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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Nov 28. 2022

유럽: 동유럽의 키워드, 돼지 정강이 요리

재료는 같지만 조리법이 살짝 다르다.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폴란드처럼 동유럽 국가들은 과거 신성로마제국, 합스부르크 왕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같은 키워드 때문에 공통의 문화가 있다. 프랑스혁명 당시 파리에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져 간 비운의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의 어머니인 마리아 테레지아, 사암으로 만들어져 가만히 두면 점점 더 까맣게 변해가는, 그래서 늘 외벽을 닦아야 우리가 아는 아이보리색으로 빛나는 성당과 가톨릭 문화 등이 그것이다. 그런 공통의 문화 키워드 중 하나에는 돼지 정강이 요리도 있다.


돼지 정강이 요리는 독일에서는 학세라고 부른다. 돼지고기로 만들어서 슈바인스 학세(Schweins Haxe)라고도 하는데, 돼지 정강이 부위를 구워서 만드는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요리다. 유럽 사람들은 대부분 대식가들인지 학세 하나를 1인분으로 시키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인 남자 2명이 먹어도 남을 정도로 양이 많다. 조리법은 오븐 같은 데서 오랜 시간 가열해서 돼지고기를 푹 익힌 다음에 손님들에게 내기 전에 기름에 바짝 튀긴다. 그래서 겉바속촉이다.


독일식 학세는 같은 독일어권 문화인 오스트리아에서는 슈텔제(Stelze)라고 불린다. 내가 둘 다 먹어본 경험으로는 조리법이 똑같고, 함께 서빙되는 양배추 절임이나 감자도 같다.


이런 독일식 학세와 오스트리아 슈텔제 요리는 체코로 넘어 가면 꼴레뇨라고 불린다. 그런데 조리법이 살짝 다른 것 같다. 돼지 정강이를 식재료로 쓰는 것은 같지만, 체코의 꼴레뇨는 오히려 우리나라 갈비찜에 가깝다. 겉을 기름이 튀기는 것이 아니라 푹 삶은 돼지고기에 걸쭉한 양념을 얹어서 요리를 한 것 같다. 색은 바비큐나 갈비찜 색이지만 살짝 단맛이 강하다. 물론 식당마다 단맛이 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중요한 차이는 양념 여부이다.


마지막으로 폴란드에 가면 돼지 정강이 요리 이름이 또 바뀐다. 폴란드에서는 골롱카라고 부른다. 폴란드 골롱카는 학세나 슈텔제에 가깝다. 그러나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겉에 기름에 튀기고 꿀을 바른다고 한다. 꿀을 발라서 그런지 먹을 때마다 돼지고기의 부드러움, 껍질의 바삭함과 함께 달달한 맛이 혀에서 느껴진다.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갔던 식당만의 조리법일 수 있으니 참고하자.


이렇게 지금은 국경이 있는 서로 다른 나라지만, 적어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생활 속에는 서로 문화 콘텐츠를 공유하고 그 옛날 땅따먹기 전쟁으로 하나가 됐다가 또 둘로 나뉘었다가를 반복하던 시절의 역사와 기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키워드들을 찾아보는 재미. 그것 또한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자 넓어진 인식의 지평이 아닐까 한다.

오스트리아 슈텔제(Schtelze)
체코 콜레뇨


폴란드 골롱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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