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기로 하였나
일상 속에 행복이 있다.
"1월 26일 오후 12시 53분, 여아 52cm 3.23Kg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방안 가득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도,
매우 많이 겪은 듯, 기계적으로 읊조리는 간호사의 말도 아무렴 상관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생명의 탄생과정은 너무나도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아내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영상이 없었다면 기억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아주 오래된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단편 단편의 상황만 기억나는, 결혼식 이후로 또 한 번 굉장히 복잡하고 정신없는 날이었다.
딸아이는 이제 만 8개월, 아랫니도 나고 틈만 나면 짚고 일어서려 하다 엉덩방아를 찧는 것이 일상 다반사다.
2020년은 굉장히 빠르게 지나갔다. 매 연말이 다가올수록 느끼지만 올해는 특히나 더 그렇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사진을 많이 찍어놓겠노라 다짐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시도 때도 없이 너와 함께한 순간순간을 남기고 매 년 한 권의 사진첩을 만들어 때가 되면 너에게 선물하리란 당찬 계획도 있었다.
아직까지는 그 계획대로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해, 2020년 사진첩 한 권을 만들고도 훨씬 남을 만큼, 어떤 사진을 사진첩에 담아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사진은 족하다.
DSLR 외장 플래시를 구매하며 다짐했던 횟수보다
네 앞에 카메라를 들고 서는 횟수가 턱없이 모자라지만, 사진은 꽤 찍어두었다.
사진 백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전 사진에 눈이 간다.
조리원 퇴원 후 처가에서 지내던 사진, 셀프 50일 사진,
셀프 100일 촬영 준비하던 사진, 첫 이유식 먹던 사진을 지나 오늘 찍은 사진까지 기억을 걷는다.
너무 힘들어서 어서 빨리 자라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그 날들의 사진을 보면서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음을 아쉬워하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나다가도 꼭 허전한 느낌을 받는다.
사진•영상이 부족한가 해서 셔터를 더 눌러보아도 똑같다. 반쪽짜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그 순간의 우리는 사진으로 생생히 남아있지만,
그 순간 우리의 느낌과 감정은 이미 사진에서는
그만큼 생생하지 않다는 것을.
펜을 든다. 쓴다.
글솜씨는 아무래도 좋다. 거창하고 대단하게 쓸 것도 없다.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좋고, 내 업에 대한 이야기도 좋다.
집-회사-집을 반복하며 일상은 지루하고 따분한 것이라던, 행복은 일상과는 동떨어진 곳, 간혹 가는 여행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이라던 갓 한 판 채운 젊은 아빠는 웃기게도
지루하고 따분하다던 그 일상에서의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 펜을 들었다.
소소한 일상속 행복을 하나 둘 찾아가다 보면,
언젠가 뒤돌아 보았을 때,
우리의 삶도 조금은 더 풍성해져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