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의 건전한 루틴을 만들다.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은 성장 욕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월리스 와틀스
아들의 여름 방학이 시작됐다. 나에게는 아들의 여름을 어떻게 기획할지 플랜을 짜야하는 기획자로써의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이 아이의 열 살 인생에 뜻깊은 무언가가 되어야 하는데 어떤 시간을 채워줄까? 고민이다. 그렇다고 어미로써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방학 첫날, 아이의 요청으로 늦잠을 잘 수 있게 허락했다. 9시쯤 눈을 비비며 일어난 귀염뽀짝 왕자님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오늘의 일정을 알려줬다.
"엄마는, 울 아들의 여름을 하나라도 얻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어. 놀고 싶고 쉬고 싶지만 그런 건 너무 하기 쉬운 거잖아? 하기 쉬운 건 남는 게 없어. 규칙을 세우고 방학 계획표를 지켜보자. 어때?"라고 물어보았다.
아들은 "그럼 계획표 가져올까?"라고 말하며 학교에서 나눠 준 여름방학 계획표를 들고 왔다.
꼭 들어가야 하는 핵심 내용을 리스트업 한 후 아주 친숙한 동그라미 일일계획표에 색칠을 시작했다.
1. 주 1회 독후감. + 더 쓸 수도 있음.
2. 영어 공부(엄마표)
3. 피아노
4. 수학
5. 밀크티
6. 축구
7. 도서관 가기
(참고로 아이를 친정어머니와 둘이 케어해야 하는 싱글맘으로써 오후 3시 출근 전까지는 둘이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아침을 먹으며 넷플릭스에 있는 BBC 다큐멘터리 '우리의 우주'를 시청했다. 우주의 탄생과 아프리카 치타를 연결하여 만들어낸 대작을 아이는 신기한 듯 보았다. 평소 등교 하기 전에 먹는 아침보다는 여유가 있었고 과일까지 먹어가며 아침 시간을 음미했다. 이후 아이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척척 해냈다. 잔소리할 필요가 없었다. 이젠 제법 성장한 아이와 대화가 통한다니 아들이 의젓하게까지 느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덜 성숙한 나의 모성애는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아들 미안해.", "너에게 물어보지 않고 나 혼자 키워서 미안해."라는 말을 많이 했었다. 지구별에 엄마와 아들로 만나서 일평생을 살아야 하는데 우리의 인연도 인연이지만 나의 상황에 천사 같은 아이를 어찌할 줄 몰랐다. 중요한 점은 아이를 키우며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성숙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나름 괜찮은 엄마가 돼 가고 있었다. 괜찮은 엄마라고 단정 짓기는 힘드나 아들은 나의 역할에 가끔 강동 받고 든든해하고 자랑스러워까지 한다.
"엄마, 엄마는 영국 유학 다녀왔지? 그래서 나 낳은 거야?", "엄마, 엄마는 방송 PD였지. 그래서 내 Youtube도 잘 만드는구나." 그리고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건 함께 로블록스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신문명에 관심이 많은 나는 우선 해보고 만다. 아들이 게임에 빠져 핸드폰과 물아일체가 되는 시간이 많아져서 안심보호 롹을 걸었고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생겨 계정을 만들었다. 해보니 재밌었다. 미취학 어린이인 아들이 새로운 단어를 구사하며 설명하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여 나름 시간을 정해 함께 게임도 한다.
"내 친구 엄마들은 게임 같이 하는 사람 없다. 우리 엄마만 같이해."
아들, 우리 행복하고 아름다운 여름 만들자! 내 아들이어서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