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의 유전자

by 배종영

우주의 형태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그건 아마 동그라미일 것이다.

동그라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속이 빈 동그라미는 굴러가고

꽉 찬 동그라미는 튀거나 날아오른다.

중력엔 모난 곳이 없다 오히려 모난 것들을 주물러 동그랗게 만든

다. 허공은 감싸기를 좋아한다. 하물며 긴 빗줄기도 지상의 첫 대면이

란 동그란 파장이다. 동그라미 하나를 꺼내 놓고 빗줄기는 강이 된다.

날아다니거나 굴러다니는 것들을 쫓고 듣기 위해 눈동자나 귓바퀴가

둥근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흩어지는 파도 소리를 담으려고 소라는

둥근 귀를 나팔처럼 연다. 그러나 눈동자 굴리는 속도로 진실을 따라

잡기는 힘들다. 그래서 동그라미는 가장 공평한 모양이다. 동그라미는

어느 방향의 편도 아니라서 세상 모든 경기들의 스코어를 비웃는다.

할머니들의 등이 땅에 가까워지면서

점점 둥근 우주에 접근한다.

모난 것들은 모서리끼리 티격태격 늘 요란하지만

둥글게 화해하면서 고요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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