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였다. 그들은 지금 과제를 하고 있었고 나에게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부터 인터뷰를 해본적이 없는 나는 당황스러웠고, 한명은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한명은 마이크를 들고 나에게 질문을 했다. 짧은 인터뷰를 끝내고 마이크를 들고 있는 친구가 나에게 어디 나라 사람이며 왜 세비야에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가기 전에 인스타그램을 하냐며 아이디를 물어봤다. 이번에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인스타를 따였다.
나쁜 친구 같지는 않아서 인스타를 서로 팔로워했다. 그리고 1시간 후에 그 친구에게 DM이 왔었다.
각자 짧은 자기 소개를 하고 다음날 점심쯤 만나서 술 한잔하기로했다. 그친구는 역시나 나보다 7살이 어리고 이름은 Ivan이다. 그렇게 우리는 정말 사심 하나 없이 친구가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 종종 연락을 하고 2019년 12월에 다시 세비야를 여행했다. 그때는 Ivan의 여동생과 함께 한식당을 갔고, 여동생은 나를 직접 그려 선물했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도 함께 소개받고 사진도 같이 찍었다. 그들은 우리 가족보다 더 따뜻했다. 그 따뜻함이 고마워 한국에 돌아와 Ivan 에게 한국 물품들을 한 박스 보내줬다. 코로나로 택배가 잘 도착할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도착했다.
코로나로 하늘 길이 막히는 동안 Ivan과 여동생 Aan와 디엠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냈다.
그리고 작년 2022년 12월에 3년만에 세비야를 여행했다. 항상 그들에게 곧 세비야를 가겠다고 입버릇 처럼 이야기했는데 3년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에는 Ivan과 Ana, 그리고 그들의 가족 선물까지 준비해갔다. 우리는 내가 지내고 있는 한인민박집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한식당을 갔고 치킨, 비빔밥, 만두를 맛있게 먹었다. 음식을 다 먹고 세비야 거리를 나와 크리스마스 라이트 장식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나와 Ana의 사진을 찍어주는 Ivan의 모습을 보고 영락없이 그냥 착한 오빠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렇게나 숫기없는 아이가 어떻게 나에게 말을 걸고 인스타를 물어봤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Ivan은 엄마 아빠가 나를 보고싶어한다며, 아빠의 생일에 저녁 식사를 하러 가기 전 잠깐 만나 차한잔 하자고 했다. 그런데 차를 마시러 가는게 아니라 세비야 대성당이 보이는 Bar를 데려갔다. 아빠의 생일이라고 하여 모자를 준비했고 스페인어로 생일 축하한다고 말했다.
영어를 잘 못하시는 엄마 아빠를 위해 Ana가 통역을 해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내가 12월에 결혼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엄마는 나에게 결혼 선물로 Wedding Garter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스페인에서는 결혼식날 신부가 허벅지에 Garter라고 부르는 끈을 착용하는 전통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내 허벅지 사이즈를 재서 알려주면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몇개의 재미있는 스페인어를 배우고 우리는 Bar를 나왔다. 그리고 나에게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겠냐고 제안을 하셨는데 왠지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정중히 거절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길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왜 갑자기 뭉클해지는지.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1명씩 포옹을 하고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그냥 길거리에서 만나 우연하게 친구가 된 이방인인데 나에게 너무나 따뜻하고 애정이 가득하게 대해주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이런 좋은 사람들을 1년에 1번 밖에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퍼져서 숙소에 돌아가 민박 식구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평생동안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이제 우리 모두 친구가 되었으니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