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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랑 Mar 23. 2022

노선 적자? 도둑놈이 많은 것 아니고?

우이신설선 적자, 언론플레이 말고 데이터로 얘기하자


서울의 대표적 교통수단 지하철, 경전철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과거부터 서울에 지하철을 놓는 계획은 늘 중요한 사업 중 하나였고, 이제는 지하철을 넘어 GTX 계획이 추진되는 등 현대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지하철 운영과 관련해서는 국가에서 대부분을 맡아왔지만, 9호선과 각 지역의 경전철 운영부터는 민자에서도 사업을 가져가는 변화가 최근엔 있었다.


수도권 경전철들 중에서 가장 이름을 오르내리는 2가지 지하철이 있다. 하나는 김포 지역에 있는 '김포골드라인'이고, 나머지 하나는 서울 강북지역을 오가는 '우이신설선'이다. 김포골드라인은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 이전, 출근길을 체험해보는 등 우리에게 지옥철로 잘 알려져있으며, 우이신설선은 대표적인 적자노선으로 언론에 자주 등장하곤 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김포골드라인과 우이신설선 데이터를 보면 의문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2022년 3월 <매일경제>에 실린 경전철 관련 데이터다.



우이신설선과 김포골드라인만 놓고 비교를 해보려 한다. 우이신설선은 역사가 13개로 10개인 김포골드라인보다 3개 더 많다. 하지만 노선길이는 김포골드라인이 훨씬 길다. 모두 2량이기 때문에, 유지비용으로 환산해보자면 김포골드라인이 긴 노선이라는 측면, 우이신설선이 역사가 더 많다는 측면에서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다.


그런데, 두 노선은 목표치가 너무 다르다. 우이신설선은 13만명, 김포골드라인은 8만명이다. 현재 이용객은 1만명 차이가 나지만, 목표치 책정 당시에는 5만명 이상 차이가 난다. 


ㅣ이룰 수 없는 목표, 누구 생각이었을까?ㅣ

우이신설선이 하루 일 평균객 13만명을 태우려면 편도 운행 1회당 얼마나 탑승해야 하는지 직접 계산해봤다. 현재 우이신설선은 평일 약 250회, 주말 약 210회정도를 왕복으로 운행하고 있다. 하루 평균 13만명 목표치에 평일 운행 횟수인 250을 나누면 왕복 운행 1회에 520명이 탑승해야 한다. 편도로 따지면 260명이다. 그렇다면, 2칸으로 운영되기에 한 칸에 130명이 타야 한다는 이야기다.


경전철 한 칸에 있는 총 좌석수는 20개 남짓이다. 일반 중전철과 다르게 좌석이 많지 않다. 20명이 앉고, 100명 이상이 서서 가야하는게 지금 우이신설선의 손익분기점이란 뜻이다. 평일 낮~오후 시간에는 어느 지하철도 탑승객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평균을 맞추기 위해서는 출퇴근시간에 압도적으로 많은 인원을 반드시 수송해야만 한다는 결론이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한편 혹자는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지하철은 노선에서 중간중간 타고 내리는데, 왜 130명이 동시에 타야 한다고 계산하나요?"


그래서 준비했다. 우이신설선 노선표를 보자. 북한산우이역부터 성신여대입구역까지 환승역이 없다. 우이동에서 탑승한 사람들 중 10%정도의 사람들이 북한산보국문 혹은 정릉 역에서 하차한다고 하더라도, 대다수 사람들의 목적지는 성신여대입구, 보문, 신설동과 같은 환승역이다. 환승역 전에는 회사가 많은 동네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랜드마크가 있지도 않다. 가장 큰 랜드마크라고 해봐야 북한산보국문역 앞에 있는 등산로와 정릉역 주위에 있는 국민대, 서경대가 전부다.



마찬가지로 퇴근길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그 반대다. 각 환승역에서 탑승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주거지에 내리는 구조다. 자연스럽게 환승역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타는 '지옥철'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퇴근시간에는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북한산우이역 방향으로 탑승하기도 어렵다. 적자라는 소리를 들으면 화딱지가 나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만약 '우이신설선은 적자다'를 주장하는 측에서 이런 계산을 쉽게 못하게 하려면, 애시당초 환승역이 중간에 있는 노선을 구성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쌍방향으로 출근시간에도 많은 이용객이 있었을거고, 지금과 같은 계산법을 쉽게 적용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이 계산법은 주말을 제외했다. 주말에는 운행 횟수가 약 40회 더 적어 평균적으로 더 많은 인원을 수송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부러 더 많이 운행하는 평일로 계산한 것이다.


ㅣ그러게 노선을 잘 만들었어야지ㅣ

우이신설선은 과거 노선을 만들 때부터 삐걱거렸다. 노선에 정릉지구를 품었지만 2호선 본선인 왕십리역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신설동에 '2호선 지선'이 있어 2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였다. 또 노선을 직선으로 구성하지 않고 삼양동에서 우회하는 노선을 그리면서 속도도 저하되고 상대적 소요시간도 늘어났다. 만약 우이신설선 종착역이 신설동이 아니라 왕십리였다면 어땠을까. 지금과 같은 적자가 났을까? 출퇴근시간에 양방향으로 모두 사람을 태운 전철이 다니지 않았을까? 


결국 목표는 편도로 한 번 운행에 평균 130명을 태워야 하지만, 노선 구조상 환승역이 한 쪽에 몰려있으니, 출근 시간에는 도심 방향 환승역을 향하는 하행만 사람이 많고 퇴근 시간에는 상행만 많을 수 밖에 없다. 또 주말 일반 시간대에도 환승역->환승역으로 가는 경우도 거의 없다시피하다. 각 환승역 간의 거리가 너무 짧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명시한 모든 설명이 김포골드라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목표치가 다르다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 김포골드라인은 '지옥철'이 됐고 장사가 너무 잘 되는 성공한 노선이 됐다. 


그래서 묻고 싶다. 만약 손익분기점이 정말로 13만명을 넘어야 하는 것이라면, 김포골드라인보다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더 유지비용이 들기 때문에 13만명을 채워야만 하는 것일까? 노선을 반쪽으로 만들어놓고 왜 이용객이 없다며 없어져야 하는 적폐노선 취급을 하는 것일까?


우이신설선은 이용객이 적다고 없어져야할 노선이아니다. 우이신설선은 김포골드라인과 출근길 똑같은 지옥철이지만 지옥철 취급을 못받고 있는 불쌍한 노선이다.


진짜 적자가 맞는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적자가 맞다면, 사업을 계획할 때부터 잘못됐거나 유지비용에서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도둑놈 배를 불려주지 말고, 이를 탐구하는 기사를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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