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유일하게 여행을 하면서 기록하는 중이에요.
지금 우리가족은 덴버를 향해가고 있어요. 처음으로 기차여행을 하는 날이거든요. 미국대륙횡단 열차를 타는 것은 아빠의 버킷 리스트 였어요. 처음 계획은 아빠와 내가 시카고까지 기차를 타고 가고, 엄마는 비행기를 타고 와서 만나는 것이었어요. 이유는 기차 티켓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그 비용을 절약하려고했어요. 그리고 기차는 아빠의 위시리스트에서 나왔기 때문에 엄마는 엄마가 비행기를 타겠다고 하셨지요. 하지만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빠가 목적지를 덴버로 바꾸면서 우리 세가족 모두 기차를 탈 수 있는 비용을 마련했지요.
우리는 이 기차, Amtrak zephyr를 36시간 타고 덴버에 내려서 중부 여행을 시작 할 거에요. 이번에도 차를 타고 신나게 달리면서 새로운 주들을 들를 계획이에요.
아빠가 끊임없이 루트 설명을 하셨지만 도착하기 전 까지는 계속 헷깔려요. 그리고 이 여행이 끝나면 우리의 미국 50개 주 정복하기, 땅따먹기 게임은 마지막 한곳이 남아요. 아빠가 이번 여행 루트를 짜면서 깜빡 하고 빼놓은 곳, 몬타나주. 아빠는 그 사실을 발견하고 허탈해 하셨지만 덕분에 한번 더 여행할 이유가 생겼다고 우리는 좋아했어요.
아빠는 이 여행을 1년동안 준비하셨어요. 갖고 싶은것을 여쭤보면 항상 모든것이 충분하고 만족스러워서 없다고 대답하는 아빠가 유일하게 이야기한 버킷리스트라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그래서이번 여행에서는 엄마와 아빠가 다투면 아빠편을 좀 들어 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단 기차에서 있었던 시간을 기록해야 할 것 같아요.
엄마와 아빠는 20년 전에 유럽여행을 하면서 야간열차를 타고 여행 했다고 해요. 저는 처음이구요! 아침 일찍 기차역으로 향했는데 모든것이 고전적인 방법이었어요. 역무원이 나와 8:25행 기차손님을 육성으로 불러 모으기 시작했어요. 마치 필드 트립을 가듯이 대합실에서 흩어져 기다리던 사람들은 역무원을 따라 레일 앞에 모였고, 역무원은 선생님이 호명하듯이 티켓 번호와 플랫폼 번호를 불렀고 우리는 잘 듣고 있다가 찾아갔어요. 그렇게 자리에 찾아가 탑승을 마치고 나니 기차 여행이 실감 났어요.
우리 자리를 확인한 아빠는 20년 전에 탔던 3층짜리 침대칸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매우만족해하셨어요. 반면에 엄마는 아빠와 같은 해에 같은 유레일을 타면서 2층 침대칸에서 잤는데 넓은 테이블에 조식 서비스까지있는 일등석을 탔었대요. 그래서 엄마는 기차에 탑승 후 말수가 좀 줄었어요. 두분은 그동안 같은해에 같은 기차를 탔다는 대화만 나눴거든요. 다른기억 조각이만나는 순간 엄마와 아빠의 다른 기대치에 따른 만족도의 차이로 반응이 확연하게 엇깔린 것을 확인하고 크게 웃었어요. 15년만에 알게된 사실이라며 더 재밌어 하셨지요. 저는 이번에 2층짜리 좁은 칸에 탔으니 다음에 기차 여행을 할 때, 아빠처럼 좀 더 만족하는 순간이 오겠죠?
기차안에서는 무엇보다 규칙을 잘 지켜야 해요. 출발하면서 기관사 아저씨의 방송은 매우엄격하게들렸어요.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그 자리에서 기차를 멈추고 하차 시킨다고 하셨지요. 그리고 지난 알래스카 여행의 크루즈 여행에서처럼 저는 혼자 기차를 돌아 다니다가 제지를 당했어요. 그리고 방송이 나왔지요. 13세 이하는 혼자 기차 안을 다닐 수 없다는……. 덕분에 심부름이 줄긴 했어요. 그리고 그 중 재미있는 규칙은 식당칸에서는 모든 테이블을 채워서 앉는 규칙이 있었어요. 우리 가족은 모두 3명, 홀수이기때문에 식사 시간마다 낯선 사람이 1명씩 늘 동석을 해야 했어요. 적당히 대화를 나누고, 음식도 맛있게 드시는 아저씨1명, 아줌마 2명을 만났어요. 그리고 엄마와 아빠는 제가 늦잠을 선택하는 바람에 놓친 조식시간에 엄마와 아빠는 한국에서 군생활을 하신 아저씨의 부부를 만났대요. 우리가족처럼 아들이 한명인데 성인이 되서 함께 여행하지 않는 중이셨다고 해요.
