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은 참 정신사납다. 휴대폰 때문이다.
내 휴대폰에는 볼거리, 들을거리가 넘쳐난다.
수많은 지인들의 일상이 실시간으로 업로드되는 SNS, 각종 경제 뉴스레터 등 사람 사는 이야기로 와글와글거린다.
음악 어플에는 좋아하는 노래를 몇백개 담아놓았다.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지루할 일이 없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담배 피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1-2시간에 한번씩 피러 나가고, 식사 전후로도 핀다.
왜 그렇게 자주 피나 했더니, 담배가 주는 안정감이 일종의 기본값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특정 시간이 되면 담배를 피게끔 신체적, 심리적인 프로그램이 맞춰진 것이다.
어떻게 보면 휴대폰이 나에게는 담배 같은 물건일지도 모른다.
휴대폰을 너무 보고 싶어서 본다기보다는 특정 상황이 되면 폰을 습관적으로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자기 직전, 대중교통, 밥 먹을 때는 항상 폰과 함께 한다.
폰을 잠깐씩 볼 때도 있지만, 30분 넘게 연속으로 볼 때도 많다.
그럴 때는 휴대폰 속 작은 세상이 주는 안정감에 이미 압도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잠시나마 그 세상에 스스로를 가두고 보고 싶은 것을 보며 즐긴다.
이렇게 폰을 일상의 작은 도피처로 삼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폰을 멀리하기로 마음먹게 된 몇 가지 계기가 있다.
먼저, 길을 갈 때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폰을 전혀 보지 않는 어떤 분을 알게 되었다.
보통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는 모두가 일제히 폰을 보고 있는데 그 분은 가만히 허공을 보고 있다.
심지어 이어폰도 안 끼신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담백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본받고 싶었다.
폰을 통해 쉴새없이 공급받는 정보의 양을 줄이고 감각의 창구를 비우고 싶어졌다.
두번째, 일을 더 즐겁게 하기 위해서다.
회사에서 일이 없을 때는 습관적으로 폰을 본다.
특히 요즘 주식을 시작하면서 더 폰을 자주 보게 되었다.
그런데 업무시간에 폰을 자주 보니, 업무 능률이 떨어지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인턴 초반에는 작은 일도 즐겁게 했는데, 입사한 지 3개월이 다돼가는 지금, 내 일에 대한 권태기가 조금씩 오고 있다.
그런데 권태기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이 바로 폰이라는 확신이 든다.
적어도 업무 중에는 공부 목적(뉴스레터 읽기 등)이 아니라면 폰을 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자.
또는 공부할 자료를 프린트해가서 활자를 보며 공부하자.
휴대폰 밖의 세상은 휴대폰 안의 세상과 많이 다르다.
휴대폰 속 세상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을 수 있다.
말하자면 내가 왕인 셈이다.
그러나 진짜 세상은 휴대폰 밖에 있는 세상이다.
이 세상에서는 내가 왕이 될 수 없다.
예상하지 못한 것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나의 저변이 넓어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더 넓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휴대폰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집에 가면서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지나가는 차와 사람들도 볼 것이다.
안 보던 것들을 보면 새로운 걸 알게 되고, 그 새로운 생각들이 나에게 새로운 색채를 더할 것이다.
'폰 집어넣기'라는 작은 실천을 통해 더욱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