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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Aug 30. 2023

직장인의 회식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

회식은 필요악?

*출처: 구글 이미지

직장인들의 애프터 사무실 문화 = 회식


요즘 MZ 세대들은 회식을 대놓고 싫어한다는 뉴스를 많이 접한다. 사무실에서 공식적으로 일하는 시간 외에 동료 직원, 직장 상사들을 굳이 퇴근 시간 이후에도 같이 얼굴을 맞대고 싶은 사람은 아주 적을 수 있다. 꼰대인 나도 회식은 싫다. 그 시간에 피트니스에서 한 시간을 걷든, 집에 일찍 가서 잠을 한숨 더 청하든 하는 것이 건강에는 오히려 좋다. 사무실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적어도 술로, 그것도 잠자는 시간 빼고 집에 있는 시간보다 더 오래 보는 사람들과 달래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래서 나는 부서를 옮기면 옮기는 과마다 선언을 한다. ‘저는 회식을 안 하겠습니다. 누가 옮겨서 환송회를 하고, 누가 새로 와서 환영회를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하시고, 과에서 공식적으로는 회식을 하지 맙시다’라고.


그러면서도 꼬리표 하나는 꼭 달게 된다. 내가 주도해서 하는 회식은 안 하겠지만, 혹시 저녁 시간에 나와 소주 한잔 하면서 불만 토로나 개인 상담을 원하는 사람이 있거나 삼삼오오 모여서 술 마시다가 과장이 술 한잔 사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면 언제든 지갑은 열 준비돼 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회식은 직장에서 없어져야 할 문화인가?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회식은 필요악이다라고 답하고 싶다. 분명 월급 받는 시간만큼은 일에 집중해서 일하되 편안히 쉴 수 있고 개인사를 처리할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이 있어야 다시 일에 복귀했을 때 집중할 수 있다. 그 옛날 선배들이 ’ 우리 땐 월화수목 금금금’ 이렇게 일하면서 살았다는 자랑 섞인 말을 듣지만, 과연 금금금 하면서 주말도 없이 일하던 삶이 개인적으로 바람직한 것이며, 조직 차원에서 생산성이 세 배나 높아졌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분명 무언가 다른 데 침잠하며 리프레쉬하는 시간이 있어야, 원래의 일로 돌아왔을 때 새로운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다. 반대로 하나의 일에 매몰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져 오히려 일의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만약 오늘 저녁에 야근을 해야 한다면 아무래도 낮에 일과 시간의 집중도가 약해져 느슨하게 보낼 가능성이 있고, 주말에 일해야 한다면 어차피 주말에 하지 하면서 주중을 또 느슨하게 보낼지도 모른다. 반면, 6시에 칼퇴할 수 있다면, 그 시간까지는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마인드를 갖게 될 수 있다. 결국 야근을 하든 주말에 일을 하든 총생산성은 같을지도 모른다.


다시 회식으로 돌아가 보자.


리프레쉬하는 시간을 위해서는 퇴근 이후에 개인의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회식은 악이다. 더구나 지글지글 구운 삼겹살과 돼지기름에 익힌 김치, 거기에 소폭을 마시면 다음 날 숙취로 업무 집중도도 떨어진다.


그러나, 이런 면도 있다. 낮에 사무실에서 일로만 대화하고 회의를 하다 보면 사람 간의 관계가 자칫 무미건조해질 수 있다. 이럴 땐 동료들 간에 개인적인 유대감 같은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일종의 팀 빌딩이다. 그 팀 빌딩의 열쇠가 회식이 될 수 있다.

소주 한잔 기울이고, 술기운을 빌어 속 깊은 개인사를 나눌 사이쯤 되면 낮에 협업하는 것도 자연스러울 수 있다. 오히려 능률이 더 올라가는 신기한 체험을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직원들이 다른 부서로의 전보, 승진, 유학 등 인사와 관련된 상담을 많이 해주는 편인데, 그런 상담도 상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을지 모른다. 아니 일과 관련된 어려움을 토로하고 의견을 듣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어떤 이유든 회식 자리에서는 사무실에서 하지 못하는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는 것을 지금까지 봐 왔다. 비록 술이 과하면 다음날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회식은 필요하다.


결국 회식은 상사로서는 먼저 제안하는 것을 말리고 싶다. 회식을 강압이라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원들이 원할 때는 마지못해 딸려가서 얘기를 들어주고 마지막에는 지갑을 열면 된다. 그것이 상사다.


그래서 나는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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