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회사의 렌터카+보험 끼워 팔기 전략에 속지 말자
해변과 휴양의 도시 니스와 남프랑스 로드를 따라 라벤더, 베흐동 계곡을 보러 떠났다. 주말을 이용한 짧은 2박 3일의 여정이었고 늘 그랬듯이 혼자 가는 여행은 늘 스스로를 채찍질하듯 여기저기를 메뚜기처럼 다녔다. 니스 해변, 샤갈이 잠들어 있는 생-폴-드방스, 베르동 협곡, 발랑솔(라벤더로 유명한 곳이다)을 드라이브하며 헤집고 다녔다. 덕분에 지금 이 순간 그때를 추억할 수 있는 멋진 사진들이 나와 함께 한다.
니스 공항에서 렌터카 강제(?) 보험 들기
남프랑스 여행을 위해 비엔나에서 니스로 떠났다. 위즈 에어로 왕복 30유로.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다. 그리고는 남프랑스 도시들을 다니려고 렌트를 했다. 저가 항공이라 시간대는 그다지 좋지 않아 저녁 7시 넘어 도착했던 것 같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예약한 렌터카를 찾으러 갔더니 이미 앞에 줄 선 사람들이 많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예약 바우처 출력해 온 것을 찬찬히 읽었다. 그러던 중 그제야 눈에 띄는 아주 자그마한 글씨의 주의사항이 눈에 들어온다. '비자나 마스터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나 다이너스 카드는 안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문구였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가져간 카드는 쓸 일이 그다지 없을 것 같아서 온라인 결제를 위해 사진만 찍어 보관했었고, 오스트리아 은행의 체크카드(bankomat)은 우리나라 체크 카드처럼 신용카드와 동일하게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고, 연회비 조금 아끼자고 회사에서 발급해 주는 아멕스 카드만 갖도 있었기 때문이다.
막상 내 차례가 돼서 이렇고 저렇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걱정했던 대로 아멕스 카드 안되고, 체크카드로도 결제를 할 수가 없었다. 차를 빌리지 못하면 렌터카 비용 120유로를 날리는 것은 물론이고, 전체 여행 일정이 망가지게 돼서 직원에게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 그러니 직원 왈, 현금으로 자기네 자동차 보험을 사면 가능하다 한다. 보험료가 130유로 정도였는데, 2박 3일 렌터카 비용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 그래서 보험료 130유로에 보증금 1200유로를 결제하고 차를 받아서 다행히 무사히도 남프랑스 여행의 기억을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었다. 당시의 130유로는 쓸 필요가 없는, 그래서 아까운 돈이었으나 지금 생각하면 돈보다는 경험과 추억을 산 것으로 스스로 합리화한다.
렌터카 예약할 때 보험 가입 vs. 차 픽업할 때 보험 가입
렌터카 예약할 때 보험
Rentalcars.com이나 Expedia.com, 그 외에 여행 예약사이트에서 렌터카 예약을 하면 마지막에 선택해야 하는 것이 보험이다. 렌터카 예약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보험은 크게 보험을 가입 안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부분 커버리지, 풀 커버리지로 나누어 보험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낯선 여행지에서의 차 운전은 신경이 꽤나 쓰이기 때문에 보험은 가급적 풀 커버리지로 드는 것이 좋다. 대략 보험료는 풀 커버리지 기준으로 차 값의 약 1/6 수준이다. 아래 사례는 비엔나에서 일주일간 렌트 가격이 500유로 정도 되는 차를 빌리는 것으로 예약해 봤는데 보험표가 86유로 정도 나왔다.
이렇게 여행 예약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보험은 보통 알리안츠 같은 제3자 보험사가 중간에 끼어서 저렴하게 별도의 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이 렌터카 회사에서 직접 보험에 드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다. 그러나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분명 보험은 Full protection으로 돼 있어서 당연히 사고가 나면 자기 부담금 외에는 전적으로 보험사가 보험처리를 해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자세하게 어딘가에 적혀 있을 조그만 글씨의 보험 조건을 보면 보험처리 금액 한도가 있는 경우가 많다. 차 사고가 나면 풀 커버리지라 하더라도 예를 들어 3만 유로까지만 커버된다라는 문구가 어딘가에 숨어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은 사고가 잘 나지 않기 때문이 이 부분을 그냥 지나치게 된다.
실제로 내가 아는 분의 경우 스페인에서 렌터카를 하고 풀 커버리지 보험을 들었는데도 차가 못 들어가게 도로 가운데 굵은 원통형의 막대를 세워 놓은 것을 모르고 그냥 돌진해서 차 앞부분이 크게 부서졌는데, 가입할 때 몰랐던 보험 한도 때문에 보험 처리를 하고도 500만 원을 내야 했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나도 아이슬란드에 갔을 때 예약 사이트 제공 보험을 들었는데, 보험 한도가 3만 유로인 것을 확인하고는 다른 사이트에서 다시 7만 유로까지 커버되는 보험으로 다시 들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신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다. 사고가 나면 일단 렌터카 회사에서 청구하는 수리비를 다 지불하고, 영수증을 받아서 보험사에 청구해야 한다. 슬로우 슬로우의 문화가 지배하는 유럽에서 보험사에 청구하면 또 하세월이다. 그 긴 시간 동안 겪어야 할 인고의 과정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지만 당장 몇십 유로 차이는 렌터가 가격 등등을 감안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유혹이다.
렌터카 회사에서 직접 보험 가입
사고 났을 때 처리 방식 등이 귀찮다면 조금 비용을 더 내더라도 렌터카를 픽업할 때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좋다. 이 경우에는 사고가 나더라도 아무런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심지어 내가 남프랑스에서 현금 내고 풀 커버리지 보험을 렌터카 회사에서 빌렸을 때 직원이 같이 가서 외관을 확인하는 절차도 안 했다. 직원이 풀 커버리지 보험을 들었으니 차를 긁든 어디가 부서지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자기네들이 보험 처리하면 되니까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보험 관련 꼭 알아둘 것
예약 사이트에서 보험을 가입해도 정작 렌터카를 픽업하러 가면 렌터카 회사에서 자기네 보험을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영업전략은 이렇다. '예약사이트에서 예약한 것을 풀 커버리지라지만 풀 커버리지가 아니다',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하기 복잡하다' 등이다. 그나마 그렇게 얘기해 주면 아주 친절하다. 어떤 경우에는 아무런 설명 없이 당연히 자기네 보험을 가입한 금액을 결제하라고 하기도 한다. 이때 멋 모르고 결제를 했다가는 아까운 돈을 날릴 수 있다. 참고로 유럽에서는 늘 영수증에서 구매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득했다.
어떤 경우는 미리 예약사이트에서 보험을 가입했으면 직원에게 정확하게 '난 너희들 보험 필요 없다'라고 얘기해야 한다. 극단적으로는 보험 자체를 가입 안 해도 차 렌트는 할 수 있다.
꼼꼼하게 렌터카 보험을 챙겨서 이중으로 보험을 들어 돈을 낭비하는 호구는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