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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경 Jun 30. 2024

함께하는 요가 원데이의 맛

찍먹해보세요.

클라이밍의 근육통은 가히 대단했다.

요가와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고 수축하는 힘이 큰 운동이다 보니

요가를 하면서 겪지 않았던 부위의 근육이 너무나도 당겨

일상생활을 할 때마다 아이고야 하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다짐했다.

다신 클라이밍을 하지 않으리!


아직도 그때의 근육통의 고통이 생생하다.

팔을 제대로 필 수 없을 정도의 삼각근의 아픔과 전완근의 당김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나는 클라이밍장을 몇 번 가게 된다.)


이러한 근육통이 올 줄 알면서도 클라이밍에 참여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물론 직원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두 번째는 이들에게 요가의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클라이밍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신입들을 클라이밍에 참여시키려 영업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요가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요가를 찍먹해 볼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고 싶었다.

라고 쓰고 나와 함께 요가를 할 사람 한 명이라도 걸려라 라는 마음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클라이밍에 참여하기 전 이들에게 전제조건을 미리 달아놓았었다.

이 클라이밍 원데이 이후에는 요가 원데이에 참여하셔야 합니다.

무조건이요.


라고 말하고 나는 그들에게 챙겨와야 할 요가복 등을 물어보지도 않았는 데 일방적으로 알려주기 시작했다.


다행히 함께 한 직원들은 요가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갖고 있는 요가에 대한 막연한 생각과 편견을 (요가 그거 스트레칭하고 명상하는 정적인 운동이잖아.)

깨부술 아주 좋은 기회였다.


요가를 아예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냅다 아쉬탕가를 들이밀면 뒷걸음치는 정도가 아니라

내게 욕을 할 수도 있으니 이들이 경험할 요가는 하타요가로 결정했다.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라고 쓰고 제발 한 명이라도 걸려들어라!






회사와 나의 요가원은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한 거리였다.

우리가 갔던 클라이밍장이 회사와 아주 가까웠던 걸 생각하면 그래도 잠자코 따라와 준 이들이 기특했다.

원데이를 선택한 것에 후회가 들지 않도록 나는 가는 길 내내 하타에 대해 설명을 했다.


부동과 후굴이 많은 요가이며, 이는 한국 특유의 하타 요가 특성이다.

보통 해외에서의 하타 요가는 이렇게 부동과 후굴을 많이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나 역시 해외에서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하타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초급자, 중급자, 숙련자로 레벨을 나누어서 선생님께서 안내해 주시기에

무리하지 않아도 되고 못해도 된다.

그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되는 것이 요가이고 남들 신경을 쓰는 운동이 아니다.

눈을 감고 해야 한다. 눈을 뜨면 선생님이 눈 감으라고 할 것이다.

남들과 비교를 하는 운동이 아니다.

아, 아니지 운동 자체가 아니다. 이것은 수련이다.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요가 이야기는 장장 40분을 붙들어 매고 앉아서 이야기해도 모자랄 판인데

지하철 내에서 이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는 여정과 도대체 언제까지 걸어가야 하냐는 아우성을 무시하며

우리는 요가원에 도착했다.


나름 요가 경력이 몇 년 정도 쌓여 내가 요가원을 고르는 기준이 날이 갈수록 까다로워졌고,내가 바라는 수업의 스타일도 명확해졌기에

내가 추천해 주는 요가원은 그만큼의 퀄리티가 보장되어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내가 꾸준히 다니는 이 요가원은 입장하자마자 느껴지는 요가원의 분위기와 향기, 그리고 선생님의 안내 멘트 등

모든 것이 초보자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라 예상했다.


클라이밍의 활기차고 밝은 에너지와 달리 요가원은 조도가 낮고 가사가 있는 음악은 흐르지 않았으며,

다른 수련생들도 조용히 몸을 먼저 풀고 있는 분위기여서

직원들 역시 클라이밍장에서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공용 매트를 깔고 각자 몸을 푸는 그들에게 다가가 나는 소곤소곤 대략적인 요가 아사나들과

자주 등장하게 될 기본 아사나와 그의 정렬, 자극 포인트 등 속성으로 팁들을 알려주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선생님께서는 차를 내려주었고, 마침 추운 겨울날이었던 우리의 속을 덥혀주었다.

직원들을 데려오기 전 미리 선생님께 회사 사람들 5명과 함께 올 예정이라고 언질을 해 두었던 상태여서,

선생님께서는 이 날 아주 초보자 맞춤으로 수업을 진행해 주셨다.


물론 내가 평소에 하는 수업에 비해서 난이도가 너무 차이가 났기에 내 입장에서는 아쉬웠지만,

초보자들이 많았던 터라 그렇게 진행하는 것이 맞았다.


