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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애틀타쟌 Sep 26. 2024

시애틀 타잔의 이민 이야기 21

청소부

볼티모어 동부 끝에서 에너하임  서부 끝까지 가야 하는 여정

때로는 구름바다 위로 때론 구름바다 밑으로 그렇게 쇠로 만든 

새 한 마리는 날고 또 날았다.

난 그때까지도 미국이란 나라가 그렇게 큰 나라인 줄 실감을 못했다.


가도 가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대지는 서른 살 사내의 기를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하긴 미국은 나무만 잘라서 팔아먹어도 600년은 버틴다는 말도 있으니 오죽하랴.


시간이 흐른 후 1995년 10월 난 이경로를 가족과 함께 차로 대륙횡단의 경험을 하게 된다.


다섯 시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숨을 헐떡이던 철로 만든 새는 똥 누듯 나를 LA 공항에 내려놓았다.

맑은 하늘은 솜사탕 같은 구름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고 곳곳의 야자수는 새의 둥지를 

엎어놓아 금방이라도 알이 쏟아질 것 같은 모습으로 서있었고 무엇보다

따사로운 햇살이 마음에 쏙 들어왔다.


손과 발을 동원하여 200백 불을 부르는 아라비아 강도 같은 택시운전수의 호들갑을  

사전에 미스터 공이 알려준 택시비를 알고 있기에 눈을 부라리어  깨갱하게 만들었다.

100불로 흥정을 하여 디즈니랜드 옆에 있는 동네 애너하임으로 갔다.

공 집사 어머니 공 권사는 해바라기 같은 웃음으로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청소일을 하는 공권 사는 마침 한 사람이  결원이 생겨 취직은 

안성맞춤으로  맞아떨어졌다.

공권사의 집은 방이 다섯 개인 단층집이었는데 

그중 하나를 얻어 숙식하게 되었다.


남의 집  청소를 해주는 일이었다.

나와 공권사 그리고 멕시칸 여직원 후디와 한 조가 되어 일을 하였다.

스무 살인 후디는 벌써 세 살 된 딸과 돌 지난 아들하나를 멕시코에 두고 온 엄마였다.

그 옛날 우리의 어머니들이 그랬을 거를 생각하니  마음 한쪽이 아려왔다.


공권사가 주방을 담당하고 후디는 각 방을 담당하고 

나는  화장실과 배큠을 담당하였다.

하루에 많게는 여섯 집 적게는 세 집 정도 하였는데, 일하는 대로 돈이 정산되어

먹는 것 자는 것 빼고 나면 주머니는 늘 추수 끝난 논처럼 허전했다.


청소는 주로 큰 집들을 하였는데 전 세계 인종이 모인 미국이라 다양했다.

제일 많은 것은 역시 백인들이 사는 집이었는데  비교적 깨끗했고 제일 쉬웠고

흑인들 집도 그런대로 괜찮았았다. 

문제는 인도 사람들 그리고 중국사람들 

개중엔 한국 집도 있었는데, 인도 사람들 사는 집에 가면  청소하는 각 사람마다 

식구들이 붙어 감시를 하였다. 

어느 집이든 예외가 없었는데 때론 아이들까지 

동원하여 일일이 따라다니며 감시를 하였다.

일이 끝나면 청소도구를 담는 통까지 들여다본 후 보내주었다.

중국사람들은 주로 대만에서 온 사람들인데 대만에서 국회의원 

그리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평소에 청소를 아예 하지를 않는지 책상마다 먼지요

화장실은 염산으로 닦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고약했다.

그러면서 청소상태가 맘에 안 든다고 다시 하라는 주문에 실소가 나오더라.


문제는  코리안들 솔직히 청소하고 싶지 않은 집 영순위다.

주방싱크는 몇 달은 먹고 쌓아둠직한 설거지가 산더미요,

화장실 빨래 바구니에 반쯤 걸린 팬티며 양말 쪼가리 허며

밤새 머리끄덩이를 하고 싸웠는지 머리카락이 촘촘히 깔려 있었다.

애들 방엔 크레용으로 벽에 산수화를 그려놓고  돈도 많아 웬 장난감이

그리 많은지 방구석구석에 처박아놓았다.

집주인 사내놈은 어떤 면상을 가지고 있는지

곳곳에 담배꽁초요 찌그러진 맥주캔에 여자는 부끄러움도 없나

개짐을 돌돌 말아 버려야 하는데 그걸 그대로 버리질 않나

하여간 욕지기가 나올 판이었다.


그놈의 돈이 뭔지 새집처럼 깨끗하게 하고 나오면

마음은 개운한데 집을 나서면 입에선 씨도 나오고 팔자도 나오더라.

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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