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빈필 오케스트라는 비엔나에 없다. 잘츠부르크에서 두 달간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에 가서 공연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기간 동안에는 비엔나 오페라 하우스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9월이 되면 오페라 하우스를 다시 오픈하는 행사를 연다. 일종의 대학교 기숙사 오픈 하우스처럼.
비엔나 지인 L이 자기 섹션 국장(director)이 오페라 하우스 오픈행사 초대권을 줬는데, 자기는 못 가니 티켓을 양보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오페라 하우스의 내밀한 곳까지 샅샅이 훑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느낌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그냥 공연장인 줄로만 알았는데 내부 장치며 준비 공간이며 소품 보관공간, 발레 연습공간 등 오밀조밀 무언가가 많다는 것. 짜임새 있는 건물이다 싶었다.
지금부터 그 내밀한 곳으로 떠나본다.
오페라 하우스 뒤쪽, 자허 호텔 있는 모서리에서 본 풍경. 저 멀리 브리스톨 호텔도 보이고 링 스트라세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와는 다른 각도에서 사진도 찍어볼 수 있다.
비엔나 여느 건물처럼 벽마다 위쪽에는 그림들이 붙어 있다.
그 주변을 장식하는 곡선과 직선의 미. 대리석과 장식품 조각들에서 오페라 하우스를 만든 장인들의 혼과 그 옛날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 오스트리아 제국의 위용이 느껴진다면 다소 오버일까 싶지만 예술에 잼병인 나로서는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난간에는 조각상들도 서 있다. 누구인지까지 다 알아보진 못했지만 저 조각상 하나 만드는데도 장인의 숨결과 혼이 담겼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여느 때처럼 공연 보러만 갔으면 별 생각이 없었을 텐데 오페라 하우스의 내밀한 곳을 본다는 생각이 앞서니 무엇하나 다 내 관찰력의 범위에 들어온다.
천장에 있는 천장화도 보인다.
천장화를 보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인 '천지창조'를 그릴 때 미켈란제로가 겪은 예술가의 물리적인 고통이 먼저 생각난다.
계속 올려다봐야 하는 데서 오는 목 디스크, 이미 칠한 물감이 눈으로 떨어져서 오는 눈병. 높은 데서 작업해야 하는 위험 등.
그런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야 천지창조와 같은 명작들이 세상에 빛을 발하나 보다.
어느 모서리의 공간에는 발레 무용수가 연습하는 공간이 있다. 마찬가지로 발레는 잘 모르지만 무용수의 유려한 손놀림과 자태에서 나오는 품격이 느껴진다.
예술은 분석하지 말고 느껴라 했던가. 난 여전히 분석하고 있으니 예술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건가 싶다.
그래 느껴야지 하면서도 머리는 여전히 '저것이 무슨 의미일까, 손동작마다 다 의미가 있다는 데 저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를 생각하다 제대로 못 즐기는 나를 보게 된다.
이번엔 합창단들이 연습하는 공간인가 보다. 마치 교회나 성당에 성가대가 모여 입을 맞추듯이.
이번엔 소품실이다.
오페라 등을 공연하는 데 쓰이는 소품들이 즐비하다. 중세 기사들의 갑옷, 여성들의 코르셋(?), 과일, 보석 등이 전시돼 있다.
누군가가 그랬다. 소품실에서는 옷이나 소품들을 가급적 만지자 말라고. 이유를 물으니 여러 사람이 썼던 것인데 제대로 소독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혹시 벼룩 같은 것이 있을지 모른다나.
그랬다면 출연자들이 다 벼룩에 시달려야 할 텐데? 하면서 되받아치고는 웃어넘긴다.
이제 무대로 내려가 본다. 오페라 하우스 전체 전경은 이러하다. 가운데는 일렬로 된 좌석들이 있고 양쪽 벽에는 소수 귀족들만 즐겨 봤음직한 공간들이 있다.
그래도 난 양쪽 벽에서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보다는 한눈에 무대가 들어오는 가운데 로얄석이 더 좋다.
무대 뒷공간으로도 가 볼 수 있었다.
여느 공연처럼 무대 뒤에는 조명장치들이 즐비해있고, 그 조명장치들이 마치 무대 앞은 고전적인 오페라를 하지만 무대 뒤는 어느 미래 첨단도시 같은 대비를 주는 효과가 있다.
오페라 무대를 꾸미기 위해 동원되는 리소스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다.
이제 다시 무대로 나와서 내 자리를 찾아간다. 짧은 30분의 미니어처 공연이지만 공연 관람이 있고, 그것을 끝으로 약 한 시간 반여의 비엔나오페라 하우스 내부 투어는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