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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중독》 - 닉 트렌턴

생각이 많은 당신에게 건네는 두 가지 기술

by 최준기



주변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넌 생각이 참 많다.”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니까?”


처음엔 그냥 웃어넘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혹시 내가 생각 중독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중독》.

책 제목 하나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이건 완전 내 얘긴데?” 싶었다.


나는 늘 머릿속에서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곤 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내 행동에 대해 혼자 머릿속으로 변명하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말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했다.

그러고 나면 남는 건 공허함, 아니면 우울함뿐이었다.


그 감정의 밑바닥엔 늘

열등감이나 질투 같은 감정들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혼자서 머릿속으로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고 있었던 거다.


이건 분명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유용하지도 않고, 솔직히 말해 삶에 대한 해악일 수도 있다.

나의 불안정한 성격이나 환경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와서 그걸 핑계 삼는다고 바뀔 건 없었다.

불안은 나의 ‘특질’이 되었고,

나는 그 특질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했다.


책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었다.

그리고 정말 실질적인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5,4,3,2,1’ 기법이었다.


공황 상태가 오면,

뇌는 근거 없는 상상을 현실처럼 믿는다.

근데 그럴 때 오감을 하나하나 꺼내 쓰는 거다.

보이는 것 5가지, 들리는 것 4가지, 만져지는 것 3가지, 냄새나는 것 2가지, 맛보는 것 1가지.

그렇게 감각으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면

두려움은 어느새 뒷걸음질친다.

근거없는 상상 속 불안감에서 지금 현재 나의 감각으로 멱살 잡듯 끌고 오는 것이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라벨링’ 기법이다.

생각에 이름표를 붙여서, 나와 거리를 두는 연습이다.

예를 들어

“아, 또 학교 소설 쓰고 있네.”

“또 연애소설 돌입했네.”

“외모 열등감 소설 반복 중.”

하고 태그를 달아버리는 거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 생각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 내가 쓴 뻔한 대본일 뿐.

그렇게 선을 긋고, 나와 생각 사이에 틈을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생각이 많다.

가끔은 아무 일도 없는데 혼자 마음이 복잡해진다.

근데 이제는 좀 안다.

그건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내가 그냥 ‘조금 예민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서 그렇다는 걸.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고

생각을 관찰하는 쪽으로

나는 조금씩, 조금씩 걸어가고 있다.


반추를 쉬지 않고 지껄여대는 지긋지긋한 오랜 친구라고 상상하며 심리적 거리감을 넓혀보자.
-《생각중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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