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km 엄마의 병원길, 자식의 마음

세월의 흐름 속에서, 엄마와 나

by 미스터 엄

엄마는 나를 일찍 낳아서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3년 전 아빠를 하늘나라로 보낸 후 유독 아픈 곳이 많아졌다.


아빠가 뇌출혈로 한 종합병원에서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한 뒤, 5주간 치열한 사투 끝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엄마와 나는 그때의 트라우마가 남아있어 이 병원만큼은 오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운명은 돌고 돌아 다시 그곳을 가리키는데.


몇 년 전, 엄마는 한 개인 치과에서 임플란트를 했다. 임플란트 주위염이 발생해 해당 치과에 방문했더니 치과의사가 사망해 폐업한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임플란트 주위염도 점점 악화되었다. 임플란트 주위염, 상악동염, 천공, 부비동염, 광대뼈 통증까지. 개인 치과와 종합병원에서도 상급종합병원으로 진료 의뢰서는 써줄 수 있지만, 치료는 힘들다고 했다. 본인의 골반뼈를 이식해야 한다는 병원도 있었고, 천공 우려로 치료를 못 하겠다는 곳도 있었다.


연차를 내고 엄마와 함께 분당서울대병원 구강악안면외과에 방문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교정한다고 엄마를 따라 종합병원에 다녔는데, 이제는 반대가 된 걸 보니 세월이 많이 흐른 것 같다. 진료 결과 윗몸 위 공기주머니가 뚫렸는지 확실치 않아 수술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구강악안면외과에서 염증을 제거할 예정이고, 보철과는 보철물을 어디까지 살릴 것인지 판단하고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방문 당일 보철과 진료까지는 어렵다고 순차적으로 외래진료 안내를 해준다고 하였다. 앞으로 엄마가 몇 차례 더 반차나 연차를 써서 병원을 다닐 예정이다. 그리고 임플란트 보철물이 어떤 브랜드 제품인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의원이 폐업 시 3년간 의원에 있던 진료기록이 보건소에 보관된 후 폐기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시간도 초과되어 알기가 힘들 것 같다.


치과 수술로 충분할지, 이비인후과나 정형외과 수술도 필요한지는 아직 모른다. 이 또한 무사히 잘 지나가길 바란다. 내일은 내가 다니는 치과에 엄마를 모시고 검진을 받으러 갈 예정이다. 이럴 때 “자식도 좋지만, 부부가 서로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면 참 좋을 텐데”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식의 역할이 부모의 보호자이자 동반자로 바뀌는 그 변화를 조용히 받아들이며 애잔한 마음이 든다.


삶의 많은 부분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현실이지만, 돌고 돌아 결국 마주쳐야 할 운명을 받아들이며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성숙한 어른으로 살아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