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12.20/목)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요즘 날씨는 왜 이렇게 추울까?

내 마음이 텅텅 비니깐 찬 공기가 이때다 싶은 건가. 동생을 시집보내고 나면 속이 시원하고 안심이 될 줄 알았는데.


에효.

전혀 그렇지가 않다.


결혼식에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있었다.

따뜻이 껴안고, 또는 손을 잡고, 또는 눈을 바라보며 했던 그 안부의 말들.


"많이 아팠다면서요"

"많이 걱정했어요"

"나도 불안장애 우울증 좀 아는데.. 마음을 편하게 먹어요"

"만사에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고, 걱정을 좀 줄이고, 긍정적으로 살면 금세 지나갈 거예요"


휴~~~


미칠 노릇이다.

나는 매우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인데.

덤벙덤벙거리고 잘 잊어버리기까지 하는데. 거기다 꿍하지도 않고 잘 삐지지도 않는데. 웬만해서는 화를 내지도 않고 화를 내도 이틀 안에 풀어야 하는데. 화가 오래가지도 못하는 성격인데...


사람들은 도대체 불안장애와 우울증(과호흡)이 무슨 병인지 아는 걸까?


분명한 건 자세히 인지하고 있지 못한다는 얘기다.

모르는 건 괜찮은데 어설픈 위로와 충고가 반복되면 그게 참 아픈 사람에게는 스트레스가 된다.


나는 결혼식이 끝나고 나니 사람들이 붙여놓은 포스트잇이 온몸에 붙어 나풀나풀 거리는 노란 은행나무가 되어 있는 거 같았다.


매우 예민한 사람

우울한 사람

부정적인 사람

화가 많은 사람


하하하하...


마침 올라오는 길에 겨울왕국이 시작됐다. 길가에 서 있는 울라프들에게 내게 붙은 메모지들을 하나씩 떼어주며 버려줄 것을 부탁했다.

울라프


그리곤 눈길에 그들의 안부를 내려놓고 올라왔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깐 내가 마치 진짜 그런 사람이 된 거 같아서 유쾌하지는 않았다.


집에 도착해 분홍안정제와 우울증 약을 먹으며 생각했다. 나는 사람들이 노랑 색소를 탄다고 노랑 바나나우유가 되지는 않아.

나는 흰 바나나 우유야.


나는 뇌의 시스템이 고장 난 거지 사람들이 말하는 그 이유의 문제로 아픈 게 아니라고.


모르니 그러는 거겠지.

할 말이 없어 상황을 모면하다 보니 그냥 나온 말이겠지. 그래 여러 이유가 있을 테다.


아프고 나서 제일 많이 들은 얘기라 징글징글 맞지만. 이 또한 지나가는 과정일 테다 생각하련다.

결혼식을 마치고 5일 정도 되니 정신도 돌아오고 체력도 돌아온다. 이젠 책도 읽히고 내 라이프를 좀 찾아가기 시작했다.


내일은 신나는 금요일.

난 직장인도 아닌데 왜 금요일이 좋은지 모르겠다.

아직도 회사원 때처럼 목요일 저녁부터 기분이 좋다.


내일은 조금 덜 춥길 바라며~~


좋은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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