처음으로 식사를 함께 한 아저씨는 우리처럼 50개주를 돌고 있으며, 이 기차를 타는 것이 버킷 리스트라는 아빠와 비슷한 분 이었어요. 무엇보다 저와 잘맞는 식사 매너를 갖고 계신 분이었어요. 버거에 나온 채소에는 손도 안대고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셨거든요. 저녁을 함께 한 아줌마는 출장중이라고 했어요.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효율적이어서 늘 기차를 타고 다닌다고 하셨죠. 기차에서 저녁까지 먹고 내리면 퇴근길이 편하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마지막 아줌마는 유투버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이라고 하셨어요. 모두 각자의 사연을 짧막하게 나누는 시간으로 어색하긴 했지만 재미있었어요.
우리자리 바로 옆칸에는에는 비슷한 또래의 4가족이 탔는데 대화하는 소리가 잘 들렸어요. 아직 어린 동생은 계속 울었고, 내또래 아이는 엄마 한테 계속 혼났어요. 휴대폰을 너무 많이 한다는 이유였죠. 동질감이 느껴졌어요. 지난번 알래스카 여행때 생긴 일로 이번에 저는 휴대폰을 들고 올 수 없었기 때문에 상황이 조금다르긴 했지만…... 다행히 옆 칸 아저씨가 늘 아이들 편을 들어 주셨어요. 이럴때 게임도 하고 휴대폰도 실컷 보게하자고 아줌마한테 말씀하셨어요. 우리 아빠도 그런 편이었는데.. 저는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잠시 생각을 해봤어요. 그래도 다행히 탭을 들고 게임하는 내 손을 보니 감사함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게임속에서 같이 기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도 만났어요. 다른 칸을 지날때 나와 함께 게임했던 사람이 타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재미있었어요. 기차를 함께타는 것은 끈끈한 정이 생기는 시간 같아요.
지금은 기차가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야구장 옆에 잠시 정차하고 있어요. 이 야구장은 고도가 높은 도시 덴버에 있어서 공이 낮은 공기 압력으로 홈런이 잘 나와서 붙여진 별명이래요. 곧 덴버역이 나온다는 뜻으로 이제는 기차에서 내려야하는시간이에요.
떠나기 전에 기차에서 36시간을 보낸다는 여행계획을 이야기 할 때마다 모두 저를 걱정해주면서 지루함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저마다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셨지요. 하지만 준비물은 마지막 순간 도시락 가방에 챙겨온 고래밥 한봉지면 충분한 여행이었어요. 한국에서 먹은 이 후, 한번도 먹을 기회가 없었던 과자를 집에서 오랜만에 보고 반가운 마음에 챙겨나왔는데 아침일찍 나오느라 허기진 배를 고래밥으로 채우니 딱 좋았거든요. 그 뒤로는 지루 할 틈도, 배고플 틈도 없이 꽉 찬 시간이었어요. 식당칸, 전망대칸과 매점칸을 오가는 일이 별일은 아니지만 기차 안이라는 이색적인 환경덕분에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우리가족은 기차에서 때로는 함께, 때로는 온전히 각자의 시간을 즐겼어요. 그리고 기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또 기차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날이 또 오겠지요?
기차에서 내리는 것은 아쉽지만 콜로라도 주의 덴버 기차역을 기점으로 새로운 8개 주 여행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기차의 종착역에 도착하는 것은 다른 여행의 출발점에 와있는 것처럼 설레임으로 가득찼어요. 36시간 동안 양치, 샤워, 세수도 하지 않아서 덤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호텔에 가서 샤워를 하면 개운 할 것 같아요.
기차가 더디게 덴버역에 도착하는 모습이 점점 우리의 여행이 목표에 가까워지는것과 비슷하게 느껴져요.
아마 50번 째 주에 도착하면 기차에서 내려야 하는것과 같은 일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