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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Aug 02. 2022

비엔나 맛집#3: 플라후타

Plachutta에서 우아하게 우리나라 '갈비탕식' 타펠 슈피츠를 맛보자

비엔나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타펠 슈피츠(Tapel Spitz)는 삶은 소고기에 야채가 곁들여 나오는 음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비엔나 시내 슈테판 성당에서 시민공원(Statt Park)으로 걸어가다 보면 고급스러운 초록색 간판이 눈에 띄는 플라후타가 보인다. 플라후타에서는 색다른 타펠 슈피츠를 맛볼 수 있다. 여느 삶은 소고기가 아니라 갈비탕 같은 진한 국물에 삶은 소고기가 함께 서빙된다.

 


백팩은 어깨에 메고 가면 안 된다?

서울에서 온 손님을 대접해야 할 일이 있어서 지인에게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을 물었더니 플라후타를 추천해 줬다. 당연히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당일 예약은 거의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늘 '차려입은' 오스트리아 현지 사람들로 테이블이 가득 찬다. 손님을 모시고 식당에 들어가는데, 종업원이 내가 맨 백팩을 보더니 이 식당에서 백팩은 못 메고 손에 들고 들어와야 한단다. 이유를 물었더니 오랜동안 식당에서 유지해 온 전통이란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니 백팩을 손에 들고 테이블로 갔다. 그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식당에서 나가라고 할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백팩을 메고 오거나 차려입지 않고 반바지에 샌들 같은 여행객 복장으로 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 것 같았는데, 오랫동안 지켜온 레스토랑의 자존심을 위한 것이리라 생각했다.


색다른 타펠슈피츠를 맛보자

플라후타의 타펠 슈피츠는 다르다. 타펠슈피츠가 이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이다. 국물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소고기가 촉촉해서 고기만 먹어도 퍽퍽하다는 느낌이 없다. 그 안에 파프리카, 당근과 같은 야채, 그리고 골수가 그대로 남아있는 소뼈도 있다. 그러나 여느 유럽 음식이 그렇듯 짜다. 그래서 국물을 많이 먹을 수는 없고, 고기와 함께 조금씩 떠먹으면 나름의 특색 있는 타펠슈피츠를 맛볼 수 있다.

테이블에는 타펠슈피츠의 역사와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에 대한 내용이 담긴 작은 브로슈어를 준다.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고 먹으면 나름 기억에 남는 스토리의 한 편린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1. 타펠 슈피츠가 나온 냄비에서 국물을 떠서 그릇에 담는다.

2. 구운 갈색 빵 위에 뼈 안에 있는 골수를 떠내 얇게 펴 바른 후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후 손으로 먹는다.

3. 냄비에서 타펠 슈피츠를 꺼낸 후 튀긴 감자, 야채, 소스, 사과를 갈아 넣은 Horse radish와 함께 먹는다.


계산하기 전에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팁이 있다. 가격은 3명이 가서 맥주나 아페롤 한잔씩 마시고 타펠 슈피츠를 먹으면 얼추 110-120유로 정도 나온다. 절대 저렴하지 않은 식당이다.

그리고 계산서를 보면 Couvert가 인당 3.2유로 붙는다. 이탈리아에 가면 흔히 보는 테이블 요금이다. 그리고 시금치, 야채, 갈색 빵 등은 타펠 슈피츠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다 따로따로 청구된다. 기왕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우아하게 식사하기로 했으면, 고작 15~20유로 정도 더 내는 것을 아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소고기 부위를 독일어로 배워보자

플라후타에서 서빙하는 접시에는 소고기 부위별 독일어 명칭이 적혀 있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독일어로 안심과 등심, 우둔살은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타펠 슈피츠는 처음에 음식 이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소 엉덩이살을 타펠 슈피츠라고 한다. 그러니 엉덩이살을 삶아서 낸 요리가 타펠 슈피츠이다.


그리헨 바이즐에는 유명인들의 서명. 플라후타에는 유명인들의 사진

플라후타 본점에는 타펠 슈피츠 외에도 이 식당을 다녀간 전 세계 유명인사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이 사진들은 화장실로 내려가는 계단의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유명인 마케팅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똑같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아는 얼굴들을 찾아본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사람이 미하엘 고르바쵸프이다. 냉전 시대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의 최고 지도자로서 부시 대통령과 함께 냉전을 종식시킨 역사적 인물이다. 그리고 앨 고어, 푸틴, 마라도나와 같은 유명인들이 비엔나를 들리면 이 식당에 들린 것 같다. 이쯤 되면 이 레스토랑이 백팩 멘 '이름 없는 뜨내기' 여행객에 엄한 이유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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