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제를 직면하고 성장하는 시간
육아휴직 중 제가 가장 열심히 하는 일 중 하나는 동백이(첫째 아이, 4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온 후 놀이터에 가는 거예요. 날씨만 괜찮다면 거의 매일 놀이터에 가는데, 그곳은 단순히 신체 활동을 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해요.
동백이는 집에서는 장난꾸러기지만,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있으면 얌전해지는 일명 '방구석 장군'이에요. 놀이터에서 어린이집 친구들과는 비교적 편안하게 노는 편이지만, 다른 친구들과는 쉽게 섞이지 않는 모습도 자주 보여요.
제가 놀이터에서 겪었던 몇 가지 상황을 공유해 보려 해요.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들이 많더라고요.
1. 규칙을 지키는 것 vs.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한 번은 미끄럼틀에 "올라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어서 동백이에게 그 규칙을 알려주었어요. 그런데 더 큰 형들이 거꾸로 올라가면서 놀고 있더라고요. 동백이는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중에 형들이 거꾸로 올라오니 당황한 얼굴로 울먹이며 "형아들이 거꾸로 올라와!"라고 말하며 저에게 달려왔어요.
그때 저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만 알려주면 원칙주의적인 사고가 자리 잡을까 걱정돼서, "형아들도 거꾸로 올라올 수 있는 거야"라고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어요. 돌아보면, 동백이가 느꼈던 억울함을 더 공감해 주지 못했던 것이 아쉽더라고요. "네가 맞아. 누군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고 있을 때는 거꾸로 올라가면 안 되는 거야. 형아들이 그걸 몰랐던 것 같아." 이렇게 말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죠.
2. 내 권리를 주장하는 법
한 번은 모래놀이를 하러 놀이터에 페트병과 플라스틱 용기를 챙겨갔어요. 동백이가 즐겁게 모래로 놀고 있었는데, 다른 친구가 와서 같이 놀기 시작했죠. 그런데 그 친구가 놀잇감을 사용하지 않길래 동백이가 "이제 내가 이거 가지고 놀래."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 갑자기 "안돼! 가지고 놀지 마!"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고, 결국 그 상황을 잘 해결하지 못했어요. 그때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제 모습을 동백이가 보고 배운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해요.
지금 돌아가서 다시 그 순간을 마주한다면, 그 아이가 민망하지 않도록 "이건 우리가 가져온 거고, 너에게 잠시 빌려준 거야."라고 부드럽게 말해주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법도 함께 가르쳐 주고 싶어요.
3. 나의 불쾌함을 표현하는 법
동백이가 물이 담긴 페트병에 모래를 넣으며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한 여자아이가 발로 그 페트병을 차서 흙탕물이 동백이 얼굴에 튀는 일이 있었어요. 그때 동백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서 있더라고요. 제가 그간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서 그런 건 아닌가 싶었어요. 다행히 옆에 있던 다른 어머니가 상황을 바로잡아주셨죠. 그분은 동백이에게 "너도 하지 말라고 말해야 해"라고 가르쳐 주셨고, 페트병을 찬 아이에게는 "미안하다고 해야지"라고 말해주셨어요. 그 순간 정말 감사했어요.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과의 충돌을 피하려고 양보하거나 그냥 넘어가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육아를 하다 보니 무조건 피하는 게 답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내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는 동백이에게 그런 지혜를 가르쳐 주기 위해 저도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 경험한 작은 에피소드들이지만, 그 안에서 많은 배움이 있더라고요. 앞으로도 동백이와 함께 성장해 나가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