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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Jul 31. 2022

비엔나 맛집#2: 피글 밀러는 비추

비엔나에서 처음으로 인종차별을 경험한 곳

비엔나 공항에 도착한 후에 짐을 찾는 baggage claim에서 화물로 부친 짐이 나오는 컨베이어 벨트 뒤로 피글 밀러 광고판이 눈에 띈다. 1905년부터 영업한 슈니첼의 집(home of the Schunitzel seit 1905)이다.

여행안내 책자 등에 슈니첼 맛집으로 여러 군데 소개돼 있고, 블로그에도 여러 번 소개된 식당이라 비엔나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혼자서 비엔나 슈니첼을 맛보러 갔었다.


슈니첼은 케첩이나 라즈베리 잼, 감자 샐러드와 같이 먹자.

슈니첼을 어떻게 주문해서 먹어야 하는지도 사전 정보도 없이 식당을 갔다. 워낙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줄이 어마어마했다. 돌아가서 다음에 올까 고민도 했지만, 그냥 토요일 오후라 오기로 기다렸다. 결국 한 시간여 지나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슈테판 성당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다.

슈니첼 맛집이라 다른 메뉴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슈니첼만 주문했다. 슈니첼 전문점답게 이 집의 추천 메뉴(house specialty)는 슈니첼이었고, 슈니첼과 함께 스타리아 지방의 호박씨 오일을 곁들인 감자 샐러드를 추천한다 해서 같이 주문하고는 그래도 로컬 맥주는 한잔 해야지 싶어 오타크링어(Ottaklinger) 생맥주 한잔을 주문했다. 잠시 후에 슈니첼이 나온 것을 보고는 '이게 머선 일이고?' 싶었다. 슈니첼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아래에 있는 접시가 감당을 못할 정도였다. 커도 너무 크다. '과연 혼자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맨 먼저 들게 만들 정도의 압도적인 크기다. 시원한 오타크링어 맥주와 슈니첼, 그리고 간간히 감자 샐러드를 먹으면서 슈니첼을 즐겼다. 느낌은 슈니첼은 슈니첼일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냥 크기가 클 뿐 무언가 감동적인 맛이나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주는 식당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서야 안 것이지만 슈니첼을 먹을 때는 라즈베리 잼을 곁들여 먹는 것이 맛의 풍미를 돋운다. 그래서 어떤 식당은 숫제 라즈베리 잼을 함께 준다. 아니면 적어도 케첩을 뿌려 먹는 것도 좋다. 그러나 케첩이 흔하디 흔한 우리나라와 달리 오스트리아에서는 케첩은 별도로 돈을 내고 주문해야 한다. 심지어 맥도널드, 버거킹, KFC를 가도 케첩은 50센트, 약 750원 정도에 팔지, 그냥 주지는 않는다.

결국 절반 정도 먹고는 포기했다. 양도 양이지만, 슈니첼의 그 퍽퍽함을 이겨낼 수 없었다.


비엔나에서 처음으로 인종차별을 처음으로 당한 곳

슈니첼 15.5유로, 감자 샐러드 4.7유로, 맥주 5유로 정도 해서 총 25유로 정도가 나왔다. 유럽에서는 종업원이 제 발로 찾아올 때까지는 그냥 기다리는 것이 식당 예절이라 해서 식사가 끝나고도 한참을 기다렸다. 30분 정도 넘게 기다렸나 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시점에 종업원이 와서 독일어로 말하는데 식사가 다 끝났는지를 묻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 끝났고,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물론 독일어를 거의 못해 영어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계산서를 들고 왔길래 30유로를 줬다. 그리고는 기다렸다. 종업원이 새로 온 손님을 테이블로 안내하는 등 부산하게 자기 일을 했으나, 나에게 거스름돈을 줄 생각을 않는다. 바쁘니 그렇겠지 하면서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렇게 20분을 기다렸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종업원을 불렀다. 계산서는 25유로고, 내가 30유로를 줬는데 거스름돈을 안주냐 물었더니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알았다고 하더니 5유로를 가져다준다. 미안하다, 바빠서 잊어버렸다는 사과나 설명조차 없다. 아마도 짐작컨데 나를 아시안 관광객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안 줘도 뭐라고 항의하지 않겠지 하는 생각, 아니면 식사비 25유로의 20% 정도 되는 5유로는 으례껏 팁이겠거니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팁은 내가 서비스를 받은 것을 보고 주는 것이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팁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 내 입장에서는 무례한 것이고 무시받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나름 소심한 복수를 한답시고 팁을 주지 않고 식당을 나왔다. 나오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를 여행 와서 돈 쓰는 걸 덜 아끼는 뜨내기 관광객이나 아시안 정도로 생각한 것 같았다. 그때 '아. 이런 것이 인종차별일 수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그 후로 이 식당은 두 번 다시 가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더 맛난 슈니첼, 그 안에 치즈와 햄을 넣은 코르동 블루 같은 음식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피글 밀러는 그냥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공장처럼 찍어내는 슈니첼을 파는 그저 그런 가게라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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