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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랑 Jan 06. 2023

지하철보다 빠른 지하철, GTX 행복회로


내가 사는 집 주변에 생기는 여러 인프라 중에 개인적으로는 '역세권'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워낙 어릴 때부터 교통수단에 관심을 가졌던 바, 우리 집 앞에 생기는 새로운 버스 노선이나 경전철이 놓인다 하면 그것만 기다렸으니까. 한 7년 가까이 기다렸던 우이신설선 경전철은 별 이유도 없긴 했는데, 개통 첫날 첫차를 일부러 가서 타고 왔다. 그리고 그렇게 역세권의 편리함을 쟁취하고 나서는, 이걸 학교다닐 때 개통을 안 시켜준 탁상행정을 여전히 나무라고 있는 중이다.


태어나서부터 서울 동북권에서만 줄곧 살아오다보니 여러가지 인프라 측면에서 혜택을 못 받는 것 같은 '피해의식'이 있다. 당연히 일반적인 서울 시민들은 노원, 수유에서 약속을 잡지 않는다. 서울 도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있고, 지하철로도 30분 가량 나가야 대학로와 건대입구 근처 번화가를 갈 수 있는 정도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서 나도 구로, 고척동을 서울로 규정하지 않지만, 서울은 분명 '빠름'을 추구하는 현 시대 생활권을 기준으로 크고 보다 더 효율적인 교통수단을 분명 필요로 한다.


GTX 얘기가 많이 들린다. 예전부터 GTX-C 노선만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GTX-A가 당장 내년이면 개통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서울도 뉴욕마냥 '지하철보다 빠른 지하철'을 볼 수 있게 됐다. 이 교통수단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하겠지만, 사실상 경기도 취급을 받는 서울 동북권 사람들을 포함 경기도민들한테는 매우매우 큰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GTX-A는 파주와 일산을 거쳐 서울을 지나 동탄으로 지나간다. 3호선의 슈퍼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쉽게도 내 인생과 전혀 연관 없는 동네들만 지나가는 지라 타볼 일이 생길지는 잘 모르겠다. 고양에 프로농구 경기를 보러갈 일이 생기면 타볼 일이 생기겠네.


주 관심사인 GTX-C는 2028년 개통이니 앞으로 5년이 남았다. 뭐 경전철 5년도 결국 때가 왔는데, GTX도 때가 오겠지 싶다. 노선은 개인적으로 기대가 크다. 의정부 덕정에서부터 시작해 의정부, 창동, 광운대, 청량리, 왕십리, 삼성, 양재, 과천, 인덕원, 금정, 의왕, 수원. 안산 분기선은 일단 논외로 하고. 이 중에서 창동~수원까지 모두 개인적으로 써먹을 일이 많을 구간일 것 같다. 이사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서울 동북권 ~ 청량리 (feat. 광운대)

동북권 거주민 기준으로 창동에서 청량리까지는 1호선을 통해 갈 수 있다. 그런데 약간의 함정이 있다. 배차간격이 10분 내외다. 1호선은 상행 기준으로 동묘앞행, 청량리행, 광운대행이 존재한다. 이들의 비중이 50% 정도 된다. 체감상 더 높아보이긴 한다. 즉 이 열차들 때문에 창동역 코앞에 집이 있는 것 아니고서야 청량리를 갈 때도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GTX가 생기면 어쨋든 이 것을 이용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이득이다. 창동부터 시작되는 하행 방향은 경원선 공용 사용과도 무관하니 무조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확정적으로 늘었다. 


*솔직히 창동과 청량리 사이에 있는 광운대역은 왜 정차시키려는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할 거였으면 6호선과 연계가 되는 석계역을 정차시켰어야 한다. 어짜피 새로 노선을 파는거면 태릉입구 역 쪽으로 조금 붙여줘서 수혜 지역을 확 늘려버리던가. 광운대역은 서울의 대표 무늬만 환승역이고, 경춘선이 하루에 2대 정도만 정차한다. 어짜피 광운대역 정도의 입지면 이미 도심을 오가는데 큰 무리가 없다. 조금 의아한 위치선정이긴 하다. 높은 확률로 환승역에 눈 돌아간 누군가가 찍었을 것이라 본다.


정신 차려, 甲은 왕십리역이야

왕십리역은 이 노선이 정해지면서 정차역 지정에 논란이 붙었다. 하지만 사실 논란의 대상이 잘못됐다. 광운대, 청량리가 논란이 붙어야지 왕십리역은 매우 당연히 정차해야 하는 역이다. 2호선, 5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에 동북선까지 합류하며 ITX-청춘도 정차하는 역이다. GTX-C가 수직으로 내려가는 노선인데, 수인분당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방향이 다르다. 무조건 정차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청량리역에서 왕십리역 사이는 전철로도 1정거장임에도 5분이 걸리는 구간이다. 외부 교통도 좋지 않아 택시타고도 10분 넘게 걸리기도 한다. 정차에 대한 당위성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아직 개통하지 않은 동북선이 서울 동북권과 이어준다고 해도 이는 상계동, 중계동 주민들의 혜택이지 도봉구, 강북구민들의 혜택이라 보기엔 어렵다. 동북선도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에 GTX-C의 왕십리역 정차는 필요하다고 본다.


