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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슈타트 마을, 골목골목 누비다

by 비엔나 보물찾기


할슈타트는 오스트리아 여행을 계획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동선 상에서나 여행 계획에서 빠뜨리지 않는 곳일 것이다.


워낙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유명해서인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급기야는 중국 광동성에 '짝퉁 할슈타트'가 만들어질 정도니 그 유명세는 가히 짐작할 만하다.


자세한 설명은 브런치나 네이버 블로그에 너무나도 많은 글들에 맡기기로 하고 나는 골목골목 다니면서 본 할슈타트의 진정한 '감성'을 전하고 싶다.


햇살 쨍한 날의 할슈타트는 알프스 한 자락의 자연과 하늘과 구름이 어우러져 빚어낸 그림이다. 말 그대로 그냥 카메라만 들이대면 그대로 장면장면이 캘린더에 나와도 손색이 없을 정도니 말이다.


소금광산 투어를 마치고 푸니쿨라(Festungs Bahn)를 타고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마을이다. 할슈타트 메인 마을(?)과는 거리가 있는 동네지만 여기도 운치가 있다.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알프스의 눈이 녹은 물이 할슈타트 호수로 흘러드는 곳 중 하나인가 보다.

새하얀 물보라를 만들어 낼 정도로 세차게 흘러내리는 눈 녹은 물, 그 세한 물결 안으로 바닥의 돌들이 하나하나 다 일 정도로 맑디 맑은 물.


그렇게 그 눈 녹은 물은 할슈타트 호수를 향해 간다.


할슈타트 마을은 주민들 차량 말고는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초입에 주차장이나 주차장이 다 차 있을 경우에는 오버트라운 쪽으로 가는 길 가에 주차하고는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마을 자체가 크지는 않아 초입부터 가게 하나, 집들에 달린 장식 하나하나 다 구경해도 여유가 있다.

마르크크 광장이라고 불리는 할슈타트 마을 중앙광장에는 기념탑이 하나 있다. 마치 비엔나 그라벤 거리에 있는 삼위일체탑과 비슷하게 생겼다. 유럽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볼 수 있는 삼위일체탑은 보통은 중세 시대 페스트를 종식시킨 것을 기념하는 탑으로서의 의미를 지내고 있는데,


할슈타트의 탑은 1750년에 35채나 되는 집을 모두 태울 정도의 큰 화재가 났었는데, 그때 그 화재로부터 마을을 복구한 기념으로 만들어진 탑이라고 한다.



마을의 집들 마다 우리나라 기와처럼 나무로 된 기와(우리나라 울릉도에서는 너와라고 한다)를 얹고, 지붕은 보통 삼각형. 나무는 오랜 시간 바래서 약간 불에 그을린 듯한 색감, 거기에 벽에는 파스텔톤의 색감. 이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관광객들의 눈길을 잡는다.


마르크트 광장 직전 골목에는 나무 공방도 있고, 그 맞은편에는 공중 화장실이 있다. 이용료가 1유로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급하면 1유로가 문제일까.


유럽 여느 도시처럼 중앙 광장에는 교회가 함께 위치해 있다. 할슈타트 루터 교회가 마을 중앙에 있다. 아무래도 유럽을 이해할 수 있는 코드 중 하나가 기독교이기 때문에 유럽 도시를 가면 성당 투어를 많이들 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점은 과연 중세시대 종교는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한 생각이 조금이나마 있었을까, 황과 봉건 영주의 통치 하에서 일상에 힘들고 지친 영혼들 옆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오히려 황제보다 더 서민과 농노들을 착취한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든다. 수백 년에 걸쳐 지어진 으리으리한 성당 건축물들을 보면 그 웅장함, 화려함에 감탄하기보다는 이 건물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 그리고 생명이 희생되었을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할슈타트 교회처럼 소박하고 검소한 교회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교회의 주교들이야 말로 진정 사람들의 편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영혼을 위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할슈타트 교회는 그러하다.


교회 뒤에는 묘지가 있다. 묘지와 비석마저도 할슈타트의 감성에 맞게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어 묘지가 주는 거부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마을을 걷다 보면 출출해질 수 있다. 피자집, 슈니첼집. 가볼 만한 곳들도 있지만 특별한 할슈타트 만의 기억을 남기고 싶은 여행자라면 나는 Seehotel Gruener Baum 야외 데크 식당에서 점심 한 끼를 추천한다.

호텔 전경을 바라보면서 송어 요리와 슈니첼에 필스너 우르켈 맥주 한잔 곁들인다면 그 점심 한 끼가, 그 맥주 한잔이 두고두고 할슈타트를 떠올리는 모티프가 될 것이다.


이제 점심도 먹고 여유가 생겼다면 마을의 골목어귀를 여기저기 다녀보면 할슈타트의 감성에 흠뻑 젖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인공적인 것 거의 없이 나무로만 지은 집. 그 색깔 바랜 나무들이 주는 편안함. 할슈타트 감성 중 하나이다. 그렇게 좁은 골목골목 거닐어 보자.



할슈타트 마을 구경의 백미는 단연코 보트를 빌려 호수 한가운데서 보는 할슈타트라 생각한다. 물가 상승으로 보트 대여료가 내가 갔을 때보다는 조금 오르기는 했지만 30분 정도 보트를 타고 호수를 운전해 가는 재미, 그 호수에서 할슈타트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오래오래 할슈타트를 기억하게 만들 이벤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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