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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Aug 03. 2022

비엔나 맛집#4: 소시지 가판대

알베르티나 미술관에 가면 토끼가 올라앉은 소시지 가판대에 들려보자

비엔나 시내를 걷다 보면 Wurstel Stand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주로 구운 소시지나 구운 소시지에 빵을 함께 파는 소시지 가판대이다. 그런데 그 많은 소시지 가판대를 봤지만 유독 알베르티나 미술관 앞에 있는 가판대가 여행객들은 물론 현지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소위 소시지 핫플레이스다. 특히 날씨 좋은 주말에는 그냥 가도 대충 30~40명은 늘 줄을 서 있다. 이 가판대의 소시지를 맛보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혼자서 시내 투어를 한답시고 걷다가 오페라 하우스 뒤를 가는데 저 멀리 길디 긴 사람들의 줄이 눈에 띄었다. 그 줄의 시작은 소시지 가판대이다. 맛집인지 여부를 미리 알아보고 가지 않더라도 한눈에 맛집이다 싶다. 무엇을 팔길래 줄을 서나 세심하게 지켜봤더니 다들 소시지가 가운데 들어있는 빵이 아니면 머스터드 소스가 얹힌 소시지와 라들러 또는 맥주를 주문한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맨 뒤에 줄 서서 더운 햇살을 견디며 20분 넘게 줄을 선 후 드디어 소시지 빵을 먹을 수 있었다.

이 가판대는 찾기가 쉽다. 오페라 하우스 뒤, 알베르티나 미술관 앞에 있다. 가판대 위에 초록색 토끼를 보면 '아 여가 거가'(아. 여기가 거기구나의 경상도 표현)라는 생각이 바로 든다. 가격은 약 6.6유로. 물이나 라들러 한잔 곁들이면 10유로 내외다. 다만 카드는 안 받고 현금만 받는다. 법과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스트리아에서 탈세 목적은 아닐 것이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을 관람한 후에야 저 토끼가 왜 있어야 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에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토끼(hare)'라는 작품이 있다. 알브레히트 뒤러는 독일 출신의 화가, 판화가, 조각가로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였다. 목판화, 동판화, 그리고 수채화에 독창적인 자질을 보인 예술가이다. 아마도 알브레히트 뒤러의 토끼가 알베르티나 미술관에서 나름 대표적인 작품이라 그 토끼를 이 가판대의 상징으로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

비엔나 시내 투어를 하다가 별미 간식을 맛본다 생각하고 잠깐 들러 비엔나 소시지(우리가 어릴 적 광고에서 본 비엔나 소시지는 엄밀하게는 비엔나 소시지가 아니라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라고 한다.)의 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저 소시지 빵은 소시지의 짠맛을 빵이 잡아줘서 먹기에 좋다. 그리고 더운 여름날에는 빵 없는 소시지와 라들러 한잔 하면서 잠시 더운 열기를 달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겨울에는 토끼 대신 산타 꼬깔모를 씌워둔다.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과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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