삼성, 양재, 강남 이동에 생기는 혁명

다음은 삼성역. GTX의 컨트롤타워를 하게 될 역이고 GTX-A와 환승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잠실 종합운동장과 가깝고, E스포츠 경기장이 있으며 최고의 쇼핑몰이 있는 곳이기에 개통되면 평소에 전혀 갈 일이 없던 삼성역을 꽤 이용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구가 끝나고 북쪽 방향인 잠실새내역 인근에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닌 오히려 반대 방향인 삼성역에서 식사를 하고 집에 오는 동선이 더 빨라진다. 동북권 어느 지역에 살든 삼성역으로 가는 동선이 처참할정도로 좋지 않다. 4호선과 7호선 어느것과도 호환성이 떨어지고 노원역과 건대입구역의 환승통로 길이는 거짓말 100번한 피노키오의 코 보다도 길기 때문이다.


창동~양재 구간부터는 절대적 지하철 소요시간만 따져도 될 것 같다. 1시간이 넘는다. 환승은 충무로역에서 1번만 깔끔하게 할 수 있고 그렇게 손해보는 동선은 아니지만 3호선 자체가 우회하는 노선이기에 시간이 오래걸리는 편이다. 양재역에서 모임을 한다고 하면 나에게 의미있는 모임인가 이것저것 많이 따지게 되는 이유다. 그만큼 기회비용이 크다. GTX 양재역의 의미는 단순한 양재역 주변 이용 뿐 아니라 강남대로 이용 전체의 접근 편리성으로 이어진다. 강남역, 신논현역에서 동북권으로 이동할 때 7호선 라인과 3100번을 탈 수 있는 노원구 주민을 제외하고는 참 이동하기 번거롭다. 나도 노원구민이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도봉구민이 되고나선 1시간 40분 걸리는 144번 버스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지하철을 타자니 그 어떤 동선도 매우 손해보는 느낌이었다. 강남역에서 버스로 양재역까지 2~3정거장이다. 훨씬 빠른 동선을 찾았다.


*은마아파트 통과 때문에 GTX-C 개통 시기에 영향을 준다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게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짜피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개통이 2028년으로 미뤄졌기에, 그 이전에 GTX-C 터널이 다 뚫려도 삼성역 안되면 GTX-A 처럼 반쪽으로 몇 년 운행해야 할 수도 있다. 인위적인 곡선을 굳이 만든 것은 GTX-A와 평면으로 환승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그 부분에 대한 논리적 허점은 없으므로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과천, 안산 수혜지역 맞지?

창동과 과천 지역 만큼은 GTX를 통해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구간은 아니다. 4호선 다이렉트로 갈 수 있기 때문. 과천청사 역은 새로 만들고, 인덕원역~금정역은 4호선을 같이 사용할 것이라는 내용을 봤는데 이 부분이 사실이면 과천 및 안산 주민들은 찬/반으로 갈라질 여지가 생겼다. 가뜩이나 4호선은 과천과 안산 구간에 배차간격이 넓어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그것이 GTX로 더 늘어날 수 있다. 아니 늘어나는 것이 확정이다. 금정역 이후 1호선(경부선) 구간을 같이 쓰는 것이야 그 구간은 급행도 있고 무궁화호도 있고 대체수단이 워낙 많지만 4호선 구간을 같이 쓰는 것은 한참 다른 문제라고 보여진다. 안산 분기선 때문에 상록수역까지 모두 영향을 받을텐데, 평촌~안산 주민들은 개통되도 수혜 느낌을 썩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어짜피 출근길은 지옥이니까.


창동에서 수원을 무궁화호 속도로

창동에서 수원역까지 지하철 급행으로 간다면 무슨 느낌일까. 아마도 개통되면 50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예상하는데, 일단 너무 좋다. 수원 지역을 가게될 일이 있을 때도 물론 당연히 좋거니와, KTX 등을 이용할 때도 서울과 용산을 제외한 옵션이 늘어나게 된다. 어짜피 동북권 주민 입장에서 창동역에 KTX가 생기는 먼 미래 시점을 제외하고 기차를 타려면 50분가량 이동해야 한다. 동일한 시간에 수원역까지 이동할 수 있다. 수원역에서도 수원발 KTX가 생길 것이라 지방으로의 수월한 이동이 가능하다. 당연히 비용은 남쪽으로 많이 이동한 만큼 조금이라도 더 싸지겠지. 서울 동북 지역에서 대구/부산을 가는 총 소요시간 측면에서도 이득, 비용도 이득이다.  


시점에 대한 기대 NO, 엎지만 말자

창동역에서 북쪽으로 의정부 가는 구간과 관련해 논란이 남아있다. 창동역에서 도봉산역 구간을 경원선 선로를 쓰겠다고 발표한 것. 이 구간도 지상이기 때문에 논란이 컸다. GTX가 아니더라도 여기 구간은 지하화해달라는 요구가 많은데 GTX를 지상으로 놓는것도 모자라 경원선을 함께 쓴다? 큰일날 소리다. 4호선 과천 구간을 쓰면서 4호선 배차간격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과 같은 궤로 도봉산~창동 구간을 GTX와 1호선이 함께 쓸 경우 도봉구 북쪽의 주민들은 출근길에서 오히려 더 지옥을 맛볼 수도 있다.   


파주와 일산에서 강남까지 쉽게 오는 GTX-A와 함께 GTX-C는 노선의 타당성 자체만으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오히려 GTX-A보다 나으면 낫지 밀리진 않는다. 서울 서북쪽에서 도심 방향으로는 경의중앙선도 있고, 3호선도 있고, 신분당선도 언젠가는 동일한 방향으로 연장될 것이다. 현재도 있고 앞으로도 호환이 될 비슷한 노선이 있지만 서울 동북권에서 강남 방향으로 오는 방법은 너무 제한적이다. 앞으로 얼마나 우당탕탕하며 개통시기가 스멀스멀 뒤로 밀릴지 등의 변수가 있겠지만, 존버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이렇게 또 조금이라도 편해질 미래에 대해 작은 희망회로를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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