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여행: 처음 보는 장면들

by allicalicoco
2024.8.29~9.3, 6일간


34) 알래스카


내가 사는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비행기들을 쉽게 볼 수 있어요. 그중에 가장 많이 보이는 비행기가 사우스 웨스트이고, 알래스카 항공도 종종 봐요. 저 비행기를 타면 알래스카에 갈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드디어 알래스카를 가게 됐어요. 우리는 늘 이용하던 델타를 타고 갔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래스카를 가기 위해 크루즈 여행을 선택한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 가족은 엄마의 고집이 반이상 차지해서 비행기를 탔어요. 저는 크루즈 여행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싫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아빠는 어느새 엄마 편에 가 있었어요. 예전에 실자라인을 타고 북유럽의 피오르드 여행을 했던 엄마는 크루즈가 매력적이지 않았다고 해요. 배라는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어요. 그리고 우리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않다면서 아빠도 엄마의 의견에 동의했어요. 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았죠. 배에서 며칠을 지낸 다는 것은 너무 기대되는 일이었어요. 배안에 호텔, 식당, 놀거리가 모두 있다니….! 그곳에서 학교도 가지 않고 며칠을 놀 수 있다니 얼마나 환상적인 여행일까요? 결국 아빠는 제 편이 되어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알래스카의 로드트립은 너무 재밌어서 좀 이야기를 길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알래스카, 앵커리지로 들어가서 차를 타고 페어뱅크스까지 동쪽으로 올라가서 다시 서쪽으로 내려오는 로드트립을 하기로 했어요. 앵커리지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도시적인 건물이 많고, 오피스 디포매장이 크게 많이 보였어요. 내가 생각했던 앵커리지는 동물들이 많고, 털옷 입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모습이었는데 너무나 반대되는 느낌이었어요. 예전에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려면 무조건 앵커리지를 들렀다고 해요. 그래서 아빠의 할머니, 할아버지 그러니까 나의 증조할머니, 할아버지는 뉴욕여행을 하실 때 비행기가 한 번에 김포에서 뉴욕까지 갈 수 없어서 앵커리지에 꼭 들러서 주유를 하고 갔었다고 해요. 모든 화물비행기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서류 작업이 많았을 거라는 추측으로 오피스 디포매장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우리가 알래스카 여행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모두 같은 질문을 했었어요. 오로라를 보러 가는 것인지, 지금 가면 볼 수 있는지… 하지만 우리 가족 모두 오로라에 큰 관심은 없었어요. 알래스카라면 저에게는 연어가 유명한 곳이고, 엄마는 저에게 맛있는 연어를 끼니로 줄 수 있는 곳이에요. 그리고 아빠는 광어를 떠올렸겠죠? 그래서 우리의 첫 목적지는 연어버거를 먹으러 가는 것이었어요.

Don’t eat farmed salmon.


그리고 마침내 먹은 연어는 지금까지 먹어 본 음식의 순위가 바뀔 만큼 맛있었어요.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 적당한 양을 주문했지만, 우리는 그 뒤로 3번의 주문을 더 한 뒤 그 식당을 떠 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두 번째로 연어 초밥을 찾아갔지만, 아쉽게도 그곳의 연어초밥은 시애틀에서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알래스카라고 모두 알래스카 연어를 먹는 것은 아닌가 봐요.


페어뱅크스에 도착한 뒤로 우리 여행에 필수 리스트는 아니었지만 아빠는 계속 오로라 예보를 확인했어요. 시애틀 산 연어를 먹은 초밥집에서 물어보니 요즘은 오로라를 보기 어렵다고 확신에 차서 알려주셨어요. 우리가 2-3주쯤 뒤에 왔으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확실히 아니라고 안타까워하셨지요. 하지만 밤에 외출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는 야경이라도 볼 겸 나가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지난 텍사스 여행에서부터 시작된 ChatGPT에게 물어보니 오늘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알려주었어요. 밤 10시가 되도록 밝은 페어뱅크스에서, 10:30쯤 관측을 위해 출발했어요. 가는 길.. 점점 도시의 불빛이 사라져 가는 동안 엄마는 하늘에서 볼 수 없는 색이 나왔다고 의아해 하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정말 예민해요. 아빠와 나의 숨소리만으로도 우리를 파악해 내시거든요. 그런데 너무 예민해서 엄마가 하는 이야기는 엄마만 알 수 없을 때가 많아요. 하늘에서 볼 수 없는 색이라니.. 그게 도대체 뭘까요? 저는 그냥 잠자코 있었고, 엄마는 저것은 절대로 하늘에서 볼 수 없는 색이니 오로라일 것 같다고 마침내 혼자 결론을 내렸어요. 백야때문에 아직은 도시의 빛과 석양이 섞여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아빠는 캄캄한 곳을 운전하느라 정신없어서 시큰둥했지만,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카메라를 꺼낸 엄마를 보고 오로라 같다는 생각에 동의하면서 흥분하기 시작했어요. 제 입장은, 아빠는 항상 엄마말에 동의를 하시니까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목적지에는 5-6대의 차들이 이미 주차되어 있었는데 모두 라이트를 끄고 있었어요. 우리도 라이트를 끄고 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주차를 했어요. 그리고 밖에 내려 하늘을 보는 순간 오로라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춤을 주는 것 같은 하늘의 색상. 눈으로 보고 카메라에 담고. 같은 장소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탄성을 쏟아내기 시작했어요.


