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진이의 엉덩이와 배가 앞뒤로 빵실하다. 급식시간에 착착 양껏 씹어 넣은 점심식사가 빼곡히 들어차있을 배는 야트막하게 올라왔고 매일 저녁 한 시간씩 무술도장을 다니며 강도 높은 기초체력훈련을 한 엉덩이는 어리고 질 좋은 근육으로 땡글하니 올라붙었다. 성희롱으로 잡혀갈지도 모르니까 호진이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배와 엉덩이의 볼록한 곡선을 보면 너무 귀여워서 입이나 손이 확 튀어나와 버릴까 봐 마음을 꾹 눌러 담아야 했다. 호진이는 초등최고학년이니까 함부로 귀여워해선 안되었다.
호진이가 자꾸 틀리던 분수의 나눗셈 응용문제를 설명해 주고 혼자서 해보라고 설명을 지우려고 지우개를 찾고 있었다. 호진이는 손으로 설명 부분을 가리고 못 지우게 했다. 그럴 때 나는 살짝 연필 끝으로 아이의 손을 찌르는데 (살짝입니다 살짝 정말 살짝 톡이라구요)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놀라며 손을 치운다. 공격을 참고 버틸 땐 강도를 약간 (약간이라구요 약간 정말 약간) 올려서 다시 찌르면 대부분 치운다. 그래서 살짝 강도는 높이다가 힘조절 실패로 푹 찔러버렸다.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어머! 어떡해! 괜찮아? 아이구 미안 힘이 너무 들어가 버렸다.
호진이는 멀뚱하게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요? 설명을 가린 손을 그대로 유지하며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호들갑을 떨며 손을 들여다보는 내게 호진이가 말했다.
형들한테 맞는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요
호진이에게는 공부 잘하고 잘 놀고 잘생기고 키 큰 형이 두 명 있다. 형제의 터울이 적어서 공부방의 다른 아이들도 호진이의 형들 중 하나는 알았다. 오며 가며 보는 형친구들은 호진이에게 다정했다. 형제관계에 대해 나의 아저씨가 설명해 준 것이 떠올랐다.
형제들은 자라면 싸움을 안 해. 더하면 죽일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어릴 적에 본 형제의 싸움은 놀라웠다. 형이 동생을 통째로 들어 소파로 집어던지고 동생이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자 형이 말했다. 새끼가 물 가져오라니까... 호진이는 소파로 던져지는 동생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던지는 사람이 두 명인. 샤프로 찔리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더 귀엽잖아.
언니 둘에게 얻어터지며 자란 나는 출생서열이 인간에게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언니들에게 뺨맞던 지난 과거를 이야기했다. 호진이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호의로워졌다. 언니들에게 핍박받으며 자랐지만 성장 후에 언니들은 내게 무척 잘해줬기 때문에 지금은 납작 엎드려 언니들에게 물을 떠다 주고 리모컨을 가져다주며 명령에 절대복종하고 있다. 호진이에게 이와 같은 희망을 전하며 형들에게 깝치지 말고 그냥 물을 떠다 주라고 했다. 호진이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근데요 동생 때리면 나는 형들한테 혼나요.
아... 호진이에게는 너무나 귀여운 일곱살짜리 여동생이 있었다. 강력한 형제서열을 파괴하고 있을 무법의 딸래미! 호진이의 서러움이 어떠했을지. 순간 내 눈에 눈물이 살짝 나올 뻔했다. 셋째의 특성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약한 것에 대한 동정심이 강하다는 것이다. 늘 가족 내에서 최약자였기 때문에. 호진이는 나보다 더 약자였다. 신체적으로는 강하지만 동생한테조차 억압당할 수밖에 없는 권력구조의 바닥에서 그 귀여운 배와 엉덩이를 볼록거리며 살아온 것이다. 나는 가엾은 호진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호진이는 잽싸게 피하며 가드를 올렸다. 야이새끼야 때리는 거 아니라고.
호진이의 학습상태를 보호자와 상담하는 중에 호진이가 나를 무척 따른다고 하셨다. 공부하기는 싫어하지만 공부방 가는 것은 좋아한다고. 선생님이 호진이 마음을 잘 알아줘서 좋다고 한단다. 셋째로서의 고충을 들어줘서 그런 것 같다고 하자 보호자는 놀라며 그런 것은 생각도 못했다고 하셨다.
세 번째 아이는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가족의 의무에서 벗어난 귀여움 받는 막내이기 때문에 온전한 자신의 세계를 큰 간섭 없이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언니나 형들이 하는 것을 보며 자라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크게 엇나갈 일도 적다. 저러면 되는구나. 또는 저러면 안 되는구나. 참고할 인간이 둘이라서 비교분석하기 좋다. 부모의 기대는 그다지 높지 않고 정말 건강하게만 자라면 되는 것이다.
건강하고 튼튼한 호진이는 샤프에 찔린 손을 슥슥 문지르더니 내가 그 와중에 재빨리 지워버린 설명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가 이내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문제를 푸는 머리통을 한번 더 쓰다듬고 싶은 충동을 가만히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