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엔나 보물찾기 Jul 30. 2022

비엔나 맛집#1: 그리헨 바이즐

Griechen Beisl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향기를 느껴본다

잠깐이든 오래든 비엔나에 와서 딱 하나만 식당을 갈 수 있다면 어디를 추천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맛집이야 얼마든지 있지만, 비엔나를 떠올리면 기억에 남을 곳, 그래서 맛과 멋을 함께 음미할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그런 질문을 누군가 나에게 한다면 나는 이 그리헨 바이즐(Griechan Beisl)을 추천하고 싶다. 음식의 맛으로만 따진다면 소위 '평타를 치는' 실패하지 않는 곳이라고 하고 싶다. 오스트리아는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에 비해 식재료도 적고, 그나마 그 적은 식재료로 절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은 방식으로 요리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그리헨 바이즐을 추천하는 이유는 딱 하나.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모차르트가 와서 '이야! 300년이나 된 유서 깊은 식당이네!'하고 식사를 했을 법한 식당

가게 이름이 Griechen Beisl seit 1447이다. 1447년부터 지금까지 575년 동안 영업을 해 온 식당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한 번은 가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름은 그리스식 여관이란 의미이다. 그 옛날 그리스 상인들이 비엔나에 정착한 후 독일어로 여관을 뜻하는 beisl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수세기 동안 이 식당은 예술가, 학자, 정치인들이 애용하던 만남의 장소였다고 한다. 그 사람들의 발자취가 마크 트웨인방 벽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유명인들이 다녀가면 홍보 효과 때문이라도 가게 주인들이 벽에 방명록을 남기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똑같다.

그러면 다시 모차르트 얘기로 돌아가 보자. 마크 트웨인방 한가운데에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라는 서명이 선명하다. 모차르트는 1756년 1월 27일 잘츠부르크 게트라이데 거리 9번지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잘츠부르크에서 모차르트 생가로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는 35살이 되던 해인 1791년 겨울에 병으로 사망했다고 하니 이 그리헨 바이즐에 다녀간 시기는 대략 1770년 언저리가 아닐까 한다. 모차르트가 1770년에 이 식당을 다녀갔다고 가정한다면, 그 시점 기준으로 이 식당은 이미 323년이나 영업을 해 온 셈이다. 모차르트는 식사를 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적어도 하나는 3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네라고 하지는 않았을까.


우리가 아는 사람들의 서명 찾기가 또 다른 매력의 하나

마크 트웨인룸의 네 벽면과 천장에는 서명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네 벽면 중 한 면은 투명 아크릴 판으로 보호하고 있다. 그 네 벽면과 천장에서 우리가 아는 사람들의 서명을 찾아보는 것이 이 식당이 주는 묘미의 하나이다. 모차르트의 서명이 보인다. 그 왼쪽으로는 베토벤의 B자가 흡사 버섯 모양으로 시작하는 베토벤의 서명이 있다. 가운데 위에는 Suppe라는 유명한 지휘가의 서명도 있다. 또 다른 벽면에는 미국의 정치평론가 마크 트웨인도 있고, 에곤 쉴레, 마가렛 대처, 줄리아노 파바로티도 있다. 그런데 유독 한글로 된 이름도 둘 보인다. 하나는 그 옛날 국회의원이었던 장영달 의원, 그리고 김진태라는 이름이다. 김진태는 누구인지 확인은 되지 않는데, 지금 강원도지사일까?

애초에 예약할 때 마크 트웨인룸으로 자리를 달라고 해도 좋고, 아니면 뮤직룸으로 예약해서 연주를 들으면서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마지막에 마크 트웨인룸으로 가서 서명을 감상해도 좋다. 종업원들은 너무도 친절한 데다가 서명에 대한 부심이 있는지 서명을 설명해 달라고 하면 아주 흔쾌히 설명을 해 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탁을 하면, 숫제 대나무로 만든 긴 장대가 이 방에 비치되어 있다. 그 장대로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설명을 해 준다. 이때 팁을 조금 건넬라치면 연신 고마움의 인사를 건넨다.


슈니첼, 타펠슈피츠, 연어샐러드, 슈텔제(schtelze, 돼지 정강이 요리) 추천

여느 오스트리아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기본 메뉴. 슈니첼, 타펠 슈피츠다. 슈니첼은 소고기, 돼지고기, 치킨을 원재료로 돈가스처럼 튀김옷을 입혀 튀긴 음식인데, 꼭 라즈베리 잼을 시켜서 잼을 얹어 먹고, 감자 샐러드를 같이 먹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퍽퍽하다. 타펠 슈피츠는 오스트리아 전통음식 중 하나로 삶은 소고기 요리이다.

프라하에 사는 후배, 서울에서 출장 온 선배에게 이 식당을 추천해 줬더니, 연어 샐러드와 슈텔제를 아주 맛나게 먹었다고 한다. 슈텔제는 돼지 정강이 요리로 독일에서는 학센, 체코에서는 꼴레뇨, 폴란드에서는 굴롱카로 불린다. 다 먹어본 결과 요리 방법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폴란드 굴롱카는 꿀을 발라서 조금 달짝지근하고, 체코 꼴레뇨는 살짝 매콤한 맛을 더했다. 학센과 슈텔제는 같은 독일어권 문화라 그런지 요리법이 비슷한 것 같다.


가게 입구에 들어가다 보면 아래쪽 구덩이에 인형이 하나 있다. 인형이 들고 있는 접시에 동전을 떨어뜨린 시도가 역력한 인형이다. 이 구덩이는 plague pit라고 하는데, 이름하여 역병 구덩이다. 술에 취해서 역병 구덩이에 빠졌지만 살아남은 오거스틴(Der leibe Augustin)에 관한 전설이 있는 곳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들어갈 때나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동전 하나 던져보는 재미를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리헨 바이즐은 비엔나에 찾아온 손님들을 모시고 가면 스토리 텔링이 되면서 다들 흡족해하는 식당으로 나의 맛집 추천리스트 1번으로 꼽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스트리아: 라이퉁스 바서 vs 미네랄 워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