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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랑 May 31. 2022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10분대에 갈 수 있을까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10분대에 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번 며칠간 뜨겁다. 어떤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교통 매니아 입장으로 이 질문에 대한 사실여부 및 과거 역사 등등을 생각해봤다.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했다. 


단 전제 몇 가지가 필요하다.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10분대에 가기 위해서는 현 시스템 상 KTX, SRT 등의 '고속철', 그리고 공항철도의 속력 업그레이드가 뒷받침 되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베이스로 두겠다.


김포공항을 '지나는' KTX가 있었다

시계를 2017년으로 돌려보자.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있었다. 바로 강원도 강릉과 평창에서 진행되는 평창동계올림픽. 그런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강원도를 가는 방법은 버스가 유일했고, 인천에서도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었다. 이에 만든 것이 인천공항발KTX다. 물론 현재 서울~강릉 구간 KTX를 운행하고 있지만, 이 노선은 애시당초 인천공항에서 평창까지 외국인 관광객 및 선수단 이동을 위해 기획됐던 노선이다.


그래서 인천공항~강릉간 노선을 만드는 데 있어 서울에서 어떻게 정차를 할 것인지 여부가 한동안 굉장히 뜨거웠다. 결론적으로는 서울역에 정차할 수 있게 됐지만 용산역 정차 가능여부 및 경의중앙선, 경춘선 배차간격 문제 등으로 계속해서 잡음이 있었다. 결국 올림픽이 끝나자 인천공항~강릉 구간 노선은 역사 속으로 금방 사라진다. 인천공항에서는 경부선 열차가 그 이후 다녔고, 강릉행 KTX는 서울역에서부터 출발을 하곤 했다.


아무튼, 그래서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KTX는 공항철도가 다니는 노선을 따라서 서울 은평구 지역까지 따라온 뒤, 경의중앙선 선로로 옮겨타는 방식으로 운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포공항 '지하철역'을 통과했다. KTX가 지하철 승강장 플랫폼을 통과한다니 지금 생각하면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호선과 같은 지상에서 다니는 지하철 플랫폼이 아니라, 실제로 KTX가 지하에 있는 김포공항역 승강장을 무정차로 통과했었다. 따라서 과거에 고속철이 서울에서 김포공항을 '지나' 인천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직통열차 포함' 2022년 공항철도 운행 상황

인천공항을 향해 가는 공항철도는 2가지로 나뉜다. 서울역에서부터 중간정차역이 없는 직통열차가 있고, 10여개의 중간정차역이 있는 일반열차가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직통열차를 운행하지 않았지만, 최근 다시 운행을 재개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직통열차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하루 최대 7700명, 평균 5402명이 이용했다고 한다. 일반열차까지 포함하면 하루 27만명이 공항철도를 이용했다.


직통열차로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는 43~45분이 걸리고, 일반열차로는 한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한편 김포공항역에서부터 인천공항까지는 일반열차만 갈 수 있기 때문에 현 기준으로는 38분이 걸린다. (이것도 현 기준이다. 향후 공항철도는 인천공항~김포공항 사이에 추가로 역들을 신설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직통열차가 김포공항에 서고, 직통열차를 통해서 김포공항~인천공항을 갈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걸릴까. 이는 직통열차도 내부 형태는 좌석형 기차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지하철 급행에 가깝다. 속도를 100km/h 최대로 보는 지하철 이상으로 올리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미 서울역~인천공항 간 거리에 시간 차이가 대단히 많이 나지 않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38분 소요되는 일반열차 대비 20% 이상 시간 감소를 기대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속철이 김포공항 정차가 어려운 이유

위 문단을 통해 '지하철' 형태 혹은 그에 준하는 급행열차를 도입해도 10분대에 김포공항~인천공항 운행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다. KTX를 타고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가야 한다.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일단 현 상황에서 어려운 이유들을 생각해봤다.


추가 선로가 필요하다. 얼마나 많은 고속철이 이 구간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추후 논의한다고 제쳐두더라도, 최소한 지하철 영업에 방해(?)가 디지 않는 선로 및 승강장은 있어야 한다. 참고로 현재 서울역~검암역 사이를 오가는 공항철도 일반열차의 배차간격은 5~10분 사이다. 속력이 월등히 빠른 고속철을 같은 선로에 넣기 위해서는 많은 대피선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자연스레 KTX를 10분대로 보내기 위해 대피해있는 공항철도의 운행 소요시간은 매우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별도의 승강장이 필요한 김포공항이다. 모두가 아는 것 처럼 KTX는 지하철과 길이가 다르다. 일반 KTX는 18량에 달하고 KTX-산천은 그보다 짧지만 지하철 한 칸과 동일한 길이로 책정할 수가 없다. 또한 일반 철도, KTX와 지하철은 지면부터 승강장 문 간의 높이가 다르다. 즉 지하철 승강장에서는 일부 기차의 객차 문을 열어도 정상적인 승, 하차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래나 저래나 별도의 역을 새로이 신설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론적으로 이 모든 시나리오가 이뤄지면 공항 간 10분대 이동을 타진해 볼 수는 있다.


김포공항 없는 김포공항역이 생길 시 변화

만약 '10분대 고속철'과 함께 김포공항 없는 김포공항역이 고속철도 역으로 생기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너무 많은 '만약'의 가정들을 다 넣어야 하지만 모든 인프라는 그대로 둔 채, 철도만 신설된다는 것을 전제로 놓아보자. 그리고 제주도와 관련된 이슈는 철도를 통해 갈 수 없는 영역이니 이번 논지에선 과감히 배제하려 한다.


제주 노선을 제외한 전 국내선 영역은 모두 철도를 통해 오갈 수 있다. 만약 김포공항이 사라진다면, 부산을 가는 사람은 인천~김해 노선을 타야 한다. 인천공항까지 들어가는 시간, 또 김해공항에서 부산 시내로 들어가는 시간을 계산했을 때 '시내와 시내'를 기준으로 두자면 철도를 통해 이동하는 것과 항공을 이용하는 것에 시간 차이가 없어진다. 오히려 고속철이 김포공항역에 만들어지면 이를 통해 직접 국내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차라리 더 기대해볼 여지는 있다. 


그래서 내륙을 오가는 항공 노선의 필요성에 의문이 많이 들게 된다. 국내 어느 지역에서 서울을 오기 위해 비행기를 이용하더라도 결국 인천공항에서 고속철 혹은 지하철을 이용해야 된다는 점이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동하는 고객 입장에서 '비행기+기차', '기차' 중 선택하면 대부분 후자를 택하지 않을까? 아무리 내륙을 오가는 국내선 항공의 비중이 크지 않다고 해도, 공항의 통합과 함께 교통편 이용에 있어 선택의 폭도 '비자발적 통합'이 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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