클라이밍을 주로 하는 사람들의 몸은 많이 굳어져있고 근육 수축이 많이 되어 있을 터라

하타 요가의 몸을 늘리고 이완을 하고, 또 아사나 속에서 가만히 부동을 하는 것이

힘들거나 짜증이 날 법도 한데 그 누구도 중도 포기를 한다거나 하진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내 수련에 집중을 하느라 옆 사람이 어떻게 하든 알 수가 없어서 직원들의 표정 등을 살피진 못했지만

그래도 곁눈질로 살펴봤을 땐 다들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따라오는 눈치였다.

그 와중에 직원들은 왼쪽 오른쪽 방향을 헷갈리고 선생님이 설명해 주시는 아사나 자세에 감이 없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두리번거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내가 첫 하타 요가를 했을 땐 어땠더라.

부동을 하는 것이 힘들었고 짜증이 났었다.

당시에는 이미 아쉬탕가와 빈야사로 요가를 어느 정도 했었던 터라 기분 전환용으로 하타를 들어보고자 했었는데

다이내믹한 맛이 없이 그저 얼차려를 받는 것만 같은 하타 요가에 이것을 왜 해야만 하는지

속에서 말도 못 하고 짜증이 부글부글 끓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만큼 나는 끈기도 부족하고 내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기에 그렇게 짜증이 났었나 보다.

부동이 길다는 말은 그 시간만큼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볼 시간이 생긴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짜증이 안 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첫 하타 요가를 했을 때보단 많이 좋아진 모습이다.

요즘은 너무 잡생각이 들어서 문제다.

아니 잡생각보다 자꾸 잠이 들어서 문제인 건가.

이건 또 별개의 문제로 나중에 한 번 풀어서 써봐야겠다.


나의 첫 하타 요가 때를 생각하며 수련이 끝난 후 직원들에게 어땠는지 물었을 때

내 기대보다 그들의 첫 요가 찍먹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아사나 자세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나 라는 설명보다 나의 내면 그리고 정신, 몸에 집중하라는

선생님의 끊임없는 안내에 오히려 더욱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내가 이 요가원을 택한 이유도 그것이다.


아사나를 잘하고 싶고 내 옆자리에 있는 사람보다 내가 한 끝이라도 더 숙련되어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욕구인지라 아무리 요가를 오래 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욕구는 끊임없이 생성되어 머릿속을 지배할 것이다.

하지만 수련 내내 선생님이 안내해 주시는 말씀에선 아사나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어떻게 하면 아사나와 나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는지, 마음이 흔들리고 정신이 없어질 때 요가 수련이

이러한 카오스적인 상태인 나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매트 위에서의 모습과 평상시의 나의 모습을 분리하지 말고 함께 가져가야 하며 그러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회사 일에 찌들고 추위에 덜덜 떨며 헤쳐온 우리들에게 필요한 말들을 많이 해주셨기에

내가 그러했듯이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색다른 충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직원들의 만족도도 괜찮았다.


나의 선택은 옳았지!

나 까다로운 수련생이라구.









클라이밍이 끝난 후 뒤풀이를 가졌던 것처럼 요가를 한 그날도 우리는 당연스레 치맥 장소로 향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요가를 한 후에는 왠지 모르게 식욕이 감퇴하고 먹을 생각이 들지를 않는다.


아마도 몸을 이완하고 마음을 안정시키고 신경계가 날뛰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식욕 등의 모든 욕구가 잠잠해지는 것 같다.


모두가 한숨 푹 자고 나온 얼굴로 눈이 반쯤 감긴 상태로 치킨집에서 각자 요가의 경험에 대해 기분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좋았고, 정말 꾸준히 하면 좋을 것 같았다는 반응에 괜히 내가 가르친 것도 아니지만 뿌듯했다.

자연스레 그럼 같이 다니실래요?라고 말을 건네봤지만, 그것까지는 넘어오지 않더라.


그래도 먼 길, 추운 날씨 그리고 퇴근 후!라는 악조건들을 모두 감안하고 나를 따라와 준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다음날 출근 후에도 우리의 단체 DM방에서는 어제의 요가 후기가 올라왔고, 그 틈을 타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물론 엘라 답지 않게 착한 척하지 말라는 반응이 돌아왔지만.


그 이후에도 나는 틈만 나면 요가를 가자고 얘기를 하고 있다.

돌아오는 반응은 그러면 클라이밍부터 오라는 오퍼이지만 말이다.


다들 요가 쿨타임 차지 않았나요? 오셔야죠?


이 멘트는 아마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z-안클즐클 채널처럼 z-나마스떼 채널이 생기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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