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사랑하기는 글렀어...
사실 나에게 '사랑'은 참으로도 이기적인 욕심의 결정체였을 뿐이다.
마치 '사랑'은 나를 장식하는 하나의 액세서리처럼 나를 빛내주는 그 무엇일 뿐이었다.
왜 나는 그리도 가볍게 '사랑'을 취급했을까?
나에게 사랑을 함께하고 싶고 아름답게 조각내서 간직하고 싶었던 그들의 마음과 행위들이 가슴을 후벼 판다.
과거의 후회가 현재의 나에게 따지듯이 묻는다.
"넌 왜 그렇게 생각이 없니?"
"어떻게 넌 사랑이 그래?"
'사랑' 타령이나 하며 한가하게 커피 마시고 수다 떨 시간이 없었다고, 난 되지도 않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 '사랑'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Key 였던가!
부모님의 사랑, 형제간의 사랑, 이웃 간의 사랑 온 인류적인 사랑에 가장 중요한 청춘 남녀 간의 사랑!
풋풋한 사랑에서 불꽃같은 사랑으로 그리고 농염한 사랑으로 발전하다가 권태기에 왔던 그 사랑.
변덕이 죽 끓듯 하던 나에게 짧게는 2년이라는 시간은 '사랑'에만 집중하기에 청춘의 열정이 솟구치고 있었다.
나의 첫사랑은 대학시절 만나 이후 5년간 쭉 나에게 헌신하고 나만 바라보는 그런 지고지순한 사랑이었다. 매일 편지를 써서 보내고 기념일을 챙기고 늘 나를 기다려주던 그 사람.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에게 두 팔 벌리고 있었던 그 사람을 난 내가 갖춰야 하는 내 몸의 장식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한 사람의 완전한 희생이 녹아들었던 그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당연하게 그 사람은 나를 완전하게 떠나버렸다.
비워져야 그 진가를 안다고 했던가?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그 사람의 진정한 사랑이 내 가슴 정 중앙을 후벼 파는 날이 올 줄이야.
"너무도 그리운 당신의 목소리 그리고 따스함."
"연애는 힘든 것이다."라는 부정형의 명제로 살고 있는 요즘.
더욱 진정했던 그 사랑이 보이는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 알게 된 것일까? 아님 수많은 오답 속에 깨달음을 얻을 것일까?
누군가와 사랑을 한다는 것이 점점 더 멀고 험한 여정처럼 느껴지고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겁부터 집어먹고 있는 나.
그렇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나에게 몇 가지 지침을 정해 본다.
"사랑하기에는 이젠 글렀어."가 아닌 "사랑할 수 있고 진정한 사랑을 찾을 거야."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첫째, 나를 있는 그대로 내가 인정하고 사랑하자.
둘째, 싫은데 억지로 만나서 간 보지 말자.
셋째, 아직 때가 아니라면 나를 갈고닦자.
넷째,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고 즐기자.
다섯째, 웃자!
곧 쉰의 나이가 내 인생에 들이닥친다. 반백년을 산 나에게도 분명 '사랑'은 찾아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그간 사랑을 업신여긴 당신! 때로는 그런 나에게 벌을 받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만약 '벌'을 받았었다면 충분히 많은 독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20대에는 삶이 늘 푸릇하고 찬란할 듯 보였고
30대에는 내가 한다면 뭐든 다 할 수 있었고
40대가 되어서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어갔다.
아마도 책임감이라는 그 무게가 나를 지그시 누르며 나긋하게 말을 건네 온 것이 아닐까?
"봐봐 이젠 너를 한번 돌아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