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하루였어
완치할 수 없는 고질병이다.
가을앓이.
가을이면 겉으로 표현은 안 하지만 가슴에 너울이 일어난다. 지금이야 너울이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십 미터 파도였다.
떠나는 그를 잡으려 맨발로 뛰어나가 꺼이꺼이 울던 어둡던 밤. 그렇게 털썩 주저앉은 체 그를 원망하고 나를 원망했다. 이별은 그렇게 혼자고 아프고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다.
가을에 태어난 남자는 겨울에 나를 만났고 가을에 나를 떠났다.
나를 가장 사랑했고 내가 가장 많이 사랑했던 그 사람을 아마도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내가 손에 꼽는 몇 안 되는 남자들은 음력이던 양력이던 모두 생일이 9월이다.
알 길이 없는 카르마의 굴레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이상한 일이다. 연결을 짓자면 끝도 없을 것이지만 말이다.
지독하게도 사랑하고 이별하는 그런 딱 한 사람이 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것 같은데 또 누군가를 만났고.
미안한 말이라 앞으로도 할 생각 없지만 그 사람만큼 나를 사랑해 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물론 양심이 살아있는 난 내가 진심을 다해야 한다는 것쯤은 배웠다.
성숙한 관계라는 것이 그렇더라.
가사를 쓴다는 것은 참 재밌는 일이다. 나같이 기복이 있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이라면 쓸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다. 과거의 기억을 꺼내다 보면 좋은 것만 기억 난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가사를 완성하고 나를 위한 곡이 완성되면 가장 잘 만들어진 한 곡으로 나의 가을 테마곡으로 정한다.
작년 가을만 하더라도 노랗게 붉게 스며든 나뭇잎을 보며 최애곡을 무한반복 들었는데 올해는 그러다가 문득 전화 걸 사람이 생겼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한참 음악에 빠져있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미소가 번진다.
나에게 은행을 따주겠다고 양손에 은행독이 생겨 병원까지 가고 거진 한 달을 고생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의 손을 보면 기가막힐 노릇이다. 그런 사람이 이젠 내 옆에 있다.
그래도 가을이다. 난 가을을 이렇게 즐긴다. 추억을 돌이켜보고 가슴이 미어지고 이젠 많이도 덤덤하다.
벌써 흑백 사진이 된 추억이다. 마치 울 엄마 이야기 같이.
올 가을 나의노래 들어 보실래요? 느낌 좋다. 요즘 말로 느좋.
제목: 괜찮은 하루였어
오늘은 괜찮은 하루였어 바람도 적당히 불었고
밥도 제때 먹었어 딱히 외롭지도 않았어
근데 잠깐, 누가 네 얘길 꺼내더라
그냥 웃었어 이젠 그럴 수 있더라
괜찮은 하루였어 근데 너 생각이 났어
별일 아닌데도 조용히 네가 스쳤어
괜찮은 하루였어 진짜 그렇게 믿었어
근데 이상하게 끝엔 또 네가 남았어
너무 오래된 사진을 봤어 지우려다 말았어
그냥 거기 있어도 이젠 괜찮을 것 같아서
괜찮은 하루였어 근데 너 생각이 났어
별일 아닌데도 조용히 네가 스쳤어
이제는 너도 나도 다 괜찮을 거라 믿는데
왜 그런지 몰라 가끔은 네가 그리워
괜찮은 하루였어 그래도 너 생각이 났어
아무 일 없었는데 오늘은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