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미국에 있는 많은 경기장들을 가보겠다는 꿈을 품고, 어느덧 야구장 기준 약 절반 이상의 목표치를 달성했다. 야구장으로만 따지면 앞으로 약 14~15개(라스베가스 이전시) 구장을 더 가야하는데,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물론 남은 야구장들이 절대로 가기 쉬운 곳들이 아니다. 몇 도시는 난이도가 정말로 높다. 그리고 관광지 위주로 돌다보니, 비관광지는 어떻게 가야하는지 난감한 곳들이 여러 있다. 가보고 싶은 곳에 대한 이야기는 ep.30에서 마저 하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기차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워낙 어렸을 적부터 기차를 통해 어디 여행을 가는 것을 즐겼었고, 비행기가 영 불편하다. 특히 이동수단에 대한 멀미 증상도 쓸 데 없이 가지고 있어서 기체가 흔들리면 정신을 못차린다. 지금은 여러 대비책을 마련해놓고는 있지만, 작은 비행기를 탈 때마다 울렁거려 미칠 정도다. 큰 사람이 되긴 글렀다.
아무튼 굳이 미국까지 가서 도시간 이동을 할 때 기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의 기차는 대체로 암트랙(Amtrak)으로 일컬어지는데, KTX보다 느리다. 무궁화호보다야 아주 조금 빠른 정도. 1) 시카고에서 밀워키를 갈 때, 2) LA에서 샌디에이고를 왕복할 때, 3) 피츠버그에서 뉴욕(!)갈 때 탔었는데 다 느낌이 저마다 달랐고 또 의미있었다. 앞으로도 미국 여행을 또 가게 된다면, 꽤 많은 동선에서 암트랙을 이용할 생각이다. 특히 장거리라고 하더라도 침대칸 열차를 일부러라도 타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대표적으로 기차 여행을 통해 가기 좋은 코스는 LA에인절스 홈 구장인 엔젤스 스타디움을 갈 때다. LA 다운타운에서 약 남쪽으로 40km 떨어져있는 애너하임은 디즈니랜드를 가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거쳐가지 않을 동네기도 하다. 하지만 북적북적한 LA 다운타운과는 정 다른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동네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곳의 한인민박에서 머물렀을 때 기억이 생생하고 앞으로도 오래 남을 정도로 좋은 추억이었다.
그렇지만 꼭 애너하임에서 숙박을 할 필요는 없는 것. LA를 들르는데 LA에인절스 야구장 투어만 해보고 싶다면 LA 다운타운에 베이스캠프를 꾸려놓고 당일치기로 충분히 왕복할 수 있다. 암트랙을 타고 유니온스테이션에서 애너하임까지는 약 1시간~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그런데 무엇보다 엔젤스 스타디움은 애너하임 역에서 도보로 10분이다. 기차역에서 내리면 곧바로 야구장이 앞에 있다. 주말 낮경기 스케줄 등을 이용해서 갔다 온다면 동선상 번거로움 없이 충분히 방문해볼 수 있다.
앞으로 기차여행을 즐겨보고 싶은 코스는 시애틀에서 시카고, 혹은 마이애미~애틀랜타~뉴욕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둘다 만만치 않은(?) 동선인데, 물론 침대칸을 타보고 싶어서다. 시애틀에서 시카고는 1박2일로 열심히 기차타고 가야 가능하다. 중간중간 풍경도 즐겨보고 기차여행만의 낭만을 느껴보고 싶기도 하다. 이상하게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해보고 싶단 생각은 없었는데, 이게 미국 기차는 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