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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이에게 화가 날까?

나의 진짜 마음은?

by 피치머니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뇌과학자 장동선 님이 "왜 가족에게 더 화가 날까?"에 대해 설명한 영상을 보았어요.

​요즘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화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제 모습이 떠올라 공감이 가더라고요.

장동선 님에 따르면, 남남일 때는 타인의 눈치를 보지만, 가족처럼 ‘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뇌가 상대를 내 신체의 일부로 여긴다고 해요. ​그래서 상대에게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그 사람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화가 나는 거라고 하더군요.


요즘 동백이(4살 아들)에게 매일 화가 나는 저 자신을 보며, 그 말이 얼마나 맞는지를 느껴요. 화를 꾹 참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화가 표출되기도 해요.

돌아보니, 꼭 화를 낼 필요가 없는 사소한 일에도 자주 화를 내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날까?'

1. 나의 일거리를 늘릴 때.

물감놀이를 하다가 물감을 엎질러 제가 치우고 있는데, 아이가 돕겠다고 하면서 여기저기 물감을 더 묻힐 때. "제발 좀 가만히 있어!"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옵니다.

2.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계속 우기거나 따질 때.

자다가 울며 일어나 이것저것 요구하다가 제가 다 해줘도 더 크게 소리치며 떼를 쓸 때도 화가 나요.

3.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도 계속 장난을 칠 때

동생에게 위험한 행동을 계속하거나, 식탁에 발을 올리는 등 참신한 방법으로 제 잔소리를 유발하곤 하죠.

쭉 적어보니, 결국 '내 말대로 안 할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파니(1살 된 둘째 아이)에게는 화가 나지 않아요.

이유를 생각해 보니, 파니는 아직 제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밥도 혼자 못 먹고, 걷지도 못하고, 똥오줌도 가리지 못하지만, 그런 파니에게는 화가 나지 않더라고요.

아이가 커갈수록 육체적으로는 덜 힘들어지지만, 육아가 결코 더 쉬워지는 건 아니란 걸 요즘 새삼 느껴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어른이 돼서 혼내줄 거야. 누구를 혼낼까?

한 번은 동백이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그 말을 들으니, 아이도 화풀이의 대상이 되는 게 억울하고 힘들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화가 날 때마다 점검해 보려고 해요.

'지금 내가 화나는 이유는 아이가 내 뜻대로 안 따라줘서 그런 걸까?'

그렇게 제 마음을 자주 돌아보고,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깊이 들여다봐야겠어요.

내 뜻대로만 움직이는 아이를 키운다면 육아는 쉬워질지 모르지만, 그게 정말 아이에게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 같아요.

제 말만 잘 듣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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