그중에 아저씨들 그룹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아저씨들은 대부분 학교친구 아담네 아빠와 비슷한 모습이었어요. 스카우트 친구인 아담은 캠핑을 가면 항상 아빠와 둘이 오는데 아담네 아빠는 그 어떤 열악한 캠핑 상황에서도 쿨하게 대처하시는 분이죠. 오로라 따위엔 꿈쩍 안 하고 차분하게 설명해 줄 것 만 같은 미국 아저씨예요. 그런 쿨한 미국 아빠모습을 한 아저씨들이 탄성을 자아내며, 아이들처럼 신이 나서 하늘을 올려다봤어요. 새로 들어오는 차들에게는 황급히 불을 꺼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이 우리 반 여자 아이들 같았어요.


저도 얼른 휴대폰을 꺼내서 촬영했어요. 이렇게 하늘을 오래도록 올려다본 적은 없었을 거예요. 오로라에는 관심 없다던 우리 가족은 여행 이래로, 가장 흥분하기 시작했어요. 설명할 수 없는 좋은 기분, 처음 느끼는 기분 이었어요.


한동안 쏟아진 오로라가 어느새 멈추고 추위가 몰려와서 차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책을 읽으려고 플래시를 켰지만 모두 불을 끄고 기다리는 곳에서 밝은 빛을 내는 것은 매너가 아니라고 엄마, 아빠가 책을 읽지 못하게 했어요. 독서를 금지하다니… 이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죠. 한참을 기다리는데 한 아저씨가 다가와 오로라를 봤는지 물어봤어요. 그리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도 궁금해했죠. 아빠가 우리는 챗지피티가 알려준 대로 와서 30분 전에 오로라를 보고 더 보고 싶어 기다리는 중이라고 알려줬어요. 그 아저씨는 우리가 ChatGPT를 보고 온 것에 매우 재밌어했어요. 아쉽게 그 뒤로는 오로라가 나오지 않아 12시쯤 다시 호텔로 돌아왔어요. 여행은 계획하지 않은 일로 즐거울 때가 가장 재밌다는 엄마의 말씀이 조금 이해되는 밤이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초밥집에서 강력하게 추천해 주신 온천을 즐기러 갔어요. 여름 시즌이 지난 옷가게에서 수영복을 어렵게 사서 향한 노천온천은 어린이는 입장 금지였어요. 그래서 혼자 자쿠지와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가며 한두 번 저에게 괜찮냐고 물으러 나오시기에 오케이 사인을 드리니 온전히 그곳을 즐기셨지요. 엄마는 특히 온천 마니아시거든요. 저는 온천보다는 물놀이 뒤에 먹었던 생컵라면을 맛있게 먹은 좋은 시간이 됐어요.


다시 앵커리지로 돌아가는 길에는 유일하게 육로로 접근할 수 있는 빙하를 보기로 했어요. 이곳은 엄마가 가장 보고 싶어 했던 알래스카의 모습이기도 하고, 저도 드디어 빙하를 보게 될 생각에 기대가 됐어요. 5시간을 운전해서 내려오니 드디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빙하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죠. 점점 가까워지는 순간 우리 가족은 또 호들갑떨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구글맵에서 알려준 24시간 오픈이었던 공원의 운영시간은 잘못된 정보였어요. 우리가 도착하기 1시간에 전에 입장이 마감되었고 접근 거리 5분을 남겨두고 우리는 발길을 돌려야 했어요. 다시 보러 오자고 졸라봤지만, 시간관계상 이번 여행에서는 포기하기로 했어요. 엄마도 다시 오고 싶어 했지만, 이번에는 아빠가 단호하게 여행이란 이런 일도 있는 것이라고 했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조금 다르긴 했지만 바다에서 빙하를 신나게 즐길 수 있었어요. 기대하던 큰 배는 아니지만 작은 크기의 배를 타고 하프데이 크루즈 빙하 구경을 했거든요. 배를 타러 가는 길에 우리는 터널을 지나야 했는데 그 터널은 일방통행이었어요. 양방향으로 정해진 시간에 번갈아 가면서 운행을 하는 곳으로 우리는 시간 맞춰 도착해서 우리 방향의 차례가 올 때까지 차로 줄을 섰어요. 그때 아기곰을 만났는데 귀엽게 빼꼼히 인간세상을 보는 아기곰이 너무 귀여웠어요. 엄마랑 아빠는 아기곰이 엄마 말 안 듣고 인간지역까지 와서 우리를 만났다고 잔소리를 했지요.

