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도 널 사랑해줬어?> 를 읽고
2002년 가을, KBS에서 밤 11시 즈음 해주던 '스포츠 중계석' 프로그램에서 LG트윈스가 플레이오프를 뚫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하이라이트를 봤다. 할아버지 손 잡고 야구장에 가서 50% 할인받을 수 있단 이유만으로 두산 베어스 어린이회원이었는데, 그 하이라이트를 어머니와 함께 본 뒤 '진짜' 나의 팀이 정해졌다. LG트윈스와 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고 팬이 된지 이제 꼬박 20년이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에 대한 나의 사랑은 나름 애틋했다. 2002년 월드컵 이후의 학창시절을 계속 겪었음에도 운동신경이 안 좋다는 이유로 나는 야구공만 가지고 놀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야구장에 공짜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물음으로 스포츠와 관련된 진로를 꿈꿔왔다.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보니 전상규 저자처럼 7년 째 야구 팟캐스트 크루로 활동하고 있고, 또 야구단에서도 일해보고, KBO 객원마케터와 같은 다양한 야구 관련 활동들을 하게 됐다. 이 쯤이면 야구도 날 사랑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라고 말할 자격이 있지 않을까.
물론 저자와 나의 야구를 대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저자는 트윈스 구단에 조금 더 미쳐있고, 나는 야구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좋아한다. 내가 1994년 우승을 눈 앞에서 지켜보지 못해서 그런가. 뭔가 LG트윈스 우승이라는 키워드가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니, 팬이 된 지 20년 넘게 한국시리즈 직관을 못했다면 이렇게 생각하는게 당연하다고도 느껴진다. 무언가 그 때 우승을 눈으로 본 형님들이 '라떼는'을 얘기할 때마다 방정맞게 느껴지지만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LG트윈스의 기약 없는 우승을 인내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했다. 다른 스포츠도 많이 좋아하고, 타 종목에서 내가 팬인 팀이 우승하는 것으로 욕망(?)의 빈 자리를 어느 정도 채웠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진짜로 우승하기 힘들 줄 알았던 배구 팀도 우승했고 입문한 지 3년만에 MLB 팀도 우승의 맛을 봤다. 대리 만족을 하고 나니, 이제는 우승에 대한 조급함 보다는 언제 어떻게 우승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스토리 상상을 하게 됐다. 기왕이면 멋있고 극적이게. 그래서 내 버킷리스트 1번은 트윈스와 자이언츠의 한국시리즈 직관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내 발자취를 보면, 앞으로도 야구와 관련된 나의 히스토리를 쌓으려고 할 것 같다. 잠실야구장의 냄새를 책으로 옮기는 과정에 이른 책의 저자처럼, 나도 야구에 대한 사랑의 특별함을 스스로 어필하지 않을까.
그렇게, 나도 방정맞은 야구 아재가 되어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