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미시시피
미시시피 강을 구경했던 곳은 미시시피 주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뉴올리언스에서 버밍햄을 향해 달릴 때, 버밍햄에서 다시 맴피스로 이동할 때 미시시피 주를 지나게 됐어요. 안내센터에 들러 우리의 미션 수행: 화장실을 들르고, 웰컴사인 사진을 찍고, 괜찮은 식당이 있는지 살펴봤어요. 안내센터 직원 할머니가 한눈에 봐도 여행객처럼 보이는 우리를 불러서 벳지를 선물로 주셨어요. 더블 S가 경쾌하게 두 번이나 들어있는, 미시시피 스펠링으로 꽉 차있는 벳지였어요. Mississippi는 정말 더블레터가 많은 단어예요. 어떻게 스펠링을 이렇게 정했을까요? 한국에 있는 내 친구처럼 글자로 장난치기 좋아하는 사람이 글자를 하나씩 쓱 더 끼워 넣은 걸까요? 영어단어에는 가끔 이렇게 재밌는 모습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영어가 재미있어요.
벳지를 받자마자 가방에 달고 나왔어요. 내 가방에 미시시피라는 글자를 새겨 넣으니 이번 여행의 목표인 미시시피강을 톰 소여가 되어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는 것을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안내센터의 추천식당을 뒤로하고 루이지애나에서 놓친 파파이스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루이지애나 키친’이라고 광고하는 패스트푸드점으로 우리 동네 몰에도 있어서 영화를 보러 가면 가끔 먹을 수 있는 곳이에요.
저는 ‘포피스’라고 읽는데 엄마와 아빠가 자꾸만 ‘파파이스’라고 정정해 줬어요. 한국에서 정식명칭이 그렇다고 해요. 이름보다 맛이 중요하니까 엄마도 저도 끝까지 우겨보지는 않았어요. 사이좋게 셋이 간단히 점심을 먹고 앨라배마주의 버밍햄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17) 앨라배마
앨라배마주의 버밍햄에는 밤늦게 도착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니 도시가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쓰레기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모두들 깜짝 놀라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치웠을 것 같은 분위기예요.
뉴올리언스의 프랑스식 도넛을 알려준 친구의 엄마가 앨라배마주는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우리 엄마보다 아는 것이 많아서, 여행이야기를 하면 관심 있게 들어주시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이에요. 내 친구의 부모님 국적은 아빠는 독일인, 엄마는 캐나다 사람이에요. 인종은 아빠는 백인, 엄마는 아시안이에요. 친구가 유치원을 다닐 때 인종에 대해 배우는데 내 친구는 백인에도 손을 들고, 아시안에도 손을 들었대요. 그럼 나보다 친구는 인종 차별을 덜 받을 수 있을까요?
버밍햄에 직접 와서 보니 인종차별에 대한 이미지보다는 말끔한 도시의 모습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됐어요. 인종차별은 나쁜 걸까요? 여행을 하다 보면 인종이 다른 사람들 틈에 혼자 있으면 불편한 기분이 들어요. 적당하게 다양한 인종이 균형을 이루면서 있는 상황이 편안한 느낌이에요. 그럼 저는 인종차별을 하게 되는 걸까요? 사실 학교에서도 인종차별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어요.
제 생각에는 아마 평생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곳에 철강공장이 박물관으로 남아 있다고 해서 보기로 결정했어요. 도착하니 아름다운 날씨 속에서 평화로운 버밍햄과 옛날 철강공장의 모습이 참 잘 어울려 보였어요. 공장의 모습이 깨끗한 액자 속의 예술작품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일까요? 우리가 방문한 날 예술인의 축제가 있어서 우리는 박물관에 입장하지 못했어요. 주변만 한 바퀴 둘러보고 멀리서 한창 축제를 준비하는 모습만 보고 왔지요. 이곳에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었어요.
박물관 바로 앞에 위치한 맥주공장으로 갔어요. 그곳에서 저는 덤으로 피자를 먹었고, 주말 오전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많아서 사람구경을 했어요. 결국 특별히 한 것은 없지만 버밍햄은 반짝이는 도시의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