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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애틀타쟌 Sep 21. 2024

수업료

시애틀 타잔의 이민 이야기 19


같이 일하던 미스터 불만  이원이  다니던 집에서 나와 룸메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에게는 고물일망정 차가 있었다.

엔진소리가 탱크소리와 맞먹을 정도로 크고 우렁찼다. 

휘발유도 어찌나 잘 먹는지 왕복 출근만 하여도 사흘이 멀다 하고 기름을 넣었다.

기름값을 주고 카풀을 하였는데 헤헤거리며 좋아라 하였다.


어느 날 출근을 하였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 두리번거리던 중 

맞은편 힐튼호텔에 자리가 있어, 옳커니 바로 여기다 하고 주차를 하였는데 

다음 날 아침에 일을 마치고 나와 보니 차가 없더라.

처음엔 도둑을 맞았나 싶어 가슴이 철렁했는데, 

호텔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종이 하나를 주며 씩 웃는 것이 아닌가.

손짓 발짓으로 무엇인가 물으니 너희들은 24시간 프라이빗 파킹랏에 주차를 하여 

토잉카를 불러 너의 차를 토잉 해 갔으니 돈을 가지고 가서 찾아가라고 한다.


처음엔 그 뜻을 몰라 어리둥절하다가 버스를 타고 집에 가서

식료품점 아들에게 물어보니 프라이빗 장소에 주차를 하였기에 차를 끌고 갔단다.

돈을 마련해 물어물어  토잉 컴퍼니에 가서 차를 찾으러 갔다.

밤을 새워 일한 후 졸려는 죽겠는데 차를 찾으려 이리 뛰고 저리 뛰어 찾아오니 오후가 되었다.

신경 쓰느라 스트레스가 솟구쳤는지 각성효과로 피곤한데 잠을 못 자니 죽을 맛이었다.


또 한 번은 스트릿 파킹을 하였는데 저녁에 출근하려 보니 

쪽지가 앞 유리창에 끼어져 있었다.

무엇인가 살펴봤더니  청소하는 날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주차를 할 수 없는데 너희들은 주차하였기에 

벌금을 하사한다. 그러므로  신속히 납부를 하라는 쪽지를 받았다.

사연인즉  특정한 날 거리 청소를 하는데 그때는 주차가 금지였다.

어쩐지 그날따라 도로가 휑하여 웬 떡이냐 하고 주차한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용감하게 주차를 하였더니 청소차가 그 지역을 청소할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요놈들 하고 벌금 딱지를 발부했단다. 

독재하는 나라들은 힘으로 국민들을 겁박하고 위협하며 다스리려 한다.

무섭고 겁이 나서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사람들은 반대심리로 어떻게 하면 위정자들을 골탕 먹일까를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법을 지키는 것이 아닌 피하려 든다.

벌금이 무서운 나라 싱가포르를 떠올리면 깨끗한 도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추석명절에 고속도로 쓰레기 투척 기사를 보았다.

나 하나쯤 버리면 어때? 하는 생각에 적발되면 500만 원의 벌금을 먹이면 어떨까?

의식이 변해야 바뀐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면 갈수록 미국이 살기가 힘들기도 하거니와 바치는 수업료가 만만치 않아

고단한 인생길 더더욱 무겁고 지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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