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내며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실체가 있는 그리움과 연기처럼 사라져 흔적도 없는 그리움이 있다.
살아있는 그리움은 그 간절함과 절심함에 곧 손만 닿으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마치 상대의 눈물 한 방울에 키스 한 번에 다시 소생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러나 연기처럼 사라진 그리움은 아무리 간절해도 손에 닿을 수 없다.
말 그대로 그것은 공기 중에 흩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그리움은 무겁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손으로 만질 수도 없고 눈에도 보이지 않는 이 그리움은 땅끝까지 뻗어있는 혈관같이 묵직하게 나를 짓누른다.
괴롭다고 힘들다고 나를 그만 놔달라고 애원해도 소용없다. 그럴수록 더욱 강력한 에너지를 흡수하고 몸집을 키우는 특징이 있다. 그리움 말이다.
"나 외롭고 힘들어." 주문을 외우면 멀리 타국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12시간을 날아왔었다.
그만큼 그리움은 강력하다. 한 번의 주문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곧 실행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 이후는 나에게 또 다른 기회였을까?
아니 기회는 없었다. 그는 그저 나의 처참한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12월 칼바람이 불던 어느 겨울 각 과별 의원들은 학생회 대표들과 함께 회의를 시작했다. 나는 회의참석을 할 수 없었다. 기말 과제로 공연준비가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늦게라도 참석하라는 말에 나는 학생회관으로 향했고 단상 위에 서 있는 그를 보았다. 그는 너무 멋있었고 반짝였다.
왜 그랬을까? 왜 하필 그였을까? 수많은 남학생들이 서 있었는데 왜 그가 내 눈에 들어왔을까?
지금으로 말하면 썸이라는 감정선을 타기 시작했고 그도 나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MT를 갔고 서로에게 관심을 주며 탐색을 했다. 그리고 나는 확신했다.
'이렇게 카리스마 있으며 리더십 있고 다정하고 세심한 남자라면 내가 믿을 수 있겠다.'라고.
그렇게 찾던 믿을 수 있는 사람.
알아 갈수록 평범한 인생을 살아오지 않은 사람. 소년가장같이 의지할 사람 없이 자신을 스스로 챙겨야 했던 사람. 그래서 아주 강한 멘탈과 생활력을 갖고 있었던 사람.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처럼 부모님이 등록금을 내줄 수 없어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생회장을 맡아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마음만큼은 세계 최고의 꿈 많은 자립형 청년이었다.
난 오늘 그 아름다운 청년을 보내주련다.
고맙고 감사하고 늘 사랑했어.
나만 생각하는 그 마음이 한결같았는데 내가 놔버렸던 거야.
너무 뜨거웠던 그 사랑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내가 너를 놓았어.
넌 태양같이 빛을 뿜으며 따뜻하게 항상 그 자리였는데, 모든 만물이 흐르듯 그렇게 갔으면 됐을 일인데 난 엉터리 우주선을 만들어 타고 우주로 날아갔어.
그곳에는 너는 없고 텅 비었더라.
엉터리 우주선은 터졌고 나는 추락했지.
추락하고도 한참을 몰랐다 그 사랑을.
사랑해…
그렇더라
지금 들고 있는 옥수수가 운명이야.
더 좋은 옥수수?
없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어.
더 좋은 옥수수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추락지부터 다시 씨알 굵은 옥수수를 찾았지만 한참 지나고 보니 옥수수밭은 끝이 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