마침내 탑승한 크루즈는 정말 작은 배로 저 혼자서 여기저기 다니기 좋은 곳었어요.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아기곰처럼 엄마말 안 듣고 멀리 떨어져서 혼자 시간을 보냈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달이 노는 모습도 보고, 바다사자가 연어를 잡아먹는 장면도 봤어요. 연어가 피 흘리는 장면은 생각보다 슬프지는 않았어요. 빙하가 녹아내리는 생생한 장면과 소리도 들었어요. 그리고 그 빙하를 건져서 먹기도 하고.. 엄마 아빠를 포함해서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과 많이 봤던 하루였어요. 배를 타기 전에 비행기 표값보다 비싼 가격에 불만을 표하던 아빠도 대 만족했던 시간이었지요.


돌아오는 길에는 연어들의 산란장면을 다시 보기로 했어요. 아빠는 터널시간을 맞추기 위해 오래 머물지 못했던 강가로 다시 연어를 보러 다시 가고 싶어 하셨거든요. 강물을 거슬러 올라와 서로 보호하기 위해 공격하고 꼬리를 흔들면서 알을 덮는 장면이요. 아빠가 가장 좋아했던 시간으로 한참을 서서 연어들을 보고 왔어요. 아빠가 요구하는 시간은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은 배가 고프긴 했지만 엄마와 저는 불평 없이 한참을 함께 즐겼어요.


이렇게 재밌고 신기한 땅이 원래는 러시아 땅이었다는 사실이 재미있고, 헐값에 사들인 미국이 부러웠어요. 미국은 원래도 부자인데, 이렇게 재밌는 곳을 저렴하게 사버리다니. 똑똑한 걸까요? 운이 좋은 걸까요? 그 당시 이 지역을 사기로 결정한 밀리엄 슈워드 장관은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영웅이에요.


비슷한 위도에 있어서 인지 북유럽과 알래스카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엄마는 알래스카의 아름다운 자연에 반해 버렸고, 저도 차 안에서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즐기기에 너무 좋은 풍경이어서 긴 로드트립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엄마는 자연을 즐기는 제 모습을 대견해했어요. 내 나이에 풍경이 좋다고 감상하는 일은 어렵다고…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알래스카 공항에서 휴대폰을 많이 본 탓에 다음 여행지에는 휴대폰을 갖고 가지 못하게 됐어요. 여행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 많이 일어나요.


알래스카에서 처음 보는 장면들을 접하면서 우리 가족은 다른 여행보다 들뜬 마음으로 여행을 즐겼어요. 오로라와 나무, 바다의 모습까지…… 그리고 다음에는 눈이 덮인 알래스카도 꼭 보고 싶어 졌어요.


이곳에서는 평범한 아이스크림가게까지 즐겁고 신기하게 바라볼 수 있었어요. 사실 저에게는 늘 신나는 곳이지만……. 쌀쌀한 저녁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면서 아이스크림을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우면서도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 주면 아이스크림이 내년 봄이 될 때까지 운영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보고 이해할 수 있어요.마지막 아이스크림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이 소중해지는 시간이었어요.

여행을 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은 아빠는 자꾸 일정을 추가하려고 하셨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곳 근처에 금광이 있고 송유관이 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가자고 하셨어요. 아침 일찍 도착한 금광에는 알래스카의 러시아 옛 이름이 그대로 있었어요. 길게 이어진 송유관도 차를 타고 달리면서 계속 볼 수 있었어요.


4학년 때 골드러시 이벤트를 하면서 배운 금을 채취하는 방법으로 이번에는 진짜 금을 채취했어요. 우리 가족이 모두 합쳐 55달러 정도 가치가 있는 양을 채취했어요. 무제한 코코아와 쿠키까지 주는 프로그램이어서 학교에서 보다 훨씬 재미있었어요. 3학년 때 여행했더라면 4학년 골드러시과정을 훨씬 잘했을 텐데 아쉽기도 했고요.

드디어 마지막 일정! 이번여행의 마지막은 쇼핑이었어요. 알래스카의 앵커리지는 세금이 없는 몇 안 되는 곳 중하나였거든요. 미국에서 세금이 가장 비싼 곳에서 살아서 그런지, 텍스가 없는 지역에 오면 아빠의 쇼핑과 외식욕구는 엄마를 넘어서요. 페어뱅크스에서 밥을 먹으면서 서버 아저씨도 앵커리지에서 휴대폰을 사 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지요. 그래서 아빠와 저는 공항으로 향하기 전에 상태가 좋지 않은 운동화를 바꿔보기로 했어요. 하지만 적당한 가게를 찾지 못하고 결국 신발쇼핑은 실패했어요. 대신 지역 마켓에서 점심을 푸짐하게 먹고 간식으로 먹기 좋은 연어육포를 한 보따리 사 왔어요. 그리고 엄마와 아빠는 마켓에서 인생 커피가게를 발견했다고 좋아했어요. 저는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 공항 가는 길이 아쉬웠지만…


집에 돌아가는 시간은 늘 섭섭해요. 증조할머니 할아버지가 다닐 때처럼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길이 앵커리지에서 매번 급유를 해야 한다면 항상 알래스카를 들를 수 있을 텐데 기술이 발달한 것 마저 아쉬워지는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알래스카의 맛있는 커피와 연어육포를 다시 맛보기 위해 크루즈 여행을 제안하는 아빠의 모습을 기대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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