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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호 Oct 26. 2024

12)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강을 끼고 있는 뉴올리언스는 엄마가 미국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도시였대요. 하지만 미국 여행을 자주 했으면서 아직까지도 못 가본 곳이었어요.  엄마는 대학 때 뉴올리언스와 인도를 여행하고 싶었는데 돈이 부족해서 못 갔다고 해요. 돈이 없어서 못 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런 저를 보고 엄마는 눈을 흘기며 현재 우리가 이렇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셨지요.  


뉴올리언스에서는 렌터카 대신 우버를 이용하기로 했어요.  공항에서 우리를 데리러 온 차에 짐을 싣고 앉았더니 영화에 나올법한 멋진 기사님이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재즈음악을 틀어주셨어요.  이것이 바로 뉴올리언스의 감성이라며 엄마는 기사님의 센스에 감동했지요. 하지만 운전 스타일은 카리스마 넘치는 무조건 빠르게 돌진하는 스타일 이어서 음악감상은 잠시 뒤로 미루고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바짝 긴장했어요.


엄마가 이곳에 오고 싶었던 이유는 재즈 밴드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싶었기 때문이래요.  예전에 파리의 재즈 바에 갔을 때 부끄러워서 춤추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아 뉴올리언스 여행을 하게 된다면 신나게 즐기겠다고 다짐했었대요.   하지만 이번에도 춤은 뒤로 미뤄 두고 재즈 공연만 봤어요. 제가 춤을 추러 가기에는 나이가 아직 어리고, 사실 엄마도 부끄러움을 극복할 용기가 더 필요해 보였어요.


상상만 하던 미시시피 강을 봤어요.  기대와는 다른 모습으로 생각보다 크고 조용한 강이었어요. 호텔방에 도착해서 창문너머로 보이는 강을 한참을 바라보니 엄마와 나는 숙제를 한 기분이었고 아빠는 늘 그렇듯 흐뭇해하셨어요.


루이지애나에는 다른 지역보다 흑인이 많이 있었어요. 내가 사는 지역은 유난히 아시안이 많은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흑인들을 한 번에 많이 만나는 것이 좀 어색하고, 무서운 기분이 들었어요.  미국에 처음 와서 큰 눈을 가진 사람들이 저를 쳐다볼 때처럼요.


시간이 흐르니 어색한 분위기가 익숙해졌어요.  길에는 내 또래 아이들이 양동이를 들고 나와 있었어요.  아이들은 양동이를 그냥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멋진 드럼연주를 했지요.  흥에 겨워 리듬을 즐기는 모습에 마음이 더 편안해졌어요. 처음에는 저 아이들이 가난해서 일을 하러 나왔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동정했지만 연주를 들으니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즐기는 모습이 부러웠어요. 학교 친구들도 축구, 수화, 만화 등 모두 각자 좋아하는 분야가 있는데 저는 아직 특별히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했어요.


무료 트램을 타고 프랑스식 도넛 베녜를 먹으러 갔어요.  줄이 생각보다 길었는데 날씨까지 서울처럼 덥고 습해서 힘들었어요.  하지만 베녜를 먹는 순간 우리 가족은 맛에 감동했어요.  저에게는 음악보다 음식이 먼저인 곳, 루이지애나가 됐습니다.

남부 스타일은 대부분 튀긴 요리가 유명해서 어디를 가도 제 스타일에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역사적으로 보면 슬픈 사연이 있지만 아빠 말씀처럼 튀김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을 거예요.  


노예제도가 있던 시기에 남은 자투리 음식을 모아서 모두 튀겨 먹기 시작했다는 슬픈 이야기지만 직접 와서 보니 흑인들의 유쾌한 성격과 함께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어요.


큰 사이즈의 굴 구이, 악어튀김, 검보, 그리고 루이지애나 소스까지! 루이지애나에서 이곳의 음식을 먹으니 흥이 많은 유쾌한 사람이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어요. 악어튀김을 용감하게 주문하고 속으로는 무서운 악어모습을 내가 마주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작은 토막을 낸 튀김으로 나와서 약간 실망했어요.  하지만 맛을 즐기기에는 좋았어요.


그리고 악어튀김을 먹었다는 것은 친구들에게 나의 무용담이 되었어요. 쫄깃한 악어튀김이 가끔씩 또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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